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흑자재정'이 내수경제 악화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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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흑자재정'이 내수경제 악화 주범이다
  • 이상민
  • 승인 2019.11.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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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재정 팩트체크] 지방정부 잉여금 69조원, 순세계잉여금 35조원 문제점

내수가 엉망이라고 한다. 수입이 늘지않으니 소비가 줄고, 소비가 주니 투자가 주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는 우려가 든다. 적극적인 소비와 투자 주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런의미에서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생산적 투자로 유도해야 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재정 지출을 통해 내수를 부양 하겠다고, 또는 해왔다고 공언해왔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선순환 된다는 당연한 원리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노력들이다. 그런데 돈이 돌지 못하고 ‘돈맥경화’에 걸려 막히는 곳이 있다. 돈이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고 나오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지방정부 곳간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11월 4일 발표한 졸고 <18년 243개 지방정부 결산서 분석 잉여금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에 따르면 18년 우리나라 지방정부가 쓰지 못한 ‘못쓴 돈’ 잉여금 규모가 69조원이며, ‘남긴 돈’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35조원이라고 한다. 

너무 큰 규모라 느낌이 안오면,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규모 6.7조원과 비교해보자. 올해 추경 예산안에는 ‘미세먼지 추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미세먼지가 올해만 급작스럽게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경의 이유치고는 좀 궁색했다. 그래서 올해 추경의 실질적 목적은 내수경기 부양 목적이다. 내수를 부양하고자 추가로 투입한 국가재정의 규모가 6.7조원이다. 이를 통해 0.1%p의 추가 성장을 기대했다. 그런데 18년 지방정부가 쓰지 못한 잉여금 규모가 69조원이고, 남긴 돈인 순세계잉여금 규모가 35조원이다.

지방정부에 어마어마한 돈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왜 남았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도록 해보자.

 

첫째, 돈이 많이 남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돈맥경화’를 만들어 내수를 악화시킨 주범(?)이 지방정부가 못쓴 잉여금

지방정부에 남은 돈, 또는 못쓴 돈이 우리나라의 ‘돈맥경화’를 부르고 내수를 악화시켰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규모가 경제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라는 뜻이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실질 총지출을 1조원 늘리면 실질 GDP는 당해연도에 0.45조원이 증가한다고 한다.

즉, 잉여금 69조원과 순세계잉여금 35조원이 모두 실질 총지출을 늘리는데 지출되었다면, 산술적으로는 우리나라 GDP를 약 1.7%, 0.9%를 늘릴수도 있던 커다란 규모가 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18년 우리나라 지방정가 번 돈(세입)은 362조원인데 쓴돈(세출)은 293조원이다. 그 차액인 못쓴 돈(잉여금)이 69조원이다. 세출 대비 약 ¼ 가까운 규모(23.5%)를 못썼다는 뜻이다. 참고로 말한면 작년 중앙정부의 세입은 385조원, 세출은 365조원이다. 잉여금 규모는17조원이니 세출대비  4.7%밖에 안 된다.

지출보다 수입이 많다면 좋은 것 아닐까? 지방정부 재정이 건전하게 운영되었다는 사실은 언뜻 생각해 보면, 좋은 뉴스처럼 느낄 수도 있다. 주민들의 세금을 아껴썼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방정부의 재정이 흑자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주민들은 그만큼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지방정부에 세금 등의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그만큼의 행정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정부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균형재정이 원칙이다. 이는 들어오는 세입이 100조원이면, 세출도 100조원으로 하여 수지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방정부 예산은 세출금액과 세입금액이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돈이 남았다는 것은 집행결과가 예산상 계획과 달라졌다는 의미다. (지방자치법 제 122조: 지방자치단체는 그 재정을 수지균형의 원칙에 따라 건전하게 운영하여야 한다.)

이부분에서 잉여금과 순세계잉여금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못쓴 돈인 잉여금 69조원 중 약 절반에 가까운 32조원은 이월금이다. 예산집행을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당년도에 집행할 수 없이 차년도로 이월되는 금액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도로를 건설하기로 예산에 계획을 세웠으나, 땅 주인과 매입협상에 실패할 수 있다. 그러면 도로건설 예산은 내년도로 이월되게 된다.

