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근본주의는 힌두교가 아닌 극우 이데올로기다

  • 기자명 이광수
  • 기사승인 2018.10.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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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행사에 참석한 아미뜨 샤(Amit Shah) 총재(사진 가운데 인물)와 인도국민당(BJP) 지도부 (출처 : 인도국민당 홈페이지)

17대 인도 로끄 사바(Lok Sabha. 하원)를 구성하는 총선과 안드라 쁘라데시, 아루나짤 쁘라데시, 오디샤, 식낌 주의회 선거가 내년 4월 혹은 5월에 열리게 되어 있으니 선거까지 6개월 정도 남았다.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은 그 동안 선거의 경제 발전(vikas)과 힌두 근본주의를 양대 축으로 삼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제 발전 전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경제와 종교라는 두 아젠다가 섞이면서 여러 형태로 활용되겠지만, 더 자극적인 형태로 공격적으로 활용될 카드가 후자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2월13일에 아요디야를 출발한 람 라지야 라트 야뜨라(Rama Rajya Rath Yatra 라마 통치 전차 행진)가 지난 3월 23일 따밀나두 마두라이에 도착했다. 이 행진은 극우 단체인 세계힌두협회(VHP)가 주관하였다. 그리고 슈리람다스선교대회(Shri Ramdas Mission Universal Society)라는 또 다른 의용단일가(상그 빠리와르ㆍSangh Parivar)의 소속 단체는 3월 4일 따밀나두 라메슈와르(Rameshwar)를 출발해 6개의 주를 거치고 아요디야에 41일만에 도착했다. 행진에 사용된 전차는 아요디야에 건립될 라마 사원의 모형으로 그들은 2019년에 라마 사원이 반드시 건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으로 이 행진이 지나가는 곳곳마다 정치인들이 나와 환영 대회를 하면서 군중집회를 열었다.

람 라지야 라트 야뜨라의 한 장면. 출처: sbs.com.au

바야흐로 2019년 총선을 1년 여 앞두고 과거 1990년에 시도해서 대성공을 거두어 일약 집권당으로 도약하게 한 그 라마통치행진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이다. 1990년, 당시 독립 후 40년이 넘도록 1년 여의 연정을 제외하고는 집권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현 집권당 인도국민당과 그 동지적 관계에 있는 민족의용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을 비롯한 의용단일가 소속 단체들은 정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힌두 종교 의식을 강하게 자극하여 소수자인 무슬림들과의 갈등 조장에 사력을 다했다. 그들은 중세에 무슬림 세력이 인도에 침략해 선조 힌두 사원을 다 파괴하고 약탈하고, 자신들의 할머니들을 강간하였다고 주장하여 전국을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적대 감정으로 들끓게 하였다. 그들은 파괴된 대표적 힌두 사원 둘을 골라 그 사이를 행진하는 정치 퍼포먼스를 벌였다. 서쪽의 구자라뜨 해안가에 있는 솜나트(Somnath) 사원을 출발해 자신들의 최고 신인 라마 사원이 파괴되고 그 위에 세워진 이슬람 모스크가 있는 문제의 중심인 웃따르 쁘라데시 주의 아요디야까지 행진하는 것이다. 그 행진을 거치면서 그들은 엄청난 세를 확보했고, 국민들은 ‘무슬림은 적, 우리는 힌두’ 의식에 사로잡혔다. 힌두 민족주의의를 부추기는 것은 결국 무슬림과의 갈등 조장을 통해 힌두 종교공동체주의를 불붙여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술이다. 그들은 1992년 12월 6일 아요디야에 있는 무갈제국의 시조 바바르(Babur)가 세운 모스크를 다 파괴하였고, 그 분위기를 총선으로 몰고 가 1996년에는 사상 최초로 제1당 집권당이 되었다.

