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데이터 은폐는 불가능하다. 민간에서 끊임없이 조사하기 때문"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19.1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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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국가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합니다. 원전사고 지역에서 약 67km 떨어진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도 경기가 열립니다. 한국 응원단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해야 합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이후 최근까지 수 많은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방사능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8년째 똑같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봐서는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한지 알 수가 없습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후쿠시마 주요 지점 방사능을 직접 측정해 방사능 지도를 그렸습니다. 이 기사와 지도가 한국 국민과 정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팩트입니다.

[모두를 위해 '후쿠시마 방사능 지도'를 그리다] 시리즈

"그래서, 후쿠시마 어디가 위험하고 어디가 안전하다는 거야?"

JTBC는 왜 일본시민단체로부터 '방사능 편파보도' 항의를 받았나

③ 사고 5km 이내 높은 수치...후쿠시마 경기장 방사선은 '보통'

후쿠시마 음식 37개 측정...전체 방사선 이상 없어

⑤ '후쿠시마 방사능' 위험지역과 안전지역을 확인하다

⑥ "문제 없다"와 "끝났다" 사이에 '후쿠시마의 진실'이 있다

⑦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는 암이 아니다. 공동체와 산업의 파괴다"

⑧ "도쿄올림픽 후쿠시마 경기, 원전사고 종식되었다는 식으로 이용될까 우려"

⑨ "일본 방사능 데이터 은폐는 불가능하다. 민간에서 끊임없이 조사하기 때문"

⑩ [기고] 시민들이 측정해 만든 '일본 방사능 지도' 어디까지 믿을수 있나?

⑪ [팩트체크] 일본정부가 원전사고 뒤 방사능 기준치를 낮췄다?

⑫ 방사선 안전기준치와 선량한도치는 100배 차이가 난다

⑬ [팩트체크] 후쿠시마는 체르노빌보다 11배 큰 원전사고다?

⑭ [팩트체크] 후쿠시마 사고 후 도쿄전력 임원들 해외도피?

⑮ [팩트체크] ‘먹어서 응원하자’ 참여한 일본연예인 피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옛날, 한 용감한 사내가 사람들이 물에 빠지는 것은 그들이 중력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를테면 그들이 이러한 관념을 미신적 관념, 종교적 관념이라 명언하고 머릿속에서 몰아내 버리면 모든 수해를 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일생 동안 중력의 환영과 싸웠는데

 

28세의 마르크스가 집필한 도이치 이데올로기의 한 대목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마르크스는 사람이 물에 빠지는 것은 중력이 있다고 믿어서이며, 이러한 믿음을 버리면 물에 빠지지 않을 거라 강변하는 지식인들을 비판했다. 현상계에는 사람들의 인식과 무관하게 중력이 존재한다. 따라서 헤엄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중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물에 빠진다. 우리가 관념이 아닌 실재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훗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불린 이 청년의 판단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불이 뜨겁다고 믿으니 가까이 손을 가져가면 데이는 것이다”, “취업난이라고 믿으니 취직이 안 되는 것이다같은 말이 얼마만큼의 타당성을 지닌다고 생각하나.

한국 언론의 후쿠시마 관련 보도의 양상을 보자. 청년헤겔파가 넘쳐난다. 팩트보다 프레임이 먼저다. 이러한 사고 패턴이 합리화고정되니 객관적 사실이 왜곡 인지되어도 모순을 깨닫지 못한다. 아니, 도리어 문제제기가 공격당하는 상황마저 조성되어 있다. 이쯤 되면 거의 신화’ 수준이다.

후쿠시마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본격화된 것은 지난 7월 일본의 수출제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던 상황에서 방사성물질의 위협이 산재하니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판단의 근거가 될 만한 데이터를 제시하는 언론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특히 방송사의 경우 대부분 8년째 이어져온 후쿠시마 관련 보도의 패턴을 답습했다. 뿐인가. 현지의 방사성 물질 오염 실태를 과장했을 뿐만 아니라반일 정서를 자극하고자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취사선택하고 의미를 왜곡했다. 기기 사용법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방사선 수치를 측정해 그대로 보도하는 낯 뜨거운 사례도 있었다.