그리고 보조금을 받았으나 예상보다 보조금 신청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면 보조금 지급처(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에 반납해야 한다. 이런식으로 못쓴 돈 69조원 중에서 이월금( 32조원)과 보조금 반납액(2조원)을 제외하면 지자체에 남은 돈은 35조원이다. 이 남은 돈을 순세계잉여금이라고 한다. 즉, 못쓴 돈인 잉여금 69조원만큼 내수에 악영향이 발생되었으며, 남긴 돈인 순세계잉여금만큼 지역주민들은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둘째,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못썼을까?

→전년도 남아 넘어온 순세계잉여금이 눈덩이 처럼 증가해서

물론 실제 행정을 하다보면, 모든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수입규모를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없고 지출을 100% 할 수도 없다. 행정안전부의 보도해명자료를 보면 지방정부는 국고보조 비중이 높아 계획대로 재정운용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교부세 정산이나 공모사업이 예산을 세운 이후 연중에 지출되기에 예상치 못한 초과수입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집행률이 낮은 지방정부의 해명을 들으면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 한 둘은 꼭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원래 아무런 문제와 어려움이 없는 행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던 어려움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우리가 세금을 내고 선거를 하는 이유는 그 어려운 일들을 해 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는 결과로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순세계잉여금 증가 추세를 보면 ‘원래 지방행정은 어려운 것’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좀 지나쳐보인다.

<2013 ~2018 잉여금 순세계잉여금 증가 추세>

구분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5년간 증감률

연평균증감률

세입

256.0

267.3

297.3

327.2

338.7

361.7

41.3%

7.2%

세출

220.0

225.5

245.1

263.9

276.7

293.0

33.2%

5.9%

세계잉여금

36.0

41.5

52.2

61.0

63.0

68.7

90.9%

13.8%

이월금

18.7

19.6

23.1

25.4

29.3

32.1

71.8%

11.4%

보조금집행잔액

1.1

1.1

1.4

1.4

1.3

1.6

43.3%

7.5%

순세계잉여금

16.2

20.8

27.7

34.2

32.4

35.0

116.3%

16.7%

잉여금/세출

16.4%

18.4%

21.3%

23.1%

22.8%

23.5%

 

 

순세계잉여금

/세출

7.4%

9.2%

11.3%

13.0%

11.7%

11.9%

 

 

  • 243 지방정부 결산서 취합 정리, 나라살림연구소, 나라살림리포트 11, 재인용

 

2013년 순세계잉여금은 16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5년동안 무려 116%(연평균 17%)가 증가하여 18년 순세계잉여금은 35조원이 되었다. 최근 5년동안 순세계잉여금이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의 지방정부 행정에 구조적인 문제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돈이 남았을까? 거대한 사고가 하나 발생한다고 반드시 대단한 악의를 가진 테러리스트가 존재할 필요는 없다. 아니, 거대한 사고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실수의 당사자조차 없을 수도 있다. 작은 실수 여러 개가 동시에 벌어지고 작은 실수의 결과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변화된 세입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별다른 성찰 없는 관행적인 행정이 근본적인 문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경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문제 발생을 더욱 심화시키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정부 평가시스템이 문제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최근 5년동안 세입은 매년 7.2% 증가했는데 세출은 매년 5.9% 증가했다. 지방정부 세수가 증가했으나 그에 걸맞는 지출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의미다. 행정안전부 해명자료에도 최근 국세나 지방세 증대에 따른 세수증대가 과다한 순세계잉여금 발생의 원인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 좀 시시한 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지방정부는 균형재정이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불어난 세입 모두를 한 번에 쓰는 것도 꼭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 순세계잉여금에 가장 영향을 준 세입은 국세증가도 지방세증가도 아닌 순세계잉여금 수입 그 자체다.  전년도에 남은 순세계잉여금은 차년도의 세수입이 된다. 그런데 순세계잉여금 같은 보전수입을 제외한 전국 지방정부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을 보면 수입보다 오히려 지출이 더 많아 통합재정수지 금액은 최근 오히려 줄고 있다.

