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인 밀턴 글레이저가 지난 6월 26일 91번 째 생일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디자이너 치고는 꽤 여러 매체에 그의 부고 기사가 실렸다. 이렇게 많은 매체에 디자이너의 부고 기사가 실린 것은 처음 봤다. 지난해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사망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기사 내용은 대동 소이했다. 주요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이 그의 아이러브뉴욕 로고 사연을 실었다. 연합뉴스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I♥NY'이라는 로고는 1977년 당시 '세계의 범죄 수도'라는 오명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되었다. 영화에서 후카자와 나오토라는 일본의 디자이너가 독일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를 최초의 산업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역사적으로 최초의 디자이너를 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영화의 메시지에 걸맞는 의미로 최초의 디자이너라고 했을 것이다. 그럼 정말 최초의 산업 디자이너는 누구인가?디자이너는 공예가와 달리 대량생산을 전제로 그 제품의 재료와 형태, 색채 등을 디자인하고 결정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량생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초의 디자이너는 산업혁명과 함께 탄생했다고 봐야 한
한국화 654점 13.3%회화 1693점 34.5%드로잉 & 판화 456점 9.3%사진 1088점 22.1%디자인 18점, 0.4%서예 87점 1.8%조각 427점 8.7%설치 148점 3.0%뉴미디어 190점 3.9%공예 152점 3.1%팩트는 진실은 아니어도 어떤 ‘태도’를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현황표는 이 미술관이 각 장르별로 소장한 작품의 수를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소장품을 10개의 장르로 분류했다. 한국화, 회화, 드로잉 & 판화, 사진, 디자인, 서예, 조각, 설치, 뉴미디어, 공예, 이상 10개다. 여
상상이라는 것은 미래는 물론 과거를 불러들일 때도 절실히 요구되는 능력이다. 과거든 미래든 사람들은 늘 지금 현재의 삶과 경험, 지식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무능력’이란 바로 이렇게 지금의 관점, 또 자기가 처한 관점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를 상상할 때는 더욱 지금의 관점에서 벗어나 그때 그 시절의 관점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것은 그저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증’을 필요로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영화 를 보면 로마 원로원들이 검투사 경기가 열린다는 홍보물을 보는 장면
모던 디자인의 다양한 금언들이 있다. 예를 들어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Less is more(적을수록 많다)” 같은 명제가 대표적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바우하우스의 마지막 교장이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시그램 빌딩으로 대변되는 극도로 단순한 사각박스형의 고층 건물을 퍼트린 주인공이다. 이런 건물을 볼 때 그의 “적을수록 많다”라는 말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은 나중에 포스트모던 건축을 대표하는 로버트 벤투리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문장의 m자를 b자로 바꾸어 “Less is bore(적을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지난 2월 18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부고 기사를 몇 개 찾아보니 그를 ‘현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묘사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에서는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했다. 중앙일보에서는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소개한다. 이 기사는 웃기는 게 멘디니의 전성기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있는데, 왜 ‘21세기’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모를 일이다. 이 기사들은 한결같이 그가 예술, 건축, 가구,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것을 그렇게 꼽는
돼지의 해에 새삼스럽게 돼지의 비극에 주목한다. 환경운동연합이 발행하는 월간지 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도축된 돼지는 총 1673만 마리다. 날마다 4만5836마리, 1분마다 31.8마리의 돼지가 죽은 셈이다. 이 정도면 대학살이다. 이렇게 많은 돼지를 도살하고 부위별로 고기를 나누려면,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돼지 고기의 가격이 치솟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 식당의 경우 삼겹살 1인분이 1만2000원 정도인데, 재래식 방식으로 도축한다면 소고기 등심 가격만큼 높아질 지도
디자인은 처음부터 미술관에 들어가려는 목적이 없었다. 디자인은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일이며 그 일을 완수하면 그만이고,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쓰레기가 되는 것이 운명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도 예술이 되려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 그 결과 어떤 디자인은 정말 그것을 만든 디자이너의 자의식으로 가득 차 굉장히 화려하고 독창적이며 난해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예술성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쓸모를 줄어들기 마련이다. 쓸모가 아예 없는 물건조차 디자인되기까지 한다. 이것을 디자인의 위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늘 그런 식의 신분
지난 주말에 코엑스에서 하는 공예트렌드페어를 보러 갔다. 이 행사는 공예 스튜디오나 공방에서 참여해 자신들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한다. 전시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전시 관람이 어려울 정도로 부스마다 사람들로 꽉 찼다. 드넓은 코엑스 전시장을 매운 만큼 도자, 나무, 금속, 가죽, 섬유 등 재료별로 다양한 공예품들이 출품되었다. 나는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구경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타나면 가격을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물건을 만나는 것이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