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대학입시 단순화와 공정성 제고, 어떻게 되고 있나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9.11.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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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들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는 곧바로 교육 개혁에 대한 요구로 옮겨갔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 교육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조국 정국을 기점으로 교육 개혁에 동력을 싣고자 하는 모양새다.

사실 그동안 교육 정책, 특히 대입 제도 개선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못했다. 정부는 2017년에는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을 유예했고 2018년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용두사미에 그쳤다. 1년 동안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특위,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교육부를 두루 거쳐 도출한 결과는 미진했다. 2018817일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에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30% 이상 소폭 확대하겠다는 데 그쳐 현행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에 마주했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 조국 정국은 교육 정책에 동력을 싣고자 하는 상황을 견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대입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20191022국회 시정연설에서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 할 것이라며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흘만인 201910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정시 확대 방침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교육을 주제로 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 정시 확대 학생부 종합전형의 획기적 개선 고교서열화 문제 해결 공교육의 획기적 강화 등을 지시했다. 특히 서울 상위권 대학의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소 방안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 대선공약으로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부적으로는 대학입시 단순화 대학입시의 공정성 확보 대입 전형 절차 간소화 학교교육 정상화하도록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등이다. 그동안 이 공약들은 어느 정도 진행되어 왔을까? 문 대통령의 교육 정책은 여기에서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을까?

 

 

1. 대학입시 단순화 : 지체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입시 단순화의 세부 공약으로 사교육 유발하는 수시 전형을 대폭 개선하고, 학생부 교과전형·학생부 종합전형·수능전형 3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대입 전형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이후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바로 학생부 위주전형(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전형, 특기자전형, 수능전형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은 이중 사교육을 유발하고 공교육 내에서 대비가 어려운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폐지하고, 나머지 3가지 대입 전형으로 단순화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20191022일 문 대통령의 정시비중 상향발언은 결국 부모와 사교육의 영향을 받는 학종과 논술전형, 특기자전형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예측할 수 있다. 대입제도 개선을 앞두고 교육부는 2019115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교서열화 강화와 학종의 부실평가 문제를 지적했다. 2019117일에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함으로써자사고·외고·국제고 2025년 일반고로 전환하고 2025년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등을 추진키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201911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종을 비롯해 특기자전형이나 논술전형 등 수시전형에서 부모나 사교육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걷어내면 학종 비중이 높았던 대학들은 자연스레 전형 간 비율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11월 말에는 교육부의 대입 전형 제도 개선안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을 몇%로 축소하며 결과적으로 언제쯤 폐지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는 없고, 전형 간 비율을 조정하는 수준에서의 개편만이 논의되는 수준으로 보인다. 물론 문재인 정부 전반기 교육분야 국정과제 주요성과와 향후 방향에 따르면, 논술 및 특기자 전형은 201819473(5.5%)에서 202115097(4.3%)로 지속적으로 감축되고 있다이는 2014년 교육 수요자의 대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교교육에 큰 영향을 주는 대입전형을 모범적으로 꾸린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유지(현재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 명칭 변경)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 기준 가운데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 운영 비율을 축소하거나 폐지한 대학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는 현 정부 들어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고, 사교육을 줄이고 대입 전형을 대폭 개선하는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로드맵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공약은 지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 대학입시의 공정성 확보 : 진행중

이 공약의 세부 항목으로는 대입 부정과 비리 감시를 강화하고, 대입·학사 비리에 연루된 대학은 지원에서 배제하거나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이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감시를 강화하고 예산 내에서 지원 규모를 조정하는 것은 비교적 이행이 수월한 공약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 공약은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부는 2018717대학재정지원사업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대학입시 비리 대학에 대한 감시 체계 강화와 이에 연루된 대학에 각종 지원 제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부정 비리 사항의 검토 반영기간은 최근 1년 이내를 원칙으로 하지만, 입시·학사비리의 경우는 최근 2년 이내로 확대했다. 입시·학사비리 적발 수혜제한 수준도 1단계 상향 조정했다. 또한 입시·학사비리 정도가 가장 심각한 유형I의 경우는 수혜제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등 강화된 기준을 발표했다.

 

3. 대입 전형 절차 간소화 : 진행중

해당 공약은 구체적으로 원스톱 대입정보 제공시스템 구축 강화와 대학입학 전형수 축소 및 대입전형 명칭의 표준화를 약속하고 있다. 대교협은 이른바 어디가로 불리는 대입정보포털의 운영을 강화하는 중으로, 원스톱 대입정보 제공시스템 구축 강화 약속은 이행 중으로 볼 수 있다.

2018830일 발표된 대교협의 ‘202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따르면,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의 명칭들을 학생과 학부모가 2020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전형 명칭을 통일해 표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입전형 명칭을 표준화하겠다는 공약이 진행되고는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대학 입학 전형 수가 구체적으로 줄었는지, 나아가 대입전형 절차가 간소화되었는지는 아직 평가할 지표가 부족하다.

 

4. 학교교육 정상화하도록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 파기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마련을 위한 구체적 세부 공약은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은 절대평가로 추진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검토 예측 가능한 대학입시가 되도록 대입법제화 추진 등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입시 경쟁 완화, 미래 사회 역량 강화, 토론·체험·실습 위주의 학생 중심 교육과정 운영,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권 확대 등을 표방하고 있다. 이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능의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여야 하기에 해당 공약에서도 이를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201881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살펴보면,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지 않았다.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은 상대평가 과목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는 문제는 현재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상황이다. 2019년 수능의 결시율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11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당해 대입에서 수시모집 비율이 77.3%로 역대 가장 크고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늘어난 것이 요인으로 분석됐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이 늘고는 있지만, 대학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르는 현실 속에서는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없고 다양한 수시 전형을 대비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도 시달린다. 또한 대학에서 수능을 입시전형에 자율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는 수시전형에서도 수능의 영향력이 지속되므로, 정규 교육과정에서 지식 암기 중심의 문제풀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해당 공약에서 목표하는 학교교육 정상화로 가는 길을 역행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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