최근 일본 내 물가 상승이 체감적으로나 지표 상으로나 어느 때보다 높다. 그동안 ‘디플레이션’의 상징 사례로 여겨져 온 일본이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연료비와 각종 원자재에 이어 생활물가에도 파고가 밀려든 상황이다. 도쿄도내 라멘 한 그릇 1000엔 넘고, 폐업도 속출가장 크게 느껴지는 게 일본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대중음식 라멘이다. 라멘집은 적당한 가격에 가볍게 들를 수 있기에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은 있는데, 최근 도쿄도내 라멘 한 그릇 값이 대체로 1000엔을 넘어섰다. 그동안 라멘 값은 ‘1000엔
북한에서 일본에 대한 전향적 발언이 나오면서 향후 외교적 전망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지난 15일 조선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국회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게 계기다. 김여정은 담화를 내 “과거의 속박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조일관계를 전진시키려는 진의로부터 출발한 것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특히 담화 내에는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북일정상회담을 암시하는 대목이 들어갔다. 다만 반복적으로 납치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며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이즈미 후사호 전 아카시 시장의 어두운 측면을 다뤄볼까 한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이른바 ‘막말’ 논란이다.이즈미의 정책 능력과 유권자에 대한 어필 능력은 잇따른 선거 대승으로 인정받았지만, 자신이 ‘적’으로 상정하는 이들에 대한 막말은 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막말이 도화선이 돼 사임한 뒤 재선거로 부활하거나, 지난해에는 결국 정계은퇴에 내몰리는 계기가 됐다.다만 이 같은 막말이 유권자에게 ‘시원한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이는 일본 정치가 최근 전반적으로 미디
새해 첫날 오후 4시쯤 일본 노토반도를 중심으로 진도7(일본 기준, 규모는 7.6, 진원은 아주 얕은 곳으로 판명, 진도는 실제 흔들림을 나타내는 지표)의 강진이 덮쳤다. 해당 지역에서 지난해 5월 한 차례 강진이 찾아온 바 있기 때문에, 최근 지각변동이 활발한 결과로 보인다.이번 지진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대형 쓰나미 경보(大津波警報, 3m 이상의 쓰나미가 예상될 때 발령)’가 내려져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당초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하루 뒤 심각한 피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자민당 파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오던 비자금 조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시다 정권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치적 곡예를 벌이는 중이다. 이로써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특히 기시다를 중심으로 자민당 파벌 간에 벌어지는 권력 투쟁이 점입가경이다. 이 글에서는 자민당 비자금 사태와 이후 발표된 후속 인사의 의미를 따져보고자 한다.자민당 주요 파벌의 비자금 조성 의혹비자금 사태 발단은 지난해 11월 일본공산당 기관지 ‘신문 아카하타(赤旗)’의 단독보도다(아래 사진). 자민
일본 서쪽 간사이 지역에 위치한 아카시(明石)시. 고베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지역 내 베드타운이다(아래 지도). 일본 전국의 인구 감소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아카시시는 지난 10년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해온 몇 안되는 지자체다. 한국에서는 이태원 참사 관련, 2001년 유사한 압사 사고를 겪었다는 사실이 잠시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니다. 아카시시가 최근 일본 정치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야당 출신 시장의 정책과 활약이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면서다. 주인공은 이즈미 후사호(泉房穂, 60) 아카시시 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지난 8월 24일 결국 부지 근처에 쌓여있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다.기시다 정권 차원에서 보자면 낮은 지지율에 당분간 중의원 해산(=선거 실시)이 어려워진 점, 과거 강력한 반대자로 여겨졌던 한국이 묵인 내지는 찬성으로 돌아선 점, 방류에 대한 국내 여론의 찬성이 높은 점 등이 고려됐다고 생각된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이라는 판단이 있었으리라 본다(참고로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처리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처리 효과가 얼마나 신빙성 있는지 확실치 않기에 한국에서 쓰는 ‘
최근 일본 대학가 최대의 화제는 잇따른 사립여대의 폐교 내지는 남녀공학 전환이다. 기존에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던 여대들이 코로나 팬데믹 하에서 더욱 타격을 받으며, 사립대학재단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대학 문을 닫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도쿄 교외에 위치한 게이센여학원대는 지난 3월 2024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지한다고 갑작스레 발표했다(아래 사진). 재단 이사회는 홈페이지에서 "18세 인구의 감소, 특히 최근의 남녀공학 지향 등 사회 정세 변화 속에서 입학자수로 정원을 계속해 채우지 못했고, 대학 부문의 금융자산을 확보, 유지하는 것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최근 한국 언론의 ‘취재 선별’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7월 20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일본 내 포린프레스센터를 통해 한국언론의 현장 취재 신청을 받았는데, 한겨레와 MBC만 제외했다. 한겨레는 해당 조치에 대해 항의했으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 참고로 포린프레스센터는 1976년 업계 단체인 일본신문협회와 일본의 전경련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출자로 설립된 뒤 현재는 공익재단이 됐다고 하는데, 경단련 주요 가맹사 가운데 하나가 도쿄전력이다. 이에 양사와 대척점에 있
일본 정부의 최근 외교 의제 중 하나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접근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냉전 시대 동서진영 어느 쪽에 쏠리지 않으려는 이른바 ‘제3세계’ 혹은 ‘비동맹운동’이라 불리던 지역과도 유사한데, 인도를 포함해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해 9월 발행한 잡지 ‘외교’(75호) 표지(아래 사진)는 ‘글로벌 사우스로부터 본 세계’였다.해당 특집에서는 동남아와 아프리카, 중동 등이 거론됐고 주로 중국과의 관계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즉 이들 지역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이어 구글에서도 ‘바드(bard)’를 발표했다. 특이한 점은 기본 언어로 영어 외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최근 기자회견을 전하는 기사에 따르면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영어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언어 학습이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생성형AI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비교적 신기술에 긍정적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생각된다.아래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여전히 복잡한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민감한
