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KIST에서 이름 삭제된 ‘조민’은 조국 딸 맞나?

  • 기자명 박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2.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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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창립 50주년 기념조형물에서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이름을 삭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거짓 기사’라는 반응이 일고 있다. 해당 기념물 속 ‘조민’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가 아니라 동명이인인 전북대학교 조민 교수의 이름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적은 관련 소식을 다룬 여러 기사의 댓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전북대 조민 교수 본인이 직접 밝혔다”라고 주장한다. 사실일까.

 

'KIST 조민 이름 삭제' 소식을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KIST 조민 이름 삭제' 소식을 전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문제의 조형물은 KIST 캠퍼스 L3 연구동 입구에 세워져 있다. 조형물에는 1966년 이래 2016년까지 계약 형태로 KIST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2만6000명의 이름이 수록되었다. 이 가운데 2011년 7월 한 달짜리 학생연구원 계약을 맺고 이틀을 근무한 뒤 인턴증명서를 받은 조민 씨의 이름이 포함돼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 “그 조민이 그 조민이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병권 KIST원장은 “그 사람이 맞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SBS 유튜브 "그 조민이 그 조민이냐" 설마 했는데…국감장 '웃음바다' (현장영상) 화면 캡처.
SBS 유튜브 "그 조민이 그 조민이냐" 설마 했는데…국감장 '웃음바다' (현장영상)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의 이의 제기에서 시작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있은 지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 13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상징물에 나와 있는 ‘조민’은 ‘전북대 조민 교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폈다. KIST에서 발표한 두 편의 논문에 전북대학교 생명공학부 조민 교수가 참여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KIST와 관계된 ‘인턴 조민’과 ‘연구에 참여한 교수 조민’ 중 기념물에 이름을 남긴다면 후자일 확률이 더 높지 않겠냐는 말이다. 해당 게시물은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삭제됐다.

김종민 의원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주장한 '조민 동명이인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종민 의원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주장한 '조민 동명이인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종민 의원의 주장은 온라인 상에서 퍼져 일부 사람들에 진실로 통용됐다. 특히 같은 내용을 다룬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글에는 실제 조민 교수 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저 두 논문에서 ‘조민’은 저예요”라며 KIST 박사의 논문에 공동참여 했고 전북대학교 교수임을 밝히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민 교수 본인이 인정했다”는 말들의 근거는 바로 이 댓글이다.

조민 전북대 교수 본인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댓글.
조민 전북대 교수 본인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댓글.

다만 여기서 조민 교수 본인을 자처한 인물은 ‘기념물 속 이름’이 본인이라고 인정한 것이 아니다. 김종민 의원이 제시한 ‘논문 속 이름’이 본인임을 확인해준 것이다. 같은 글에 달린 그의 또 다른 댓글에는 “저도 공동연구를 했을 뿐으로, KIST에 근무하거나 인턴하거나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기념탑(?)에 이름이 들어갈 이유는 없어요”라고 써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념물 속 이름들은 KIST에서 계약 형태의 근무를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조민 교수는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

조민 전북대 교수 본인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댓글.
조민 전북대 교수 본인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의 다른 댓글.

KIST의 공식 입장은 기념물 속 ‘조민’은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라는 것이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병권 원장이 시인했고 KIST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 올라온 관리자 답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21일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전북대학교 조민 교수님의 연구 참여’ 문의 글에 대해 KIST 측은 “메모리월에 등재된 대상 인력은 1966년 개원 이후 2018년 5월 기간 중 KIST에 재직한 기록이 있는 모든 직원, 학생연구원, 인턴, 연수생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학생(조민)은 2011년 7월 연수생 기록이 남아 있어 메모리월에 이름이 포함되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뉴스톱에서 KIST에 직접 확인한 답변도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가 맞다”는 것이었다.

KIST 고객의 소리 게시판 캡처.
KIST 고객의 소리 게시판 캡처.

 

기념물 속 '조민'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KIST 창립 50주년 기념물에 이름이 올랐으나 삭제 결정을 받은 ‘조민’은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이름이 맞다. 이번에 KIST 조형물심사위원회에서 명단 전수 조사 결과 지우기로 결정한 이름은 조민 씨를 포함해 총 23개다. 판정 기준은 ‘근무 기간이 1개월 미만이고 급여를 받지 않았으며 자진해서 퇴직한 사람’이다. 조민 씨는 학생연구원 경력으로 기념물에 이름이 올랐으나 인턴증명서 허위 논란으로 위 조건에 위배돼 이름이 지워지게 되었다. 전북대 생명공학부의 조민 교수는 공동연구에 참여했을 뿐 KIST에서 재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애초 기념물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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