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재단이 6500만명 사망 예측? 전 세계 허위정보 팩트체크

  • 기자명 박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2.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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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 Novel Coronavirus, 2019-nCoV)는 우리의 방역체계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시험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한 청와대 청원은 8일만에 6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온갖 허위정보가 쏟아진다.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리 우수한 방역체계도 신뢰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를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경찰도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가짜뉴스 중에는 해외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많다. 이 허위정보들과 그에 대한 해외 팩트체크 미디어의 검증 내용을 모아 뉴스톱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중에는 벌써 한국에 수입된 것도 있고 아직 상륙하지 않은 것도 있다. 가짜뉴스의 숙주는 사람들 내면의 공포와 불안, 그리고 혐오다. 따라서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가짜뉴스에 대한 방역 역시 사회 전체의 몫일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 센터(CSSE) 지도 캡처.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 센터(CSSE) 지도 캡처.

 

1. 중국 우한시에서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만 명 이상 사망했다.

→ 거짓

몇몇 극우 미디어와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 나간 거짓말이다. 반무슬림 성향의 극우 활동가 파멜라 겔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겔러리포트(Geller Report)’는 지난 24일 “코로나바이러스: 중국 우한에서 10,000명 사망 보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중국 정부의 발표는 신뢰할 수 없고 실제 사람들의 주장이 가장 믿을만하다”며 “우한에서만 벌써 약 만 명이 죽었다”고 전한다. 우한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수천에서 만 여명에 달한다는 주장은 각종 페이스북 게시물에서도 확인된다.

관련하여 ‘폴리티팩트(Politifact)’, ‘팩트체크닷오알지(Factchek.org), ‘AFP’에서 팩트체크 기사를 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보고서(1월30일)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7736명이고 사망자는 170명이다. 위 WHO 자료를 비롯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중국 국가보건위원회(NHC), 중국 최대 의학 전문가 커뮤니티 DXY의 정보를 조합해 그래픽화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시스템사이언스 및 엔지니어링 센터(CSSE) 지도에는 중국 내 감염자가 8124명, 사망자가 171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서는 중국 감염자 9692명에 사망자 213명이다(1월 30일 한국시각 오전 10시 34분 기준). 만 명과는 거리가 멀다.

‘사망자 만 명’을 주장한 겔러리포트의 근거는 ‘빌 홀터라는 사람이 우한에 친척을 둔 중국인과 친구인 미국인과 아는 사인인 로버트라는 사람으로부터 건너건너 전해들은 말’이다. 파멜라 겔러까지 5계단을 건너 온 이 추정이 국제 기구와 각국 정부의 발표보다 신뢰할 만 하다는 것이 주장의 요체다. 폴리티팩트는 해당 주장을 ‘터무니없는 거짓말(Pants on fire)’로 판정했다.

 

인포워스 사이트 캡처.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로 6500만명을 예측했다는 허위정보가 실려 있다.
인포워스 사이트 캡처. 빌 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로 6500만명을 예측했다는 허위정보가 실려 있다.

 

2. 시뮬레이션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6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 거짓

음모론 사이트 인포워스(InfoWars)’에서 퍼뜨린 가짜뉴스다. 지난 24일 인포워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석 달 전인 2019년 10월 18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등이 진행한 코로나바이러스 시뮬레이션 예측에서 18개월 안에 6500만 명의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실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배우자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세운 자선 단체다. 국제적 빈곤 및 질병 퇴치, 교육 지원 등이 중점 사업이다.

미국의 팩트체크 미디어 ‘팩트체크닷오알지’에서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게이츠 재단이 참여하고 있는 싱크탱크 ‘존스홉킨스 보건 센터‘가 ‘이벤트201(Event201)’이라는 이름의 범유행전염병(Pandemic) 모의훈련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예견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연구소 측에서는 “해당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코로나바이러스 모델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이 없으며 사망자 예측도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군의 바이러스 종을 총칭하는 단어이고 현재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중 하나의 변종에 붙은 이름이다. 과거 유행했던 메르스(MERS)와 사스(SARS)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 인포워스는 용어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호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제로 헤지 블로그 캡처. 중국이 캐나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훔쳐 생물학 무기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로 헤지 블로그 캡처. 중국이 캐나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훔쳐 생물학 무기로 만들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한의 연구실에서 개발된 세균병기다.

