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블록체인 기술 구현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블록체인이 속해 있는 범주를 정확히 분별해야 한다. 범주에 착오가 생기면 해당 블록체인을 오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오해 때문에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먼저 범주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가야 하겠다. ‘범주(範疇)’라는 어려운 말은 ‘홍범구주(洪範九疇)’라는 더 어려운 말의 축약이다. 홍범구주는 ‘9개 조항(九疇)의 큰 법(洪範)’이라는 뜻으로, 중국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남겼다는 정치 이념을 가리키며, 중국 고전인
암호화폐(또는 가상화폐)로서의 블록체인 열풍이 한풀 사그러든 지금,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이 여러 응용을 중심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나는 블록체인의 응용과 관련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기술적 특징 하나를 강조하고 싶다. 먼저,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정의 몇 가지를 확인하고 가자. “블록체인은 분산 방식으로(즉 중앙 보관소 없이), 대개는 중앙 권위(즉 은행, 회사, 정부) 없이 시행되는, 손을 대면 흔적이 분명하게 남고 손 타기 어렵게 되어 있는 디지털 원장이다.” (공식적 정의) “블록체인은 블록들로 그룹지어 모인, 암호로 서명된
*1999년에 발표된 영화 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최근엔 제작이 확정됐다. 이 글은 「우리가 자유롭기까지 ― SF 영화 ‘매트릭스’와 부정신학의 문제」(『이다』 제4호, 문학과지성사, 2000)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에세이를 수정, 보완, 증보한 것이다. Ⅰ. 들어가며 플라톤이 잘 간파했듯이, 모든 예술작품은 근본적으로 허구(fiction)지만, 실은 독특한 존재론적 위상을 갖고 있다. 예술작품은 현실에 대해서는 가짜라는 위상을 갖는데, 진짜 세계에 비추어보면 현실도 가짜이기
다시 명절이 왔고, 저번 명절을 강타했던 김영민 박사의 유명한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명절·술모임은 권력 확인하는 자리…고단한 어른들, 예술과 디저트를 음미하라'라는 인터뷰 기사까지 지면을 장식하며, 저 칼럼을 소환했다. 김영민 박사는 특유의 예시, 도약, 해학을 통해 읽는 이를 뜨끔하게 하는 솜씨로 많은 독자를 매혹시켰고, 그 정점에 있는 글이 '추석' 칼럼이다. 그 한 대목을 옮겨 보겠다.따라서 “그런 질문은 집어치워 주시
한국의 인문학은 왜 경쟁력이 낮을까? 또는 한국의 자연과학이나 공학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걸까? 대중적으로 호응 받는 수준 높은 인문 서적은 왜 없는 걸까? 내 생각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문학의 윤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인문학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인문학을 규정하는 방법은 여럿일 수 있다. ‘인문(人文)’이라는 말을 풀어 ‘사람의 무늬’라고 할 수도 있고, 주요 분과의 앞 글자를 묶어 ‘문사철(文史哲)’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규정 방식들은 인문학의 본질을 말해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사실 인문학은 엄
‘한국언론재단 종합뉴스데이터베이스사이트(BIGKinds)’에 따르면, 2018년 12월 1일 현재, 'SN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올 최다 검색어 'My Space'"라는 제목의 기사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검색됐다. "올 한해 전세계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키워드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My Space'인 것으로 나타났다."(2005년 12월 22일 디지털타임스) 이 용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지강헌이나 박근혜 정부 '사법농단'의 주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아니더라도, 일반 시민의 법원에 대한 불신은 극에 이른 상태입니다. 이에 인간 판사에게 도움을 주는 수준의 인공지능(AI)을 넘어 아예 판결을 인공지능 판사에게 맡기자는 요구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렀습니다."함께 재판을 받는 상대편이 엄청난 부자이거나 권력층이라면 공정한 판결을 받기 위해 인공지능 판사를 선택할 것 같아요." '인간 판사와 AI 판사 중 누구에게 재판을 받겠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2017년 10월 19일 과학 저널 에 '인간 지식 없이 바둑을 마스터하기(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었고, 논문 제목이 암시하듯이 '인간 지식 없이도' 인공지능이 발전할 수 있다고 소개되었습니다. 과연 알파고는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가 정말로 필요 없을까요?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의 데이터가 없이도 발전할까요?이 점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의 작동 방식을 잘
김준일 대표의 권유로 ‘팩트체커’ 활동을 해 보기로 마음먹은 건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철학 영역에서 팩트체크 거리가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물론 최근에 연구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에 대해 써볼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본령이 철학이다 보니 최소한 첫 글은 철학을 주제로 삼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벌써 고수가 계시고.철학은 본래 ‘팩트(사실)’를 다루는 영역은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가치’를 다룬다고 해야 할 겁니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