 

종교 공동체 갈등의 이념적 기반은 힌두뜨와(Hindutva. 힌두性. 힌두스러움)라는 종교 민족주의에 있다. 힌두뜨와는 영제국의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고안되었다. 고안자 사와르까르(V.D.Sawarkar)는 이분법 위에서 힌두는 ‘우리’, 무슬림은 ‘적’으로 간주하고, 전자는 정의로운 존재, 후자는 사악한 존재로 규정하였고, 그 위에서 가장 우선적인 목표를 힌두 다르마(dharma. 보편법)의 보호로 설정하고 그 유일 방편을 무슬림에 대한 보복으로 상정하였다. 그는 힌두뜨와는 새로운 힌두교라고 주장했으나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성격의 힌두교를 왜곡하여 정치 이데올로기로 만든 것일 뿐, 힌두교라 볼 수 없다. 힌두교는 모든 것이 다 섞여 있는 다신과 다원의 종교다. 흔히들 아는 탈물질이나 깨달음 혹은 탈속의 문화가 나름의 영향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은 힌두교 문화 가운데 일부일 뿐이다. 차라리 기복 혹은 구복이라 하는 물질 지향의 속성이 더 지배적이다. 사회 내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여러 종류의 법과 도덕을 지켜야 그 사회가 유지되고 그래야 다 같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근본 이치다. 그래서 카스트는 카스트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그 안에서 물질을 멀리 하거나 배척하는 분위기는 없다. 따라서 힌두교 안에서는 절대적으로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힌두뜨와라는 힌두 근본주의라는 것은 엄밀하게 말할 때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힌두교는 기독교나 이슬람과는 달리 정해진 경전이 없고, 그러니 정해진 근본이라는 것도 없다. 기독교나 이슬람은 신학적으로 그 근본이 뭔지 논쟁이라도 가능하겠지만, 힌두교는 그것 자체가 아예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힌두교의 극히 일부분을 끄집어 내 그것도 왜곡하여 무슬림을 적으로 만들어 미워함으로써 반(反)무슬림 전체를 자기 당 지지자로 삼으려는 정치 전술로 삼았다. 그들의 의도대로 종교 감정은 불이 붙었고, 정치적으로 불리하게 되면 왜곡된 ‘힌두 근본주의’를 외치고 무슬림이나 기독교도를 핍박함으로써 지지 기반을 다지는 일을 해왔고, 지금도 간간이 준비 중에 있다. 따라서 그 힌두 근본주의는 철저히 정치 권력과 관계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힌두뜨와에 기초한 종교공동체주의(Communalism)는 인도-파키스탄 분단에 주요 원인이 되었고, 간디 암살 후 네루 정부에 의해 중심 조직인 민족의용단이 활동 금지당하면서 그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네루 이후 인디라 간디와 라지브 간디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인도 정부는 국민회의당(INC)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었고, 야당은 제대로 정권을 잡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야당은 힌두뜨와에 기초한 종교공동체주의의 수구 정치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 권력에 가까이 가기 시작해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 회의당과 거대 양당 구조를 구성했다. 그 힌두뜨와 이데올로기에 의거한 정치는 전적으로 폭력 위에 서 있다. 그 본격적인 시초는 위에서 언급한 1992년의 아요디야 바브리 모스크의 파괴고 이후 소수 무슬림에 대한 학살이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은 2002년 구자라뜨 주에서 벌어졌다. 극우 힌두 행동대원이 탄 기차가 느닷없이 어느 작은 무슬림들이 사는 마을에서 서더니 이내 기차에 불이 붙었는데 문이 잠겨 그 안에 탄 사람들 58명이 다 타죽었다. 이후 당시 주 수상이던 모디 현 수상은 무슬림을 다 잡아 죽여야 한다는 극우 세력이 자행한 폭력을 방조하여 약 5,000명이 학살당했다. 구자라뜨 주는 힌두 근본주의 광풍이 불었고 그 덕분에 모디는 이후 선거에서 주 수상에 당선되었고, 그곳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평가를 받아 2014년도에 연방 정부 수상에 올랐다.

인도국민당(BJP)를 이끌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

 

2014년 이후 최근 들어 모디와 인도국민당에 대한 지지도가 심상치 않다. 2015년 비하르 주의회 선거에서 인도국민당(BJP)과 의용단일가(상그 빠리와르ㆍSangh Parivar)는 힌두 근본주의를 앞세워 선거를 치렀으나 실패하였다. 이후 인도국민당에 대한 지지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러더니 2018년에는 아성인 라자스탄 주의회 선거에서도 인도국민당이 의석을 상당히 많이 잃었다. 그러면서 힌두뜨와라는 종교의 가면을 쓴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한 폭력을 통한 자극 정치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들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이것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슬림 적대 정치가 국민들에게 예전 같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은 올 봄에 있었던 라마통치행진이 28년 전 처음 일어난 때처럼 엄청난 자극과 열광을 받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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