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무슬림 난민'만 시민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는?

[이광수의 인도체크] 모디 정부의 시민권 개정안 정치적 함의

  • 기사입력 2019.12.23 09:00
  • 최종수정 2019.12.23 11:38
  • 기자명 이광수

인도에서 연일 시위가 터지고, 그 와중에 시위대가 경찰의 총격에 의해 죽고 (21일 현재 전국에서 시위대 15명이 사망하였다) 통행금지령이 떨어지는 등 정국이 매우 불안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지난 12월초부터 논란이 일어나는 와중에 연방 하원과 상원을 통과하여 마련한 '시민권 개정안(Citizenship Amendment Act)'에 대한 문제로 인해서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시위로 4천명 이상이 구금됐고, 17일부터는 시위가 전면 금지됐으며, 주요 분규 지역인 웃따르 쁘라데시(Uttar Pradesh) 일부에서는 통행금지령마저 떨어졌고, 20일 오후에만 웃따르 쁘라데시 주에서 시위대 6명이 경찰 충돌 과정에 숨졌다. 19일에는 북부가 아닌 남부 인도의 망갈루루(Magalluru)에서도 시위가 일어나 시위대 2명이 경찰에 의해 숨진 일이 발생했다. 소요의 진앙이라 할 수 있는 앗삼 주가 있는 인도 동북부 지역과 지금까지의 시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시위를 벌인 이슬람 대학인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Jamia Millia Islamia) 대학이 있는 델리 일부 지역에서는 가짜뉴스와 소요 파급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인터넷이 차단되었다.

 

이번 시민권 개정안은 남아시아 여덟 개 국에서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아 인도로 이주해 온 힌두교도, 시크교도, 불교도, 자이나교도, 파르시교도, 기독교도 중 20141231일 이전에 도착한 이들에겐 인도 시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2014년 이전에 인도에 들어왔다 할지라도 무슬림들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1210일 연방 하원을 통과했고, 12일에는 상원을 통과했다. 정부는 종교적 박해를 받는 소수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하지만, 그 대상이 왜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대상으로 할 뿐 유독 이슬람교는 제외 했는지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 2014년 정권을 잡은 이후 노골적으로 실시하는 중인 힌두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힌두 (종교) 국가 건설 속에서 무슬림 배제 정책이라는 의심이 짙다. 겉으로 볼 때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관용의 정책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무슬림만 배제하여 이 법안이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한다는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인도 헌법을 심각하게 위배한다는 사실을 누구든 부인하지 못한다.

 

1947815일 정부가 수립됨을 선포한 후 현재까지 파키스탄(당시 동파키스탄 추후 방글라데시 포함)에서 이주해 온 난민들의 시민권 문제는 인도의 묵힌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다. 난민 가운데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남아시아 인접 국가 난민들 가운데 인구가 많고 나라가 가난해 인도로 대거 불법 이주해 온 방글라데시 난민들이다. 1971년 방글라데시 해방 전쟁 때 이래로 꼴까따(Kolkata)로 유입되어 온 난민들은 엄청나게 많은 수였고, 그로 인해 꼴까따의 경제가 크게 지장 받아 침체 일로를 걸었다. 그들은 이제 이번 문제의 진앙이 된 앗삼(Assam) 주를 비롯한 인도 동북부 지역으로 대거 이주해 가 그 지역의 불안 요소가 되었다. 그들이 전국 각지로 이주하면서 그 지역의 노동시장에 타격을 주었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현 연방 정부 여당인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이 주장해온 터였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번 시민권법 개정안 문제는 이러한 복잡한 인도의 시민권과 관련된 문제에 힌두 근본주의에 토대를 둔 모디와 인도국민당이 2019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후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 틈을 타 지난 5년 가까운 시기 동안 꾸준히 진행 해 온 힌두 국가 만들기 차원의 국내 정치 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 2019년 상반기 선거에서는 카시미르에서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 무장 근본주의자들을 응징하는 폭격을 감행하여 테러리스트 은둔처를 소탕했다는 주장을 했고 이후 총선에서 역대급 압승을 거두었다. 이후 모디 정부는 헌법에서 규정된 카시미르 특별법 즉 인도 연방 정부의 헌법 및 법률이 카시미르 지역에 유효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카시미르 주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 지역의 주민은 특별 지위 및 특혜를 보장한다는 헌법 370조를 일방적으로 폐지해버려 많은 갈등을 야기 시켰다.

