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해밍턴 금강산 관광...현재 남북대화 '유일한 끈'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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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샘 해밍턴 등 외국인 방송이 5명이 지난 10월 북한 금강산 관광을 다녀온 사실이 지난달 29일 토요일에 보도됐습니다. 이들은 금강산 남측 시설을 방문했고, 금강산도 등반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하기 직전입니다. SBS 남북교류협력단이 이들의 방문기를 담아 제작한 '경계를 넘다' 3부작은 오는 7일 방송됩니다. <샘 해밍턴의 금강산 방문>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관광대국' 끝나지 않은 꿈

지난 10월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걷어내라고 한 것은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남북 화해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은 한국정부에 경고를 보내려는 것, 그리고 실제 금강산을 대규모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북한은 원산-갈마 해안지구를 비롯해 삼지연군 관광단지,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등 ‘3대 국책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강산과 원산-갈마지구, 마식령 스키장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관광벨트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외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측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건물을 올려놓은 뒤 내부 인테리어를 중국 쪽에 맡기고 사업 운영권을 주는 방식으로 개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업성입니다. 현재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수는 대략 연 2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중에 중국인이 90%입니다. 이 정도 대규모 관광단지가 유지되려면 관광객 숫자가 증가해야 하고 관광객 국적이 다원화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남한측의 관광객 유입이 필수입니다. 2007년 당시 한국의 금강산관광객은 34만명이었습니다. 북한이 샘 해밍턴을 초청해 관광을 시킨 것은 여전히 금강산 관광은 매력적이며 외국인과 남한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2. 유일한 끈

최근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남한을 자극하고 있고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남북 군사 대화는 사실상 단절 상태입니다만금강산 철거의 경우 통일부와 북한 당국이 그나마 대화라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남북대화의 '유일한 끈'이 금강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엔 대북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미협상급의 대형 이벤트가 아니라면 현재 한국이 주력할 수 있는 것은 북한과의 관광교류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측은 재사용이 불가능한 온정리라든지 고성항 주변 가설시설물부터 정비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강산 온정리 구룡마을의 경우 컨테이너 가건물이 10년 이상 방치되어 녹이 슨 상태입니다. 노후시설 개보수 필요성은 언급됐지만 정부가 정비 대상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입니다. 일부 남측 시설을 철거하면서 북측과 접촉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김연철 통일부장관과 최문순 강원지사는 관광재개 필요성 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2일 강원 양구 두타연 입구에는 금강산 가는 길안내소가 문을 엽니다. 관광재개에 대한 강원도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 화해의 상징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12월이 고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0월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찾은 뒤 “2020년 세상이 놀랄 웅대한 작전을 구상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올 연말을 북미협상 데드라인으로 잡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12월이 왔습니다. 북미협상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여전히 북한과 미국의 카드가 맞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다시 핵 도발을 하는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ICBM과 핵실험을 재개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을 세게 압박하겠다는 겁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지난 10월에 금강산을 다녀온 샘 해밍턴의 소식이 지금 전해진 것에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SBS는 샘 해밍턴 금강산 방문 다큐멘터리를 이달에 방영합니다. 이 달을 넘기면 의미없는 영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정부 당국과 방영 시기를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북한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만에 하나 북한이 북미협상 파기를 선언하고 강경모드로 돌아선다면 문재인 정부는 매우 난감할 것입니다. 내년 4월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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