지난달에 끝난 일본 지자체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기시다 정권에 어떤 의미였을까? 첫째는 적어도 정권에 큰 타격이 갈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 둘째는 간사이를 중심으로 한 일본유신회(간사이 지역 내에서는 오사카유신회로 활동)의 기세가 상당하고 자민당이 압승하지는 못해, 당장 해산 및 총선거는 쉽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한일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상승세에 있었던 것이 작용했고, 후자는 그럼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결집할 가능성을 내포한 결과라고 봐도 되겠다.유신회
아베 신조 전 총리 사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정치인을 꼽을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다카이치 사나에 현 경제안보담당대신(장관)이다. 아베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촉망받는 차기 여성정치인으로 적극 밀어주고, 지난 2021년 총재 선거때는 직접 지원에 나선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선거에 대표추천인으로 이름을 올린 건 세이와카이(清和会, 아베파) 소속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대신과 극우에 가까운 에토 세이시 등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다카이치는 총재선거에서 국회위원 표로 2위(전체로는 3위)를 기록하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평소
이번 한일정상회담이 기시다 정권, 혹은 기시다 본인에게 갖는 정치적 의미는 작지 않아 보인다. 국내 여론 지지를 등에 업고 각종 대외 정책 추진 자신감을 바탕으로 연내 중의원을 해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중해 보이는 기시다 정권이지만 적기지공격능력(선제타격능력)이나 원전 건설 재개 등 그동안 반대가 높았던 정책을 논란을 떠나 결과적으로 내부 잡음 없이 추진해왔다. 여기에 한일정상회담은 특별히 내준 것이 없어 여론의 긍정적인 반응까지 얻었다.이에 반해 윤석열 정권의 지난 1년간 정책결정과정 방식을 보면, 대통령 내지는 대통령실
일본이 각종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생활체육, 학교체육에 대한 한일 비교가 곧잘 거론된다. WBC에서 한국과 일본의 실력 차가 그대로 드러나자, 일본과 한국의 고교야구 기반 차를 지적하는 상투적인 반응도 나온다. 일본 내 학교 체육, 각종 과외 활동이 활발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가리키는 말이 부활동(보통 부카츠部活라고 함)이다. 스포츠 외에도 취주악부 등 문화 관련 활동을 포괄한다.2018년 도쿄대와 교육기업 베넷세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대상 고교생 39.0%가 운동부에 가입해 있었고, 남학생은 48.3%가 가
한류는 일본에서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지만, 그럼에도 폄하하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때마다 근거로 제시되는 게 한류의 세계적 인기가 정부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국책 지원론’이다.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낮춰 보는 일종의 프레임으로, 한국에 반감을 가진 일본인 사이에서 기정사실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한류가 국책만으로 성공했다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나, 그럼에도 지난 아베 정권 때 내에서는 이 같은 인식을 어느 정도 공유했었다. 그 상징이 2013년 출범한 ‘쿨재팬기구’다. 일본의 문화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데다가, 큰 인기를 끈 ‘이태원 클라쓰(일본에서는 '롯폰기 클라스'라는 이름으로 공중파에서 리메이크됐다)’의 지명도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일본인 2명이 희생됐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일본 언론의 보도는 국내 사안에 준할 만큼 비중이 컸던 상황이다.최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범죄와 사고 관련한 피해자 혹은 피의자(용의자) 보도다. 한국에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희생자) 명단 공개가 정치적
지난달 기시다 총리가 한 유엔 연설과 관련해, 김어준 뉴스공장 진행자가 최근 새로운 발견으로 내세우는 게 하나 있다. 기시다가 과거 아베 총리와 다르게 북일 교섭 내지는 정상회담을 ‘조건 없이’개최하겠다고 방침을 '전환'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김어준의 주장은 ‘거짓’에 가깝다는 게 이번 글 요지다. 아래에서는 기시다 유엔 연설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김어준이 어떤 발언과 인식을 보였는지 정리하고, 그에 대해 확인해보고자 한다. 기시다 대북 정책 전환설김어준은 최근 방송에서 일본 혹은 북한 전문가를 불러,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질문
뉴욕 한일정상 간 ‘만남’은 ‘문재인 정권으로 비롯된 한일관계 악화를 바로잡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실 인사들의 인식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 문제로 어려움에 빠진 기시다 정권은 ‘굳이 지금 한국 정상과 만나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한국 쪽에서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지했기에 만나더라도 조용히 만나기를 원했으리라 생각된다.대통령실의 서투른 혹은 섣부른 회담 성사 발표는 일본 정부에 좋은 구실을 줬다. 정치와 외교에 잔뼈가 굵은 기시다가, 한국
미디어가 유저에게 ‘무엇을 보여줄지’는 늘 첨예한 쟁점이 돼 왔다. 그 자체가 상업적, 정치적 목적과 연계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레거시 미디어, 즉 신문, 방송이 주로 문제의 중심이 됐다면, 최근엔 포털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SNS)의 역할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특정 정보를 유저에게 보여주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역시 결코 그 자체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수만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자는 한국 관련해 주로 페이스북과 포털 사이트, 각종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는 한편, 일본 정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