→ 거짓

블로그와 극우 웹사이트에서 날조된 낭설이다. 금융업계 ‘찌라시’를 주로 취급하는 블로그 ‘제로 헤지(Zero Hedge)’와 음모론 웹사이트 ‘그레이트 게임 인디아(Great Game India)’는 “캐나다 국립미생물학연구소에 위장 취업한 중국의 ‘세균전 요원’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훔쳐와 우한 국립생물학적안전성연구소에서 세균 병기를 개발하던 중 이것이 유출되면서 대대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아울러 극우 매체 ‘지 뉴스(G News)’는 “중국 공산당 관료가 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당의 기밀 생물학 병기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것’임을 시인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미국의 팩트체크 언론 ‘폴리티팩트’에서 이들 음모론을 검증했다. 폴리티팩트의 1월 28일 기사에 따르면 캐나다 국립미생물학연구소에서 2013년경 진행된 연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원한 코로나바이러스, 즉 메르스에 대한 연구였다. 캐나다와 우한을 오간 연구원이 바이러스를 밀수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고 우한의 연구소가 생물학 병기를 개발 중이라는 주장도 몇몇 의혹 제기우려가 있긴 하지만 증거는 없다는 것이 폴리티팩트의 설명이다.

지뉴스 화면 캡처. 중국이 곧 '코로나바이러스는 자국 연구실에서 유출된 것'임을 시인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지뉴스 화면 캡처. 중국이 곧 '코로나바이러스는 자국 연구실에서 유출된 것'임을 시인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지뉴스의 ‘공산당 관료 시인’ 기사도 근거가 부실하다. 중국 출신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정치 활동가인 마일스 궈(Miles Guo)라는 인물이 ‘신뢰할만한 취재원’ 으로부터 “곧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균 병기 연구 도중 유출’임을 인정하는 발표가 날 것”이라는 ‘미래형 뉴스’를 전해 들었다는 설명이 소스의 전부다.

마일스 궈는 중국 공산당에 의해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2014년 중국을 탈출한 인터폴 적색 수배자이자 지뉴스의 오너다. 이 웹사이트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도 연루되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생물학 병기 시인’ 뉴스는 사실보다는 정치적 의중에 기반한 거짓보도에 가까워 보인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일스 궈의 모습.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뉴욕타임스에 실린 마일스 궈의 모습.

 

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기획, 개발된 바이러스로 일부 기관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 거짓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허위정보다. 이들은 실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특허권 문서를 제시하며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실은 영미권 국가 기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일부는 이 기관들이 이미 백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주로 퍼진 특허권 문서는 두 종류다. 하나는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Pirbright Institute)의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특허권(2015)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인간과 격리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특허권(2007)이다.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특허권 문서. 연구 대상이 코로나바이러스 중에서도 닭전염성기관지염바이러스(Avian infectious bronchitis virus)임을 명시해뒀다.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특허권 문서. 연구 대상이 코로나바이러스 중에서도 닭전염성기관지염바이러스(Avian infectious bronchitis virus)임을 명시해뒀다.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특허권에 대해서는 인도의 팩트체크 매체 ‘붐(BOOM)’에서, CDC의 특허권에 대해서는 AFP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다른 사안이지만 요지는 같다. 해당 연구에서 대상이 된 코로나바이러스와 현재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퍼브라이트 연구소에서 다룬 것은 닭전염성기관지염바이러스(Avian IBV)이고 CDC에서 다룬 바이러스는 사스다. 둘 다 코로나바이러스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특허문서. 연구 대상이 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라고 써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특허문서. 연구 대상이 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SARS-CoV)라고 써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한다는 점 외에는 둘 모두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는 관련이 없다. 심지어 IBV는 사람이 아니라 가금류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다. 특허를 받은 연구 내용도 병원균을 강화하는 식의 음모론적인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을 밝히고 백신을 개발하는 등 질병 극복을 위한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언론 보도가 집단적인 오독으로 이어지면서 허위정보를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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