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단독기사 한겨레, '정치 개입'인가 '어뷰징'인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10.1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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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한겨레가 '[단독] 트위터 '혜경궁 김씨', 이재명 지사 부인 아니다'라는 기사를 냈다.  현재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의혹은 크게 3가지다. 친형 강제 정신병원 입원(최근 압수수색을 당했다), 김부선씨와의 스캔들(이재명 지사 본인이 신체 특징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부인 김혜경씨의 문제 트위터 사용 여부(세칭 '혜경궁 김씨' 사건)다. 이 중 해결 기미가 없던 '혜경궁 김씨' 트위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언론 기사가 '단독'까지 붙어서 나왔으니 화제가 안 될 수가 없다. 

그런데 한겨레 기사는 내용이 매우 부실하고, 제목도 잘못 뽑혔다. 언론이 부적절하게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될 것이다. 왜  이 기사가 문제인지, 한겨레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어떻게 어겼는지 아래에서 지적한다.

네티즌들이 제기한 '혜경궁 김씨'와 이재명 부인 김혜경씨 동일인물 의혹.

1. 한겨레는 사실 확인을 못했다

한겨레 기사 내용을 보자. 한겨레는 기사 첫 문장에서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라 이 지사를 잘 아는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적었다. 두번째 문단에서는 "한겨레 취재 결과, (...)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 한겨레는 사실 확인을 못했다. 기사를 보면 이재명 팬카페 운영자가 경찰에서 문제의 트위터 계정(@08_hkkim)의 주인이 이보연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50대 남성이라고 진술을 했다는 내용 뿐이다. 

카페 운영자는 트위터 계정 주인이 50대 남성이라는 주장을 했지만 기사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 이 주장이 신빙성이 있으려면 한겨레가 트위터 계정 주인인 '50대 남성'을 직접 만나거나, 카페 주인이 그 남성을 직접 만났다는 물증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기사에 전혀 없다. 포털과 트위터로부터 가입자 개인 정보를 받아내거나 경찰이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이상, 해당 트위터 주인과 카페 가입자가 동일 인물이고, 50대 남성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없다. 한겨레는 어떻게 트위터 계정 주인이 50대 남성이라고 확신을 할 수 있었을까.

 

2. 수차례 보도됐던 내용으로 한겨레 단독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내용이 전혀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수개월 전에 트위터 주인이 '50대 남성 이보연'이라는 주장을 실은 기사가 여러 건 나온 바 있다. 이 주장은 혜경궁 김씨 의혹이 불거지자 이재명측에서 내놓은 해명에서 발견된다.

이재명 후보는 '혜경궁 김씨'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4월 1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정민식씨가 캡처해 공개한 트윗글에 의하면 정민식씨는 김씨계정을 ‘보연씨’라고 부르고 있음. 카프라365라는 아이디를 쓰는 최모씨는 스스로 ‘이보연’이라고 지칭하는 김씨계정과 오랫동안 소통하였는데, 그의 말에 의하면 김씨계정은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50대 남자라고 함."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11일 이정렬 변호사가 네티즌 1432명의 대리인으로 해당 트위터 계정 소유자와 이재명 아내 김혜경씨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를 했다. 6월 12일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는 트위터 소유주가 김혜경씨가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해당 트위터 계정은 스스로를 이보연이라고 말했으며 국민의 당을 지지하는 5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다.  6월 17일 굿모닝충청은 '혜경궁 김씨+이재명 부인 '김혜경'이 아닌 '이보연'이다...'방증근거' 공개' 기사에서 한 네티즌이 해당 계정을 '이보연'이라고 부르고 있는 트윗을 공개한 사실을 전했다. 

정리하면 트위터 계정 주인을 '50대 남성 이보연'이라고 부른 것은 이재명측에서 제시한 여러 반박 증거중 하나이며 여러차례 기사화 되었다. '50대 남성 이보연'은 네티즌의 추정이며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한겨레가 이들 기사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이재명 팬카페 운영자가 '50대 남성 이보연'설을 경찰에서 증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카페 운영자는 중립적인 증인으로 생각하기 힘들고 마찬가지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3. 한겨레는 어뷰징(제목 낚시)을 했다.

'50대 남성 이보연' 주장은 이재명 지사 측에서 제기한 것이며 여러 차례 기사화됐다. 한겨레 취재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은 '확인됐다'고 주장했고 제목은 '김혜경씨가 아니다'라고 단정까지 했다.    

해당 기사를 보도한 김기성 기자는 수원(성남) 주재 기자로 추정되며 이재명 의혹 기사를 계속 보도하고 있다. 같이 보도한 이정하 기자는 인천 주재 기자로 추정되며 경기도지사 이재명 관련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수십년간 취재를 했고 이재명 의혹 기사를 수차례 썼다면 이 사안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단적정 내용과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낸 것은 클릭수를 유도하기 위한 어뷰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과 윤리를 저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15일 현재 다음에는 6000개 이상의 댓글이, 네이버에는 9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여러 언론이 한겨레 보도를 받아서 기사화했다. 관심 끌기가 목적이었다면 성공적이다.

 

4. 한겨레는 수사중인 정치 현안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

어뷰징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의 정치 개입이다. 언론이 완벽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지만 최소한 사실관계에서는 틀림이 없어야 한다. 한겨레가 입수한 정보가 김혜경씨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로 볼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한겨레가 이재명 지사를 두둔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일부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10월 13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의 트위터 계정으로 의심을 사고 있는 '정의를 위하여' 트위터 계정(@08_hkkim)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는 내용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애초 취지와 다르게 정치적 대립구도로 악용되고 당내 갈등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을 취하했다는 내용이다. 

전 의원이 고발을 취하한 직후 한겨레가 내보낸 이 기사엔 경찰을 압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6.13 지방 선거 전에 카페운영자의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음에도 "이 남성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인다"고 한겨레는 밝히고 있다. 이미 증거는 충분하니 빨리 수사를 종결하라는 압박으로 읽힌다. 똑같은 방식으로 기술할 수 있다. "이재명 팬카페 운영자의 일방적 경찰 진술이 결정적 증거가 되기에 부족함에도 한겨레는 트위터 주인이 김혜경씨가 아니라는 단정적인 보도를 했는데 그 배경에 의문이 인다." 

한겨레 문제제기에 따른 의혹이 확산되자 경찰은 해명자료를 내고 해당 트위터 계정 주인이 아직 확인이 안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은 이재명 팬카페 운영자를 상대로 두차례 조사했으나 운영자가 수사대상자(소위 50대 남성 이보연)에 대한 인적사항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진도가 나갈 수 없었다. 포털사이트에도 문의했지만 정보에 부합하는 트위터 계정이 없었다. 왜 한겨레는 보도 전에 경찰에 사실 확인을 안했을까.  

한국 가짜뉴스의 근원을 밝히는 수준급 기획 기사를 내보낸 한겨레가 이렇게 질 낮은 기사를 검증도 없이 내보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재명을 지지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취재의 성실함과 사실관계의 정확성이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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