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관계 있는 돈과 없는 돈 같이 받으면 '전체가 뇌물'...정치자금법의 모든 것 ②

[동네변호사 전범진의 법률이야기] 모르면 큰일 나는 정치자금법 ②

  • 기사입력 2020.03.09 09:20
  • 최종수정 2020.03.09 12:12
  • 기자명 전범진

지난 기고에 이어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범죄를 알아본다. 대가관계가 있는 뇌물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을 알선하면서 받는 알선수재죄를 알아본다. 아울러 정치자금의 몰수,추징, 정치자금법위반 등이 무죄가 선고된 사안도 판례를 중심으로 알아본다. 무죄가 선고된 사안이라도 개별적인 경우에 판단이 다를 수가 있으므로 단정적으로 해석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4.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금전이 일정한 대가관계로 수수된 경우 형법 또는 특별법상 뇌물죄가 문제 될 수 있다. 금전이 정치활동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정치자금법도 문제된다.

 

. 대가관계 있는 금전과 없는 금전이 불가분인 경우 전체에 대한 뇌물죄이다.

서울고법 2012221 판결 : 선박블록 제조업체인 임천공업의 이수우 대표에게 선거운동 자금 등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 OOO 전 거제시장, 징역 5, 추징금 1억원

O 전 시장이 받은 뇌물은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 금품과 그렇지 않은 금품이 혼재해 있어 서로 불가분적으로 결합해 있더라도 그 수수된 금품 전부가 뇌물로서 성격을 잃지 않는다.

 

. 당에서 제명된 기간에 받은 금품은 정치자금이 아니고, 뇌물이다.

대법원 2018509 판결 : 부산 지역 대형 건설사업인 '엘시티'와 관련된 비리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OOO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징역 36, 벌금 2000만원, 추징금 37309만원.

O 전 수석의 범행은 공무원의 청렴성, 공무원 직무의 불가매수성과 그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그가 새누리당에서 제명된 기간에 받은 금품에 대해서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물품은 모두 뇌물이다.

1) 대법원 20182976 판결 : '춘천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OOO 전 춘천시 부시장,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 벌금 100만원

O 전 부시장의 혐의 중 민씨로부터 받은 맞춤 양복 2벌과 양주 2병 등의 부분은 직무와 관련해 수수한 뇌물로 인정한다.

 

2) 광주지법 2001년 판결 :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OOO 완도군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 추징금 3천만원

피고는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직무와 관련한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피고와 건설업자의 평소 관계 등 주변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순수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받은 금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점과 동종전과가 없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민선자치단체장으로서 군민을 위해 봉사·노력해 온 점 등을 참작,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3) 대법원 201212394 판결 :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OOO 전 청와대 비서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 추징금 17500만원, 사업 편의를 와주는 대가로 2000만원 받은 특가법상 알선수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 추징금 2000만원

 

5.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공무원인 정치인이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한 경우에는 형법 및 특별법상 알선수재죄로 처벌된다. 위 금전이 정치활동에 사용되는 경우에는 정치자금법위반도 적용된다.

 

. 서울중앙지법 2011고합 1621 : SLS그룹 수사 무마 등 각종 청탁과 함께 1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OOO 전 새누리당 의원의 전 보좌관 OOO, 징역 36월에 추징금 116200만원

O씨는 정권의 실세로 불리던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공무원 또는 금융기관의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의 대가를 수수하고 법에서 정하지 않은 음성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O씨의 범행으로 공무원 및 금융기관의 직무 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국민의 불신이 초래될 수 있는 점, 불법적으로 받은 돈이 거액인 점 등을 비춰보면 중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 O씨가 J조경회사에 각종 조경공사를 받도록 알선해 주는 대가로 O씨의 아버지가 일하지 않고도 급여 목적으로 18600여만원을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

 

. 수원지법 2009년 판결 : 아파트 분양 승인을 돕는 대가로 시행사로부터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위반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나라당 OOO 국회의원, 징역 3, 추징금 24억원

죄질이 중하고 피해가 일반 수분양자들에게 전가된 점, 증거인멸의 시도가 있었던 점,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감안, 이 같이 선고한다. 피고가 한센병을 앓은 병력과 한센인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한 점, 많은 한센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결정했다. 사돈인 공여자와의 관계, 한센인과의 유대관계 등에 비춰보면 한빛 복지회 회장으로 있던 피고인에게 후원이나 지원자금 명목으로 돈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보인다. 정치자금이라고 볼만한 다른 자료가 없다.

 

6. 불법정치자금 몰수·추징(정치자금법 제453)

타인의 명의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불법정치자금이라면 몰수 또는 추징이 가능하다. 아래 사안은 정치자금으로 수수된 임대차보증금이 타인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경우이다.

가. 서울고법 20162060592 판결 : OOO 전 국무총리의 남편이 한 전 총리의 추징 대상에 자신 명의의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는 건 부당하다며 소송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이 O 전 총리로 기재돼 있을 뿐 박 교수의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다. O 전 총리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리인인 송모씨에게 자신이 박 교수의 대리인임을 표시했다거나 송씨가 당시 한 전 총리가 박 교수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 O 전 총리는 제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임대차계약 체결일 이후인 2012829일자 신규등록 국회의원 재산등록사항 공개시 해당 보증금 채권을 본인 재산으로 등록했고, 20133월 국회공직자 재산변동사항 공개시에도 보증금 채권에 관해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았다. 재산등록의무자가 등록대상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불성실하게 재산등록을 한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해임, 징계 또는 과태료의 제재를 받게 된다. O 전 총리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증금채권을 자신의 재산으로 허위등록 할 이유가 없다.

 

7. 진술서의 증거능력 등

참고인의 진술서에 조사장 도착 시각이나 조사 종료 시각을 기재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없다.