뉴스톱》 후쿠시마·도쿄 방사능 특별취재팀(이하취재팀”)이 진행한 인터뷰의 주인공 다테노 준 선생은 평생신화의 대척점에 서 있던 인물이다. 1936년 만주 태생인 그는 도쿄대학교 공학부 졸업 후 일본원자력연구소(JAERI,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전신) 연구원을 거쳐 동 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주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민간싱크탱크 핵에너지연구정보센터(NERIC, 1979년 설립)의 상임이사사무국장으로 활약해왔다. 원자력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일본과학자회의(JSA, 전신은 1946년 설립된 민주주의과학자회)는 일본의 어두운 과거사를 직시반성하고, 탈핵반전평화 등 새로운 사회적 흐름을 주도하는 일본 과학계의 최대 양심세력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에서는오염수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청정수라서가 아니다. 복잡한 방사성물질의 구성비를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다)

[사진 1] 다테노 준 선생(핵ㆍ에너지연구정보센터 사무국장)은 최고수준의 원전 문제 전문가이자 일본 과학계의 양심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의 한사람이다.
[사진 1] 다테노 준 선생(핵ㆍ에너지연구정보센터 사무국장)은 최고수준의 원전 문제 전문가이자 일본 과학계의 양심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의 한사람이다.

취재팀

맨 먼저 드릴 질문은 후쿠시마 제1원전과 사고와 수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에 관한 것입니다. 개괄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다테노

2011311일 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수소폭발과 정전이 이어지면서 원자로 내부에 물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고, 온도가 상승하면서 노심용융이 일어났지요. [그림 1]은 후쿠시마 제1원전 1, 2, 3호기의 노심격납용기 안 데브리(debris, 녹아버린 연료 덩어리)의 분포를 추정한 것입니다.

[그림 1] 1호기(왼쪽)의 압력용기 내부에는 데브리가 거의 없는 상황. 대부분은 격납용기 내로 녹아 떨어져 내렸다. 2호기(가운데)에서는 압력용기 아래쪽에 많이 남아있는 상태. 격납용기 안에는 많지 않다. 3호기(오른쪽) 의 경우 압력용기에는 적다. 격납용기에는 어느 정도 남아있다.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1] 1호기(왼쪽)의 압력용기 내부에는 데브리가 거의 없는 상황. 대부분은 격납용기 내로 녹아 떨어져 내렸다. 2호기(가운데)에서는 압력용기 아래쪽에 많이 남아있는 상태. 격납용기 안에는 많지 않다. 3호기(오른쪽) 의 경우 압력용기에는 적다. 격납용기에는 어느 정도 남아있다.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2] 후쿠시마 제1원전의 압력용기, 원자로의 본체다.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2] 후쿠시마 제1원전의 압력용기, 원자로의 본체다.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2]는 압력용기, 원자로의 본체입니다. 연료봉이 들어가 있고, 다시 연료봉 몇 개를 묶은 연료집합체가 있지요. 이 부분의 온도를 식히지 못해 온도가 상승하다 녹아버린 겁니다. 그 결과 연료가 흘러내려서 아랫부분에 고여 있게 되었지요. 압력 용기에 구멍이 나면서 심지어 그 아래로까지 떨어지게 되었고요. [사진 2]에 보이는 조약돌 같은 물체가 데브리입니다. 그리고 L자 모양의 금속 조각이 보이는데 연료집합체를 끌어올린 손잡이 부분입니다. 주로 지르코늄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화하면 지르코니아(zirconia)가 되지요. 이게 녹아서 쌓이면 방사선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그림 3]처럼 물을 순환시켜서 온도를 낮춰줘야 합니다. 여기 방사성물질이 고여 있다가 물속으로 유입되는데, 이 물을 그냥 방류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정화시켜 탱크에 저장하는 거고요. 이런 정화처리를 해주는 것이 다핵종 제거 설비, 바로 ALPS입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서는 이렇게 처리된 물이 탱크에 가득 차 있습니다.

