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비황' 심재철 원내대표, '황교안 견제' 최적 카드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2.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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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의 심재철 의원이 9일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뽑혔습니다. 정책위의장은 3선의 김재원이 의원입니다. 심재철·김재원팀은 3팀이 올라온 결선 투표에서 106표중 과반에 가까운 52표를 받았습니다. 심 의원은 분류를 하자면 비황계에 가깝습니다. 당초 친황계가 당선되리라는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한 것인지, '심재철 원내대표 뽑은 자유한국당 의원들'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역풍맞은 '황심'

황교안 대표가 지난 2일 단식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하자마자 쇄신과 읍참마속을 외쳤습니다. 당직자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4시간만에 임명된 주요 당직은 황교안 대표와 가까운 초재선 의원들이 차지했습니다. 황교안 일선 후퇴를 요청한 김세연 의원이 교체됐습니다. 이후 황 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 연임 불가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했고 친박계·비박계 할 것 없이 한국당 중진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차기 총선을 거치면서 공천권을 행사해 친황체제를 구축하려는 황교안 대표와 이를 견제하려는 의원들의 갈등이 본격화했습니다.

재선의 김선동 의원이 원대대표에 하루 전에 출마를 결정하자 황심이 김의원에게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의원 총회가 있기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새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고 친문농단에 대해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정견발표에서 심 의원은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종합해보면, 황교안 대표가 지나치게 드라이브를 걸며 본인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려는 것에 불만을 느낀 다수의 의원들이 심재철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 의원은 나이도 황 대표와 한 살차이로 비슷하며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다섯번 당선된 수도권 중진의원입니다. 황교안 독주를 막기에는 제격인 인물입니다. 초재선 의원을 원대대표에 당선시켜 당내외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려는 황 대표의 계획은 일단은 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2. 쇄신보다 '존중'

황 대표는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원내대표 후보자 대부분은 황대표에 맞춰서 쇄신을 거론했습니다. 그런데 심재철 의원은 오히려 존중과 안정을 애기했습니다. 정견발표에서 심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인적쇄신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새로운 인물이라도 그 사람이 각 지역구에서 이길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의원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공천에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교안 대표께 직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표 분석을 보면, 황대표 체제 이후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 유력한 3선 이상 의원들 대다수가 존중을 거론한 심 대표를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새 원내대표가 뽑히고 난 뒤 오후에 열린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황 대표는 "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다음날 총선기획단이 현역 의원 50% 이상을 교체하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새로운 변화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다가서려는 우리당의 뼈를 깎는 쇄신의 출발 신호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역의원 50% 물갈이를 재차 확인했고 필요하다면 그 이상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당내 의원들이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에게 기대하는 것은 부당하게 황대표가 물갈이를 하려고 할 때 이를 반대하고 견제하는 것입니다. 황대표와 심 원내대표가 향후 충돌을 할지, 협력을 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3. 김재원 효과

김재원 의원은 자유한국당 내 전략통입니다. 친박계로 분류되며 황교안 대표 측근으로도 여겨지지만, 나경원 원내대표와도 가까웠습니다. 그런 김 의원이 이번에는 계파색이 옅은 심재철 의원을 선택했습니다. 파트너십 자체가 의외라는 평가입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간에 갈등이 불거질 때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집니다. 게다가 심 의원 대여 공격수로 투쟁력이 높다면 김 의원은 전략통으로서 협상력과 아이디어가 뛰어나 상호보완적입니다.

실제 김재원 의원은 투표 현장에서 표심을 끌어모아 심재철 원내대표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어제 정견발표에서 “2년 전 이맘때, 제 딸이 수능시험을 치는 날 저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말문을 연 그는 수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재판에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노끈을 욕실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죽을 때는 망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투명인간처럼 살다가 주변 식당에서 낙서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내 편이 돼주지 않는데, 누가 내 편이 돼주겠어’”라며 우리가 늘 스스로에게 회초리만 드니까, 국민도 우리를 보고는 서로에게 매질하는 것으로 본다. 혁신, 쇄신을 해도 우리 스스로를 존중해야 국민도 우리 말을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정에 호소하며 쇄신을 얘기한 다른 의원들과는 분명 차별이 됐습니다.

한편 김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패스트트랙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선되면 국회법의 형사처벌 조항을 모두 삭제하도록 여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패스트트랙 수사가 이어져 출마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한국당 의원들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었고 표를 얻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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