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칼퇴근법 도입 '지리멸렬'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10.2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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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기준 한국은 연평균 노동시간 2069시간으로 OECD 가입국 중 2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5년 기준 34개국 중 28위로 현저하게 낮다.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찍 퇴근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줄곧 거론되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공약으로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 도입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눈치 야근 잡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 초과수당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도 규제’,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 마련 등이 그 방편으로 제시됐다. 물론 칼퇴근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므로, 임기 내 노동시간 단축(1800시간대)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연장근로(휴일을 포함)를 포함한 법정근로시간 주52시간 상한제 전면이행이다.

현재 여권의 칼퇴근법 출발은 야당 시절이던 2015년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 13만 명을 늘리겠다는 일자리 정책을 내놨지만, 장 전 의원은 그 대신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창출 효과를 늘린다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다.

'저녁이 있는 삶' 위한 주 52시간 노동 법안 통과 시행

애초 ‘칼퇴근법 패키지’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정책 기본법, 부담금 관리 기본법이었다. 근로기준법은 휴일 포함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시키는 내용이며 포괄임금제를 규제하는 방안, 출퇴근 시간 기록제 및 기록보존 의무화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용정책 기본법은 근로시간 공시제를 통해 정부가 근로시간과 관련한 통계를 작성하고 기업은 매년 근로자의 노동시간 현황을 공시하는 것이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은 장시간 노동을 시켰을 경우 장시간근로유발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모두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법으로 정해서 기업에 압박을 가하고 칼퇴근을 실천하게 만드는 법안이었다.

당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후 2016년 20대 국회 첫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2017년 2월 유승민 의원 역시 칼퇴근법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후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에도 관련한 법안들이 여럿 발의됐다.

문재인 정부는 ‘과로 사회’ 탈출을 위한 첫 걸음으로 우선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취임 이후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8년 2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개정안은 2018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제2조에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규정이 포함됨으로써 기존에 1주를 평일 5일로 해석해 최장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던 상황이 개선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 포괄임금제 규제, 카톡업무지시 근절 대책은 무소식

그러나 칼퇴근법의 실천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 ‘포괄임금제 규제’,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 등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2017년 9월 17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주 52시간 근로 확립 등 법·제도 개선, 포괄임금제 규제, 장시간 근로사업장 지도·감독 강화,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금지 등의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회에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관련해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를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포괄임금제를 규제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퇴근 후 전화 및 인터넷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하지 못하게 하는 취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다수 발의된 상태이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 규제지침을 2018년 6월에 내놓겠다고 했는데도 움직임이 더뎌지자 “정부, 포괄임금제는 당분간 손 안 댄다”(한국경제, 2018년 7월 1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2018년 7월 2일 해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현재 포괄임금제 도입 사업장을 대상으로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토대로 전문가, 노사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8월로 다시 연기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노동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2018년 8월 1일 조사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사항 안에 포괄임금제의 원칙적 금지, 일터인권(직장갑질) 침해의 예방과 단속, 근로시간의 정확한 기록 등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이고 뚜렷한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참여연대는 2018년 9월 17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보낸 질의서를 통해 칼퇴근법에 대한 방안을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문재인 정부의 칼퇴근법 이행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속도가 기대보다는 더딘 것이 현실이다. <뉴스톱>은 ‘칼퇴근법’ 도입 공약에 대해 ‘지체’로 평가했다.

* 이 기사는 대선 공약 체크사이트 <문재인미터>에서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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