 

지난 5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힌두 국가 만들기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디 정부는 앗삼 주를 위시로 한 인도 동북부를 문제의 진앙으로 택했다. 앗삼과 나갈랜드, 마니뿌르, 미조람 등 7개 주가 있는 동북부 지역은 흔히 말하는 인도 본토와는 여러 가지로 성격이 다른 지역이다. 인종과 언어는 물론이고 종교도 달라 그들은 대부분이 기독교인이다. 그렇지만 그들 못지않게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영국 식민 지배기에 벵갈 지역으로부터 이 지역으로 내부 이주해 온 벵갈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는 힌두도 있고, 무슬림도 있다. 그 뿐인 것은 아니다. 영국 식민 지배기에 이곳의 무슬림들을 대거 (같은 영연방 식민에 속한) 미얀마로 강제 이주시켰으나 최근 미얀마 수치 정부의 탄압을 받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또 다른 불법이민자 로힝야 사람들도 있다. 국경은 매우 복잡하여 그 사이에 인도의 서벵갈, 방글라데시, 앗삼 들 일곱 개 주, 중국 등이 얽혀 있는데다 브라흐마뿌뜨라 강과 갠지스 강 그리고 벵갈해가 만드는 해안선과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 산들이 만드는 땅의 경계가 매우 복잡하여 불법 이민이 쉽게 이루어져 특히 방글라데시 이민이 인도 앗삼 지역으로 이민해 들어오는 바람에 일자리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앗삼 지역으로 로힝야 사람들 등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또 다른 지역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 모디 정부는 아웅산 수치 정부가 미얀마에서 주민증 등록법을 바꿔 벵갈 출신 무슬림들을 미얀마 땅에서 쫓아내려 했던 것과 동일한 차원에서 앗삼을 비롯한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무슬림 이주민들을 인도 땅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하게 하고 쫓아내겠다는 의미다.

이번 시민권법 개정안 문제는 모디 정부로는 꿩 먹고 알 먹기의 정치 게임이다. 시위가 가장 거센 앗삼 지역 사람들은 외부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재산과 땅을 차지할 것이고, 나아가 문화적 정체성마저 빼앗기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 지역에서 인도국민당이 승리한 후 이 지역에서 일어난 무슬림 불법 이민자 추방 내지 박해 운동은 엄염한 인도 시민권자인 무슬림에 대한 박해로 이어졌다. 결국 반()이슬람의 혐오 정치가 강력하게 퍼지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 모디가 예상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시민권개정안에 대한 반대 저항이 전국적으로 엄청나게 커져 가고 있다. 무슬림들이 정부에 의해 폭력을 당하고 목숨을 빼앗기는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힌두 다수에 대해 테러를 가할 지도 모르고, 그에 대해 모디 정부는 힌두 수구 세력을 앞세워 인도 내 무슬림들을 학살하거나 인도 정부가 파키스탄의 특정 지역을 공습하는 국지전 같은 걸 획책하여 힌두 종교를 내세운 파시스트 폭력 국가를 건설하거나 그 과정으로 가면서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시민권 개정안의 문제는 항구적으로 권력을 차지하고자 하는 정치 전술의 하나다. 인도국민당의 그 권력 전술은 항상 혐오에 기반을 두고, 그 혐오는 무슬림에 덧씌워진다.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단되어 있고 두 나라가 적대적 공생 관계로 서로 활용하는 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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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 교수(인도사 전공)다. 델리대학교 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락국 허왕후 渡來 說話의 재검토-부산-경남 지역 佛敎 寺刹 說話를 중심으로- 〉 등 논문 다수와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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