원전 지하로 흘러온 많은 양의 물은 데브리가 있는 지점에 모입니다. 방치하면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주위에 차수벽을 두르지만 실제로 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차수벽을 이용해 지하수를 밖으로 유도해도 물이 안으로 들어오니 펌프로 퍼 올려 처리한 뒤 [그림 4]처럼 바이패스(bypass)를 통해 바다로 방류합니다. 이 물에 일정 정도의 방사능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원자로 건물 내부를 순환하는 물은 밖으로 방류되지 않고 탱크 안에 저장되지요. 이 양이 늘어나면서 방류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주로 트리튬(삼중수소)이라는 방사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를 ALPS로 제거할 수 없어서 너무 많은 양이 축적되면 문제가 됩니다. 한국 언론에서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는 걸로 보이고요.

전문적인 내용이라 다소 이해하시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제대로 알려드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세하게 설명해드렸습니다. 언어는 다를지 몰라도 수치나 과학적인 용어는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림 3] 원자로를 중심으로 한 물의 순환.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3] 원자로를 중심으로 한 물의 순환.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4] 지하수 바이패스의 구조. (도쿄전력 공개 자료)
[그림 4] 지하수 바이패스의 구조. (도쿄전력 공개 자료)

 

"방사성물질 해양방류 현지 주민도 반대해"

취재팀

방금 전에 말씀하신 바로 그우려가 다음 키워드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방사성물질의 해양 방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테노

조금 전에 지하수를 위한 바이패스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법률로 정해놓은 것보다 낮은 트리튬과 스트론튬의 농도를 자체적으로 정해놓고 대략 하루 400톤 정도씩 내보내고 있습니다. 다핵종 제거 처리를 마친 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일본에서도 논란이 있지만,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법률이 정한 수치에 따라 방류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현지 주민, 특히 어업 관계자들은 소문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서 설령 건강에 영향이 없는 정도의 수치라 할지라도 방사성물질을 내보내는 데는 강하게 반발합니다. 도쿄전력도 탱크 부지가 없으니 가능하면 방류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 경우 사방에서 뭇매를 맞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스리마일섬(TMI)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트리튬 수액이 대량으로 발생했는데, 당시에는 그것을 증발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강에 방류하면 주민들의 반발을 받게 되니까 취한 조치였는데요. 증발시켰다 하더라도 환경에 노출시킨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AL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적이 있어서 탱크 안에 트리튬 외에도 상당량의 스트론튬세슘이 함유된 물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이것을 방류하면서 스트론튬 등을 다시 한 번 ALPS를 통해 완전히 제거할 것인지, 아니면 희석시켜 방류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취재팀

그야말로악순환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이군요. ‘고리를 끊어야 할 것 같은데요.

다테노

데브리를 제거해야지요. 데브리의 선량은 1017베크렐로 상당히 많습니다. 이것을 꺼내려면 원자로 건물의 압력용기 안으로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시간당 10시버트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1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양이죠. 그래서 로봇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향후 10년 이내에 데브리의 수거가 개시되면 최종적으로 작업이 완료되는데 304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정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수거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데브리를 어떻게 할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취재팀

트리튬에 대해서 언급하시니 말씀인데, 한국에서도 월성 원전에 사용되는 이른바 캔두(CANDU)형 원자로에서 트리튬이 다량 배출된다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천 톤이라는 양에 대해서만 들으니 어느 정도인지 느낌이 오지 않는데요. 예를 들어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다테노

ALPS 처리수 안에는 선량 1015베크렐의 트리튬이 들어있는데 법률에서 정한 한계 농도에 따라 하루 1천 톤을 방류했다고 하면 1년에 1013베크렐 정도가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면서 완전히 처리하는데 50년이 걸리지요. 10배로 늘려서 하루에 1만 톤씩 방류한다 쳐도 5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량의 물을 방류해야하기 때문에 어업에의 영향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가압경수로(PWR)나 비등경수로(BWR)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원전이 가동될 때 대략 이 정도가 방류됩니다. 그렇게만 보면 딱히 문제 삼을 정도의 수치는 아니라는 거지요.

그리고 캔두형 원자로가 다량의 트리튬을 배출하는 건 사실입니다. 1기에 1014베크렐 정도인데 말씀드린 1천 톤의 처리수에 포함된 양의 10배 정도니까요.

 

"태풍 하기비스 이후 아무 문제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취재팀

기술적 측면에서만 보면, 어느 정도 사고 수습이 이루어진 상황이기는 한가요.

