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는 모두 미래세대의 빚? 잘못된 연합뉴스의 해석

[이상민의 재정체크] 연합뉴스 '국채 4년만에 최고' 기사 분석

  • 기사입력 2020.01.14 08:51
  • 최종수정 2020.01.14 09:31
  • 기자명 이상민

연합뉴스는 지난 1월 10일 국채 등이 ‘4년만에 최고’라는 뉴스를 전했다(국채와 공공기관 채권을 합쳐서 국채 등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는 ‘모두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국채 등이 ‘4년만에 최고’라는 말은 팩트는 맞지만 진실은 아니다. 그리고, ‘모두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은 팩트가 틀리다.

 

‘4년만에 최고’도 사실, ‘10년전보다 낮아’도 사실...과연 진실은?

팩트는 맞지만 진실은 아니라는 말이 무엇일까? 19년 작년 국채 등의 순발행액이 51조원이다. 18년, 17년, 16년 국채 등의 순발행액은 각각 16조, 35조원 38조원이다. 4년만에 최대치라는 팩트는 맞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경제규모는 물론 재정규모는 매년 증가한다. 4년전 GDP는 1660조원에서 19년 1900조원으로 증가했다. 중앙정부 총지출은 같은기간 동안 372조원에서 475조원으로 무려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경제규모와 재정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4년전 국채 발행치 보다도 낮은 것이 오히려 뉴스거리지 않을까?

 

실제로 연합뉴스 기사가 직접 인용한 통계치를 보자. 작년(19년) 국채 등의 순발행액을 최근 3년간만 비교해 보면, 19년 순발행액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이미 15년도 순발행액은 79조원이다. 특히, 14년도 한해만 빼고 19년도 발행액을 모두 초과한다. 13년, 14년도는 이미 60조원 내외고 10년도는 무려 80조원이 넘는다. 작년 52조원은 10년전 80조원에도 훨씬 못미친다. 결국 똑같은 그래프를 보고 “19년 국채 등 순발행액, 10년전 보다도 낮아”라고 말해도 팩트고 연합뉴스 제목대로 “19년 국채 등 순발행액, 4년만에 최고”라고 말해도 팩트다. 이 두가지 팩트 중에서 어떤 팩트가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울까?

 

연도

순발행액

(단위, 10억원)

2010

80,238

2011

58,206

2012

61,593

2013

61,321

2014

22,072

2015

78,542

2016

38,248

2017

35,481

2018

15,633

2019

51,551

*연합뉴스가 기사에서 인용한 연도별 국채 순발행액

 

재정수치를 과거 수치랑 비교하는 기사를 쓰려면 절대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경제규모와 재정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절대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재정 규모가 매년 커지면,사상최대치 기록을 매년 갈아치우는 것도 정상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GDP대비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이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진실이 조금 더 드러난다.

국채 등 순발행액을 각 연도 GDP 대비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 (점선은 추세선)
국채 등 순발행액을 각 연도 GDP 대비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 (점선은 추세선)

4년 전(15년) 당시 GDP 대비 순발행량은 4.7%다. 작년 19년도는 GDP 대비2.7%에 불과하다. 거의 반토막이다. 3년전 순발행액이 38조원이고 작년 52조원이니 절대액만 비교하면 많이 증가한것 같다. 그러나 GDP 대비 비중은 3년전 2.2%, 작년 2.7%다. 큰 차이는 아니다. 19년도 GDP 대비 국채 등 순발행량은 최근 10년 평균치를 하회한다. 다만, 18년도 국채 발행량이 극단적으로 적어 증가율은 높아 보이는 기저효과는 있다. 그러나 그래프를 보면, 비정상적인 극단치는 19년이라기 보다는 18년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언론들은 18년도의 긴축예산을 ‘사상 최대의 슈퍼예산’이라고 칭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17년도, 18년도는 긴축재정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다.