가. 대법원 20133790 판결 :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OOO 전 강원도지사, 벌금 500만원에 추징금 1000만원

검찰이 유 회장을 조사하면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진술서를 작성한 뒤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은 것은 잘못이지만, 유 회장의 진술이 증거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O 전 도지사에게 유죄가 인정된다. 검찰이 유 회장의 진술서를 작성하면서 유 회장이 조사 장소에 도착한 시각이나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등을 기재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을 어긴 것으로 이렇게 작성한 진술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08조에 따르면 재판에서 피의자에게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거가 필요하지만, 어떤 증거를 사용할지와 그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4 3, 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아닌 자를 조사할 때는 피의자를 조사하는 때와 마찬가지로 조사 장소에 도착한 시각,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조사 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조서에 기록하거나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뒤 수사기록에 편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8. 형법상 증거은닉죄

정치자금과 관련한 하드디스크 등의 증거를 숨기는 것은 형법상 증거은닉죄로 처벌될 수 있다.

서울고법 20141512 판결 : 7억여원의 불법 정치후원금을 받은 혐의 등, OOO 전 통합진보당 의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 벌금 300만원

경찰이 민주노동당 서버를 압수수색할 때 오 전 의원이 당원 명부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빼돌렸다는 혐의(증거은닉) : 문제의 하드디스크는 피고인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형사사건 증거이기도 해,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는데도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알고 대비해 숨겼다. 이는 정당한 사법기능을 막는 범죄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은 민주노동당의 사무총장이자 회계책임자로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운용할 책임이 있는데도 약 7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수수해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

 

9. 전부 또는 일부 무죄 판결 사안

. 기부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의 판단?

대법원은 기부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하여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및 기부자의 인감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형사처벌 가능성 등으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여부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대법원 20127875 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에 대해서 상당한 부분에서 믿을 수 있는 객관성이 밝혀지고 일부 금품수수 사실에는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없는 경우, 진술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허물어졌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부라도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일부 진술만은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거나 그 진술을 보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되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11428 판결).”라고 판시하였다.

즉 대법원은 제반사정을 검토하여 기부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인데, 피고인 입장에서는 기부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깨뜨리는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 정치자금 제공자들의 진술의 신빙성 없음 등으로 무죄 선고된 사례

중앙지법 2012고합1344 판결 : 저축은행으로부터 정치자금 등을 받은 혐의, OOO 민주당 의원, 무죄

금품수수 사실을 직접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이 없고 금품공여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진술은 대체로 일관되긴 하지만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고, 당시 전후사정과 차량 이동 내역 등 객관적 사정이 진술에 부합하지 않는다. 당시 임 회장이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으로 기소돼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엿보여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 없다.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은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O 의원에게 돈을 건넸고 O 의원이 그자리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해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김석동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는 장면이 녹화된 회의영상이 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정황과 모순돼 임 회장의 진술이 허위 진술일 가능성이 보인다.

 

. 정치자금 중 일부 증거 불충분으로 일부 무죄 선고된 사례

서울고법 2005년 판결 : 20028월경 비서관 장모씨를 통해 한화측으로부터 5천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 OOO 전 열린우리당 의장, 벌금 3천만원, 추징금 3천만원

O 전 의장이 한화그룹으로부터 받았다는 5천만원 가운데 2천만원 부분은 증거가 불충분하다.

 

. 유일한 정치자금제공자 진술의 비일관성, 모순 등으로 신빙성 없어 무죄 선고된 사례

1) 대법원 20139866 판결 : 부실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파기환송

OOO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모순되는 진술이 있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2) 수원지법 2008년 판결 : 향응제공, 한나라당 OOO 전 의원, 벌금 500만원(공직선거법위반 유죄, 정치자금법위반 무죄)

피고인이 지난해 야유회를 통해 산악회원과 여성당원들에게 명함 15장을 나눠주고 이들에게 241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는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점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2006년 지방선거 공천심사 때 시의원 후보로부터 2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중 수표 1천만원을 받은 점은 인정되지만 관련법상 정치자금으로 보기에는 어려운데다 공여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정황 상 뒷받침할 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 야유회의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명함을 배포한 수량이 많지 않은 점, 피고인이 그동안 성실히 의장활동을 해 온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

 

. 정당에 정치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된 사안

서울고법 2017239 판결 : 총선을 앞두고 홍보업체로부터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OOO, OOO 의원, 무죄

광고업체 브랜드호텔이 받은 돈은 실제 광고제작이나 기획, 정당 이미지(PI) 개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 정치자금이 아닌 금전대여관계라는 이유로 무죄 선고된 사안

서울중앙지법 2009고합1493 판결 : 경기도 안성 스테이트 월셔 골프장 대표 공모씨의 로비의혹과 관련,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OOO 한나라당 의원, 무죄

공씨가 O 의원에게 건넨 1억원과 관련해 수사기관에서 O 의원의 변제의사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돈이 현금으로 전달된 점, 차용증이 작성되지 않았고 이자나 변제기 등에 관한 명확한 약정이 없었던 점, 원금이나 이자가 변제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한 추측에 불과하다. 초선의원으로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1억원을 차용이 아닌 무상교부 형태로 기부받아 문제의 소지를 키울 이유가 없었던 점, O 의원이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할 만큼 공씨와 친분있는 사이도 아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O 의원이 공씨로부터 받은 1억원은 정치자금이 아닌 18대 총선과정에서 부담한 채무를 갚기 위한 차용금인 것으로 판단된다.

전범진   kjbjjbj@daum.net  최근글보기
새솔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민변 회원으로 공익소송을 수차례 담당했다. 행정고시, 사법시험출신 민사,형사법전문변호사이다. 영등포구청 공직자윤리심사위원을 담당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뉴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