다테노

어느 정도는 수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예컨대 지난번 태풍(하기비스)이 왔을 때 정말 아무 문제도 없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뭐라고 잘라 말할 수가 없어요. 지하수가 흐르고 있고, 그것까지 완전히 클로즈(close) 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지하수를 통해 바다에 흘러들고 있는 부분도 간신히 통제는 되고 있습니다.

 

취재팀

요즘도 계속 제염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선량도 선량이지만 그 밖의 원인에 따른 피해도 심각했다는 게 후쿠시마에서 뵈었던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다테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서 전체적으로 방출된 선량은 1015베크렐인데, 처음 전원이 멈췄을 당시 원자로 안에 얼마만큼의 방사능이 있었느냐면, 요오드-1316000PBq, 세슘이 700PBq 정도였습니다. 그중에서 대기로 방출된 양과 바다로 방류된 양은 [그림 5]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요. 바다에 방류되는 경로는 다시 직접적인 유입과 하천을 통한 유입으로 나뉩니다. 세슘은 땅에 흡착되기 쉽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짧아서 점점 줄어들지만 세슘은 문제가 되지요. 그래서 계속 제염을 실시하는 중이고요.

그리고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사고 당시 피난과 관련해서 빚어진 혼란에 대해 지적하고 싶습니다. 당시 주민들은 원전이나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아니라 TV를 보고 사고 발생에 대해 알았습니다. 병원에서 대피하던 도중에 사망하신 분도 계시고요. 피난생활이 길어져 생활설계가 파탄을 맞게 된 것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물론 지진해일도 엄청난 피해를 주었지만 말입니다.

[그림 5] 방사성물질의 방출량 (대기 및 해양)
[그림 5] 방사성물질의 방출량 (대기 및 해양)

 

"피난지시 해제 관련 일본에서도 논란 분분해"

취재팀

피난지시 해제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테노

방사선 수치 감소에 따라 여러 곳에서 피난지시가 해제되고 있습니다. 한해 적산 선량(integral dose) 20mSv 이하, 인프라의 복구, 그리고 지자체 주민과의 협의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지요. 적산 선량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특히 방사선 피폭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적은 선량이라도 절대 안 된다는 쪽과, 자연에서도 방사선은 존재하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쪽이 격론을 벌이는 중이지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암 발병률과도 연관되니까요.

 

취재팀

특히 갑상선암과 관련된 우려가 주를 이루지 않습니까?

다테노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는데, 체르노빌의 경우 대량의 요오드가 방출됨에 따라 어린이들의 갑상선암 발병사례가 많이 발생했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경우는 다르다고들 합니다. 여기에도 논란은 있지만.

 

"강화된 식품 세슘 기준치 적용 2016년 조사에서 문제 없어"

취재팀

제염상황이나 식품 오염에 관한 의문도 도쿄올림픽 때문에 큰 이슈로 부각되었습니다.

다테노

제염은 약 98퍼센트 정도 완료되었습니다.

식품 오염은 사고 당시에는 잠정 규정치를 설정해 규제하다 이듬해 4월부터 새로운 기준치를 설정했는데 [그림 6]에서 확인하실 수 있듯이 무척 엄격해졌지요. [그림 7]은 후쿠시마 산 현미에 함유된 세슘의 검사결과입니다. 2012년도와 2016년도의 수치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2016년도에는 오염도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요. 이 자료의 데이터는 전수조사를 통해 얻어낸 것이니 실제로도 문제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림 6] 방사성 세슘의 기준치 (2012년 4월부터 시행)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6] 방사성 세슘의 기준치 (2012년 4월부터 시행)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7] 후쿠시마산 쌀(현미) 안의 세슘 검사 결과.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그림 7] 후쿠시마산 쌀(현미) 안의 세슘 검사 결과.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취재팀

한국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확산된 소문 중에 고농도의 방사성물질이 담긴 검은 봉지가 태풍으로 인해 대량으로 바다에 유입되었다는 게 있었습니다.

