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선거,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SNS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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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선거,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SNS에 쏟아진다
  • 문기훈 팩트체커
  • 승인 2019.11.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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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시민단체 AVAAZ, 페이스북 허위정보 분석 보고서 발간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가짜 뉴스’였다. 선거기간 내내 특정 후보를 비방하고 흠집내기 위한 허위-조작 정보가 SNS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렸다. 가짜 뉴스에 노출된 유권자가 전체 4명 중 1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여기에 선거기간 동안 러시아 정보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유력 소셜 미디어에 조직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했음이 밝혀지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US 2020: ANOTHER FACEBOOK DISINFORMATION ELECTION? 보고서 표지.
US 2020: ANOTHER FACEBOOK DISINFORMATION ELECTION? 보고서 표지.

 

그런 가운데 지난 11월 5일, 다국적 시민단체 AVAAZ에서 가짜 뉴스가 미국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보고서(U.S. 2020: Another FActbook Disinformation Election?)를 발간했다. 언론 검증 결과 거짓으로 판명된 정치분야 가짜 뉴스 가운데 올해 첫 10개월간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반응을 얻은 100가지를 선정, 집중 분석한 결과다. 대선을 일년여 앞둔 현 시점에서 해당 정보들은 2300만번 넘게 공유됐으며 전부 합쳐 1억6000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국 내 전체 유권자 수가 지난해 기준 1억5300만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보고서는 페이스북이라는 특정 SNS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정치분야 허위-조작정보만을 다루고 있다. 인터넷 정보 생태계 전반에 대해 일반화하기는 다소 어렵다는 말이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뉴스 소비가 늘고 있는 추세인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고서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지금까지 목격하지 못했던 엄청난 분량의 가짜뉴스를 목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한국에도 참고할 내용이 분명 있다. 허위-조작정보의 유통 경로가 다변화하는 가운데 해당 연구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함의가 결코 작지 않다. 보고서의 시사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가짜뉴스는 선거철에 특히 기승을 부린다.

정치 분야 허위정보 조회수 추이를 3개월 간격으로 살펴본 결과, 대선 국면이 본격화한 올 8월부터 10월 사이 그 전 기간 (5월-7월)에 비해 조회수가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천 7백만 à 8천 6백만).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혼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선거 정국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림에 따라 관련 허위정보의 유통 및 소비가 더욱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앞선 지난 2016년 대선 기간동안 허위정보 확산 양상을 분석한 버즈피드 기사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버즈피드에 따르면 당시 대선을 석 달 앞둔 시점부터 가짜 뉴스의 좋아요, 답글 및 공유 수가 기존의 3배 가깝게 상승, 같은 기간 기성 언론사 뉴스의 그것을 앞질렀다.

 

  1. 가짜뉴스는 상당 부분 개인에 의해 생산되고 확산된다.

보고서는 정치성 허위정보의 출처를 개인 계정, 정치 커뮤니티 페이지, 대안언론, 정치인, 기성 언론 5가지로 세분화하여 집계했다. 그 결과 개인 계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39프로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림 1>. 언론이 ‘가짜 뉴스’의 주범일 것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적어도 페이스북 내에서는 회원 개개인이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말이 된다.

그림 1. 허위조작정보를 제공한 페이스북 계정 유형. 개인, 정치페이지, 대안미디어, 정치인, 주류 언론 순이다.
그림 1. 허위조작정보를 제공한 페이스북 계정 유형. 개인, 정치페이지, 대안미디어, 정치인, 주류 언론 순이다.

<그림 1> 허위 조작정보를 제공한 페이스북 계정을 종류별로 나타낸 그래프. 위에서 아래 순으로 개인, 정치 커뮤니티 페이지, 대안언론, 정치인, 기성 언론을 나타낸다. 개인의 비중이 기성 및 대안 언론사를 합친 것보다 두배 가깝게 높음을 알 수 있다.

 

  1. 가짜뉴스는 네거티브에 초점을 맞춘다.

특정 인물을 비방하기 위한 이른바 괴담-음모론 성격의 네거티브 허위정보가 전체의 91프로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는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이자 무슬림인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이 과거 알 카에다의 훈련 캠프에 참여했다거나, 트럼프의 조부와 부친이 각각 매춘 알선업자와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의 회원이었다는 등 황당무계한 것들도 있었다.

 

  1. 팩트체크는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AVAAZ가 분석한 허위-조작정보의 62프로가 민주당 및 진보진영 인사를 공격하는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회수로 따지면 전체 1억 5천 8백만 가운데 1억 4백만회에 달했다. 구체적인 공격 대상 가운데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이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 공화당 측을 겨냥한 허위 정보는 29프로에 그쳤다. 모두 합쳐 조회수 4천 9백만회를 기록했다.

흔히 언론의 중립성을 이야기할 때 좌우 정치 진영의 주장을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는 ‘기계적 중립’을 강조한다. 하지만 보고서가 보여주듯 특정 정치 진영에서 허위 주장이 명백하게 많이 나오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팩트체크 보도의 대원칙은 주장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기계적 중립 혹은 양적 균형이라는 명분 하에 진영에 따라 검증을 피하거나 인위적으로 검증 대상을 달리한다면 팩트체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소셜 미디어가 정치성 허위-조작정보의 온상이라는 지적이 커지자 플랫폼 사업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위터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트위터는 아예 모든 정치 광고 게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컨텐츠 규제에 미온적이던 페이스북 역시 올해에만 54억개의 가짜 계정을 적발해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SNS 상의 허위-조작정보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 AVAAZ의 설명이다.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2016년 대선 직전에 비해 대선을 일년여 앞둔 현 시점에서 가짜 뉴스의 조회수가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페이스북의 대책이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는커녕 더욱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았을 수 있다 (However, our investigation shows that Facebook’s measures have largely failed to reduce the spread of viral disinformation on the platform. To the contrary, they might have even allowed it to grow)’고 해석했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대선 역시 허위-조작정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AVAAZ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팩트체커들과 협업하여 허위-조작정보에 노출된 모든 회원들에게 정정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도를 통해 잘못된 내용을 정정할 수 있는 언론사와는 달리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는 한번 전파된 허위 정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사후 정정 메시지를 통해 허위 정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를 다수 찾을 수 있었다.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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