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극장, 노키즈존 가능하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2.0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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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가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편에 이어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난데없이 아이들의 영화관 출입을 금지하자는 ‘노키즈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노키즈관’이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했습니다.

중앙일보 설문조사 뒤 '노키즈관' 논란 커져

‘노키즈관’ 논란은 성인 관객들이 아이들의 소음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작됐습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겨울왕국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은 심야 영화만 봐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애들 소리, 무개념 부모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이 영화 볼 어른은 나중에 보길 바란다. 영화 상영 중에 어린이가 이야기하고 통로를 왔다 갔다 하는데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등의 불평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들에는 “노키즈관이 생겨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논란을 더 한 것은 한 언론사의 페이스북 설문조사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자사의 페이스북에 ‘노키즈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아이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 볼 권리 있다”와 “전체관람가 영화에 아이 쫓아내는 건 말도 안돼”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설문조사에는 약 2만2000명이 참여했는데, “아이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선택이 70%로 “전체관람가 영화에 아이 쫓아내는 건 말도 안 돼”의 30%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해당 설문의 댓글에는 설문조사를 지적하는 내용도 많았습니다. 전체관람가 등급의 영화에서 어린이들에게 어른의 기준을 들이대는 것도 매정한데, 아동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3일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에는 ‘아동 혐오’가 3위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노키즈관 찬반 주장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반대 의견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어린 관람객들로 붐비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전체 연령가인만큼 어린이들도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할 권리가 있다”

 

“타인에게 소음으로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어린이가 입장할 수 없는 영화관을 만드는 것은 특정 고객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기본권을 침해한다. 이로 인해 어린이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자연스레 차별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

 ◈ 찬성 의견

“영화를 집중해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 이다”

 

“1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동안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노키즈존을 만들어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자”

노키즈존 확산, 법원 판결도 한 몫

국내에 노키즈존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4년부터입니다. 당시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이 발단이었습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기를 데리고 온 엄마가 대소변이 그대로 있는 기저귀를 처리하지 않고 가서 불쾌했다.”, “옆 테이블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있었는데 아이가 쉬가 마렵다고 하니까 컵에다가 소변을 받았다”는 내용들입니다. ‘맘충’이라는 혐오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입니다. 일부 업주들은 실제로 그런 문제가 생기자 “아이가 없는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노키즈존을 시작했습니다.

노키즈존이 확대된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가게에서 일어난 어린이 관련 사고입니다. 지난 2008년 숯불갈비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만 24개월 된 아이가 화로를 옮기던 식당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는데 식당 주인이 50%의 책임을 졌습니다. 2011년에는 부산에서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혀 10세 아이가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법원은 종업원의 부주의와 식당 주인의 안전 교육 미흡을 이유로 4100만원을 배상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5년 강원도 춘천의 한 음식점에서는 종업원이 찌개를 운반하던 중 유모차에 탄 아이에게 국물을 쏟아 아기 허벅지에 화상을 입힌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식당의 책임을 70%, 부모의 책임을 30%로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업주 입장에서는 가족단위 손님을 받아서 얻는 이익보다 한 번의 사고로 배상하는 액수가 훨씬 크기 때문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노키즈존 도입' 찬성 여론이 높아

지난 6월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노키즈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66.1%가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60.9%는 공공장소에서 어린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편을 겪었던 장소로는 음식점이 가장 많이 꼽혔고 카페, 지하철, 극장, 대형마트 순이었습니다. 응답자의 74.1%가 “대체로 이해는 하지만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세대별로는 20대에서 77.6%로 가장 높게 나왔지만, 성별과 결혼 여부, 자녀 유무와는 무관하게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주목할 만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를 둔 기혼자 그룹에서 노키즈존 반대보다 찬성이 두 배 가량 더 높았다는 것입니다. 반대가 29.3%였고, 찬성은 54.8%였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사례가 많다보니 차라리 아이들을 마음 편히 데려갈 수 있는 장소에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입니다.

해외에서도 운영되는 사례는 있습니다. 인종·종교·출신·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에는 매우 민감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노키즈존은 ‘차별’이 아니라고 보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공연장이나 예약이 필수인 고급음식점에서 노키즈존 표시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최근 노키즈존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 시정권고 했지만 강제력 없어

지난 2017년 제주의 한 레스토랑에서 9세 아이를 동반한 부모의 입장을 거절했던 사안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노키즈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는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인권위법 제2조 제3호의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 그리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근거로 노키즈존을 차별로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CRC: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2조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각 아동에게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 3조 1항은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이 실시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 31조 1항에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고 되어 있으며, 2항에는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 하고 촉진하며 문화 예술 오락 및 여가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노키즈존이 불법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국가인권위의 권고사항은 강제력이 없습니다.

반면 업소는 헌법 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됩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식당이나 영화관에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키즈존’과 ‘노키즈존’을 구분한다면 ‘차별’에 해당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지도에서 ‘노키즈존’으로 장소검색을 하면 717곳이 나옵니다.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 지도도 있습니다.

 

'00금지구역' 차별의 보편화 우려

얼마 전 부산의 한 커피전문점에 ‘노틴에이저존’ 즉, 청소년 출입금지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들어 인근의 중·고등학생들이 매장에 방문하여 직원들에게 욕설, 무례한 언행, 바닥에 침뱉기 등을 알삼은 사유로 매장의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부모님을 동반하지 않은 중고등학생 손님을 받지 않겠습니다”는 안내문을 매장 입구에 붙여놓았습니다. 이후 안내문을 내렸지만, 노틴에이저존도 노키즈존과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에 대한 공격이 차별로 이어진 예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초등학생 입장을 막는 서울 강남의 PC방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차별을 통해 쾌적함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된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차별을 목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를 남발하는 중년들을 막는 '꼰대금지구역', 특정 젠더를 막는 '여성금지구역'이나 '남성금지구역', 대중교통에서 무례한 노인들이 싫으면 노인탑승금지 차량 등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여론조사에서도 노키즈존이 사회 전반에 확대되는 것은 경계했습니다. 어린이와 부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고, 일부의 아이들과 부모들 때문에 전체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배경입니다. 흡연자의 출입이 아닌 흡연 행위를 규제하는 것처럼 문제가 되는 아이의 행동을 규제해야지 아이라는 대상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키즈존’의 문제는 아이가 아니고,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방관하는 일부 부모들의 문제입니다. 아이가 가게 안에서 시끄럽게 하고 뛰어다녀도 기죽이지 않겠다고 방치하거나, 순전히 아이들 때문에 더 어질러진 것을 업소가 할 일이라고 놔두고, 아이를 핑계로 지나친 요구를 하는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키즈존 관련 기사나 글에서 호응을 높은 댓글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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