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독일서 가짜뉴스 보도하면 벌금 6백억원”?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1.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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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가짜뉴스에 600억 벌금 물게 해서 ○○(언론매체이름)부터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네”. 최근 한 언론매체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달린 댓글입니다. ‘기레기’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에서 국내언론에 대한 불신은 아주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내 언론의 기사에는 종종 저런 댓글이 붙습니다. 최근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와 관련해서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가짜뉴스를 보도하면 벌금 600억 원을 내야 할까요?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언론 보도로 언론에 수백억 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은 없습니다. 소셜미디어나 기사 댓글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으로 오해받는 독일의 법은 <소셜네트워크 내 법 시행 개선을 위한 법(NetzDG, 이하 네트워크시행법)>입니다.

국내에서는 ‘가짜뉴스 방지법’으로 많이 소개됐는데, 가짜뉴스 자체 보다는 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과 테러 선동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와 같은 SNS상에서 혐오와 차별을 증폭하는 가짜뉴스가 여론을 호도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세계적으로 계속되자, 독일은 2015년에 연방 법무부가 네트워크 제공자 및 시민사회 대표자와의 공동 TF팀을 구성했습니다. 증오범죄 징후가 나타날 것을 대비하여 게시물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고 위법한 콘텐츠의 경우 삭제할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이어 독일연방정부는 2016년 12월 16일에 ‘가짜뉴스(Falschmeldung)’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을 예고했습니다. 연방 법무부 장관인 하이코 마스(Heiko Maas)는 “SNS상의 법집행 개선에 관한 법률안(네트워크 법집행법–NetzDG)”을 발의하여, 2017년 4월 5일에 내각에서 의결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SNS 기업들이 인종차별을 선동하는 글이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게시물을 삭제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 최대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2017년 9월 1일 제정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게시물 관리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도록 법 집행을 2017년 말까지 유예한 뒤,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에 따라 독일 내 소셜 미디어 기업은 사용자가 명백히 불법으로 간주되는 혐오 게시물을 신고할 경우 24시간 이내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합니다. ‘복합적인 사안’일 경우 7일 이내에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대상이 되는 불법 게시물은 혐오 및 차별 발언, 테러 선동, 허위 정보, 아동 및 미성년자 포르노, 위헌단체의 상징물 등입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 기업은 삭제된 게시물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 같은 내용을 위반하면 해당 기업에는 최대 5천만 유로(약 66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발행된 <Germany’s NetzDG: A Key Test for Combatting Online Hate>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는 2018년 1월부터 6월까지 이용자들로부터 24만 1천 여 개의 콘텐츠에 대해 법 위반 신고를 받았다고 당국에 신고했습니다. 유튜브는 이 가운데 27%인 5만8천여 개에 대해 차단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페이스북은 1천704건의 신고를 받고 362건에 대해 삭제 등의 조처를 했습니다.

출처: Germany’s NetzDG: A Key Test for Combatting Online Hate 보고서
출처: Germany’s NetzDG: A Key Test for Combatting Online Hate 보고서

이처럼 독일의 ‘네트워크시행법’은 가짜뉴스가 아닌 이미 형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불법 표현물’의 처벌을 소셜미디어 사업자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법안이 겨냥한 대상은 ‘가짜뉴스’라기보다 ‘혐오발언’입니다. 독일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발언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에 가짜뉴스방지법으로 알려진 독일 네트워크시행법안의 요점은 증오발언을 삭제하지 않고 유통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사업자들도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안을 주도한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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