결국, 위와 같은 그래프를  ‘4년만에 최고’라고 표현하는 것은 팩트는 맞지만 진실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은 ‘GDP 대비 국채 등 발행잔액, 4년전 수준으로 회복’이다. 그리고 이를 좀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으면, ‘19년 국채 등 순발행량, 증가 추세 전환’정도까지는 가능하다. 그러나 ‘4년만의 최고’라는 표현은 팩트는 맞지만 진실은 아니다.

 

국채는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 아냐

연합뉴스는 국채 등 발행잔액은 작년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었는데, 이는 ‘모두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나라빚’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는 팩트가 틀리다. 국채 등의 상당수는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필요가 없다.

일단, 국채 등의 약 절반은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다. 예를 들어보자. 부모님이 5억을 빚을지고 5억짜리 아파트를 구매했다고 치자. 부모님의 채무가 5억원이 발생했다고 내가 5억원을 갚아야 할까? 물론 아니다. 부모님의 소득이 없어져서 5억원의 채무를 갚을 수 없게 되어도 내가 갚을 필요가 없다. 아파트를 팔아서 갚으면 된다. 이렇게 아파트라는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를 금융성 채무라고 한다. 그리고 대응 자산이 없는 채무를 적자성 채무라고 하는데 이 둘의 비중은 대략 반 반 정도 된다. 19년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잔액만 약 250조원이다. 즉, 25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그 만큼의 달러 등 대응 외환 자산이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LH는 채무를 지고 부동산을 매입한다. 부동산이라는 대응하는 자산이 발생한다. 그러니 국채는 미래세대가 모두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는 말은 팩트가 아니다. 일단, 1000조원 중에 약 절반은 대응하는 자산이 있다.

그리고 미래세대에 빚을 넘길 때, 그에 따른 편익도 같이 넘기게 된다. 국채를 발행해서 SOC를 건설하거나 R&D투자를 하면, 그에 따른 편익도 미래세대에 전달된다. 편익을 통해 미래세대가 부가가치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미래에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게 된다. 즉, 만약 채무를 1조원 발행하여 미래에 1조원의 부가가치 이상을 창출할 수 있으면 사실상 미래세대의 부담은 없게 된다.

또한, 국가가 부채를 지면 채무자는 물론 채권자의 상당수도 우리나라 미래세대가 된다. 우리나라 국채 투자자의 약 85%는 내국인이다. 즉, 우리나라 정부가 빚을 지면 그 빚의 85%의 채권자는 내국인이란 얘기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아내에게 돈을 빌리면 남편은 채무자, 아내는 채권자가 된다. 남편의 빚이 가족의 미래세대인 아이가 갚아야 하는 돈일까? 물론 아니다. 가족안에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있기 때문이다.

국채가 많은 것이 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채 증가는 적절하게 규제를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국채를 발행하여 비용대 편익 비율이 형편 없는 곳에 투자할 수도 있고, 단순 비용으로 지출하는 일도 많다. 외국인이 매입하는 국채량도 무시 할 수준은 아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사회 도래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채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국채 등은 모두 미래세대가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나라빚이라는 표현은 팩트가 틀리다는 것은 확실하다.

과거에 리디아 왕이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르기 전에 점을 봤다고 한다. 점술가는 “전쟁을 하면 대 제국이 멸망할 것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점술가의 얘기를 듣고 신나서 리디아왕은 전쟁을 했으나 결과는 리디아가 망했다. 그 점술가가 틀렸을까? 아니다. 점술가가 언급한 ‘대 제국’은 페르시아가 아니라 리디아였다고 한다. 점술가는 팩트는 맞았으나, 리디아왕이 오해할 수 있게끔 발언했다. 연합뉴스의 ‘4년만의 최대’라는 표현은 팩트는 맞지만 독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 아닐까? 그래도 팩트자체가 틀린 ‘미래세대가 모두 갚아야 한다’ 는 표현보다는 괜찮은 것일까?

이상민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참여연대 활동가, 국회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주특기다. 저서로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공저), <최순실과 예산도둑>(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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