다테노

유연성 용기(flexible containers), 프레콘백 말씀이시군요. 프레콘백에 담긴 방사성물질은 선량이 높지 않습니다. 낙엽을 긁어모으거나 표토를 담은 것인데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배출한다고 볼 수 없지요. 다만, 지면에 계속 방사성물질이 옅게 덮여있는데, 그곳을 이를테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지나다니면 안 되니 따로 모아둔 겁니다. 고선량의 방사능물질이 바다로 유입되었다면 어떤 형태로든 보도가 될 겁니다. 오히려 얼마 전 홍수로 후쿠시마의 지하수가 어떻게 되었는지 쭉 TV를 보면서 보도상황을 체크했는데 거의 나오지 않더군요. 이러한 내용들이야 말로 주목해야합니다.

다만 프레콘백의 경우도 역시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입니다. 후쿠시마 현에서 인근의 산 속에 버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다른 현에서 모두 거절했으니까요. 어쩔 수 없으니 후쿠시마 현 안에 저장시설을 만들어 저장중입니다. 그밖에도 앞으로 폐로작업을 하게 되면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게 될 텐데, 이 또한 후쿠시마 현에 중간저장시설을 지어 해결해야 합니다. 이는 원전이 존재하는 나라라면 분명히 참고해야할 내용입니다.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그 폐기물을 어디서도 맡아주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부적으로 처분해야 하거든요.

 

"태풍 유실로 인한 일시적 방사능 상승, 건강피해 줄 가능성 낮아"

취재팀

태풍에 프레콘백이 떠내려가서 방사선 수치가 높아졌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다테노

흐르는 물의 양이 늘어나니 오염된 부분에서도 물이 흘러나와서 방사선 수치가 상승할 수는 있습니다. 이게 2, 3배가 되면 문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1, 2할 정도의 일시적인 상승이 직접적인 건강피해를 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취재팀

정확한 진실의 규명은 중요하지만 역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공포심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테노

학자들 사이에서도 저선량 피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문제가 신념에 관한 논쟁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신념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실증성(positivité)을 중심으로, 사실에 근거한 증명이 이루어져야지요.

다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경제적 손실은, 최근 언론에서도 보도되고 있지만, 배상, 제염, 중간저장시설, 폐로 등에 11조 엔이 소요될 거라고들 했는데, 재검토를 거쳐 20억 엔이 들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원전 사고가 나면 이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겁니다.

 

"일본 전체가 데이터를 감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취재팀

일본 정부는 방사능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뭔가 감추고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들 합니다.

다테노

국가 대 국가의 경우 아무래도 정부에 주목을 하게 되는 게 보통이지만, 실제로는 일본 안에서도 도쿄전력, 원전 제조업체, 원자력규제위원회(https://www.nsr.go.jp), 일반국민 등의 감정이 다 각각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경제산업성이 전체를 파악하고 추진과 규제를 도맡아 했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그 기능이 분산되어 거국적으로 데이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은폐가 어려워지고 있는 거지요. 예컨대 트리튬수라고 생각했던 물에 다른 방사성물질이 섞여있다는 사실도 원래는 도쿄전력에서 적극적으로 공표하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그러니 나라 전체가 데이터를 감추고 있을 거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관련 시민단체들도 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 지인들도 끊임없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으니까요.

[그림 8]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에서 매월 발간하는《NERIC News》. 관련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그 권위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림 8]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에서 매월 발간하는《NERIC News》. 관련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그 권위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취재팀

현재 일본의 원전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백래시(backlash)가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을 텐데요.

다테노

정부의 2018년 에너지기본계획에는 원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전에 발표된 2030년 에너지믹스의 전원 구성비에서 20에서 22퍼센트라는 원전의 수치가 바뀌지 않았다는 거지요. 이것을 숨은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60퍼센트 정도가 원전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사를 거스르기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관계당국이 국제사회에 설명하겠다고 했으니까 방출이 결정되면 입회나 출입검사를 요청하거나 IAEA에서 함께 와서 해양 방출이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지 건의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백래시 이야기를 하셨는데, 실제로 산업계와 경단련(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적합성 심사를 맡고 있는데 지나치게 상황이 나쁜 것은 걸러내는 등 어느 정도 타협해가면서 재가동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20194월말 현재 적합판정을 반은 원자로가 15(이중 9기는 이미 재가동), 심사 중인 것이 12. 폐로 판정을 받은 것이 21기입니다. 심사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원전도 8기가 있는데 새로운 규제기준을 만족시키는데 중대한 결점이 있어 이대로 폐로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고요.