<2015~2018 통합재정수지 통합재정수지 비율>

구분

2015

2016

2017

2018

2년간 증감률

연평균 증감률

수입

 

249.0

266.2

280.8

12.8%

6.2%

지출

 

235.6

252.4

269.7

14.5%

7.0%

순융자

 

0.4

1.1

1.4

250.0%

87.1%

통합재정수지

12.6

13.0

12.7

9.6

-26.2%

-14.1%

통합재정수지비율

5.73%

5.52%

5.03%

3.55%

 

 

  • 연도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편람, 나라살림연구소, 나라살림리포트 11, 재인용

 

최근 국세나 지방세 수입이 부쩍 늘기는 했으나 지출증가율은 그보다 더 늘었다. 지출증가율 증가에 따라 통합재정수지 흑자규모는 감소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통합재정수지는 매년 10조원 내외 흑자가 된다. 매년 이렇게 발생하는 통합재정수지 흑자 규모는 결과적으로 순세계잉여금 규모를 늘리게 된다. 즉, 유량(flow)개념의 재정수지 흑자가 반복될 수록 저량(stock)개념의 순세계잉여금은 지속적으로 증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통합재정수지만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순세계잉여금은 통계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평가에 따라 ‘재정건전성 순위’를 높이고자 한다면 지속적으로 순세계잉여금은 증대될 수 밖에 없다.

 

셋째, 어떻게 해야 할까?

→규제강화 보다는 책임성 강화가 필요

지방정부 행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과천시, 서울강남구 같은 곳은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의 규모가 세출대비 각각 47%, 39%에 달한다. 과천시는 작년 18년도에 2100억원을 지출했으나 남은 돈인 순세계잉여금이 무련 1천억원이다. 주민들에게 1천억원의 행정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으나 지방자치법 균형재정 원칙을 어기고 돈을 남겼다.

더 큰 문제는 과천시나 강남구처럼 자체 수입 비중이 높아 재정여력이 좋은 곳만 돈을 많이 남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전북장수군은 전체 세수 중, 지방세로 벌어들이는 수입의 비중이 단 2.3%밖에 안된다. 자체재원이 부족하여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교부세 예산이 전체 세수(4117억원)에서 44.3%(1356억원)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많이 받으면서 못쓴 잉여금의 규모가 1255억원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지방정부의 행정능력 자체에 의심이 들만하다.

그렇다면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과 규제가 더욱 필요할까?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강력한 규제도 해결책이 아니다. 순세계잉여금이 이렇게 증가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행정안전부가 균형재정의 원칙을 어기고 잘못된 평가 시그널을 지방정부에 준 측면도 있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작성한 지방예산 실무교제를 보면 예산상에서는 수지균형을 맞추지만, 결산상에서는 적당히 남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행안부 지침은 예산안이 집행을 하는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되지 못하고 예산서 따로, 실무 집행 따로의 형식적 예산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예산실무

- 예산상의 수지균형의 원칙이라 함은 예산편성 결과 세입과 세출이 일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형식상의 수지균형원칙을 의미하는 것이며,

- 결산상의 수지균형의 원칙이라 함은 예산집행결과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악하기 위한 것으로 결산시 수지가 완전 균형을 이룰 없으며 지출이 많으

적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수입이 지출보다 약간 상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이에, 그동안 적립한 순세계잉여금의 상당부분을 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할 필요가 있다. 재정안정화기금을 제외한 예산 지출은 ‘동태적 수지균형’에 따라 재정수지를 관리하고 간혹 발생하는 예산(기금 제외)수지 적자는 재정안정화기금이 재정적 완충역할을 제공하여 해결 할 수 있다. 그리고 재정안정화기금이 일정규모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도록 적절한 운용배수를 마련함은 물론 재정안정화기금의 연차별 지출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과거 ‘난방 열사’ 배우 김부선이 아파트 자치회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당시 아파트 자치회 비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아파트자치회에 규제를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해법도 가능하다. 아파트자치회가 문제가 될 수록 아파트자치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존재한다.

지방분권에 맞춰 투명성과 책임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원칙이다. 지방분권을 더욱 강화시키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증대해야 한다. 지방의회와 지역주민이 정치적 역할을 강화하여 순세계잉여금을 적극적으로 지출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아닐까?

이상민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참여연대 활동가, 국회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주특기다. 저서로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공저), <최순실과 예산도둑>(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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