현재 일본에서 원전의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제조업체 중 하나인 도시바가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으니 다른 업체들도 원전을 통해 수익을 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테지요. 베트남 수출도 무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폐로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재처리공장이 마련되어야하고, 고준위 폐기물을 어찌해야할지 고민해야 되니까요. 이 또한 일본뿐만 아니라 원전이 존재하는 모든 나라의 과제입니다. 폐기물 처분을 위한 시설을 만든다지만 약간의 제염 쓰레기도 다들 싫어하는 마당에 이런 시설을 반길 리 만무하잖아요.

 

"견해차 클수록 정확한 데이터 필요...사실에 근거한 과학토론 절실"

취재팀

마지막으로 원전 문제와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연대를 위해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다테노

사실에 근거한 과학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정보교환의 시스템도 필요하고요. 견해차가 클수록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논의가 중요합니다.

경수로는 일종의 결함상품(defective goods)입니다. 국제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잠시라도 냉각을 멈추게 되면 금세 녹아버린다는 중대한 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이곳저곳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사용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지요. 오염 폐기물의 처리도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고속증식로에 넣어 수명이 짧은 방사성물질로 변환시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까요.

원자력의 장래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2] 원자로 내부에 쌓여있는 데브리의 모습.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사진 2] 원자로 내부에 쌓여있는 데브리의 모습. 제공: 핵ㆍ에너지문제정보센터

 

공들여 준비한 방대한 자료를 하나라도 놓칠 새라,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꼼꼼한 설명을 이어가는 다테노 선생의 인터뷰는 흡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대한 대학원의 제미나르(Seminar)를 같았다. 하나의 테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호흡을 고르고, 마무리를 할 때는 다시 관련된 이론(dissent)의 제시 또한 잊지 않는 성실한 태도.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당신의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존재’, 이른바원전마피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선생이 끝끝내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하더라는 점이었다. 격앙된 어조가 취재팀의 객관적 기록을 방해할지 모른다는 배려에 따른 것이다.

당신이 걸어온 삶의 궤적은 일본 원전 개발사와 그대로 맞물린다. 대학 졸업 직후 근무를 시작한 JAERI1953128,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UN총회에서 했던평화를 위한 원자력연설로 인해 말들어졌다. 이 연설은 냉전시기 원자력 부문에서 앞서있던 소련 기술의 서방 침투를 저지하고, 미국 주도의 원자력 관리 시스템 구성한다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허겁지겁 진행된 민수전환(conversion)의 결과, 애초부터 결함을 지닌 비등경수로마크 1”이 탄생했다. 이것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지어진 해, JAERI에 근무하던 선생은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리고 1년 뒤 원자로의 격납용기가 작기 때문에 수소가 응집되어 폭발할 경우, 쉽게 손상될 수 있다는 미국 원자력위원회(지금의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경고를 접하고 20113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일어나던 순간까지 당시까지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한편, 선생의 대학 후배이자 동료로 JAERI에 같이 근무하던 다나카 사토루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후 한 언론매체가 폭로한 원전마피아의 대표인사(어용학자)로 중 하나가 되었고, 현재는 정부의 의사를 반영하는 행정기관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수장(위원장 대리)의 자리에 올라있다. 공학자로서의 능력을일신의 영달을 의해 적절히 활용한 케이스다. 하지만 브레이크타임에 취재팀과 여담을 나누다그도 젊을 때는 원전 추진 정책에 비판적이었다며 조금은 서글프게 웃던 선생은 여전히 학자적 양심의 길에 서 있다.

 

*후쿠시마·도쿄 방사능 특별취재팀: 김준일·송영훈·지윤성·홍상현·강양구·김성수·박강수
*취재에 도움을 준 단체: 일본 최대 진보언론 <신문 아카하타>, 일본 방사능 측정 시민단체 <세이프캐스트>, 방사능 측정장비 기업 <램텍><써모피셔사이언티픽>

이 인터뷰는 일본 최대 진보매체신문 아카하타 편집국의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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