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의 이름이 '안철수신당'? 내세울 게 안철수밖에 없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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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이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창당추진기획단장과 시도당 책임자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당명이었습니다. 신당측은 당명을 안철수신당으로 하고 총선 이후에 공식명칭을 공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2일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용적 중도정당 창당을 공식화하고 탈이념, 탈진영, 탈지역을 기치로, '작은·공유·혁신' 신당을 만들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안철수 신당 이름은 안철수신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안철수가 브랜드다

안철수 전 대표가 창당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2013년 새정치민주연합, 2016년 국민의당, 2018년 바른미래당, 그리고 2020년 안철수신당까지. 당명을 보면 그동안 안 전 대표가 지향하는 바가 보입니다. 처음에는 민주진영으로 발을 들여놨지만, 민주당을 나와 중도 포지션에서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겠다고 했고, 다음에는 진보·보수를 합쳐 미래지향적으로 가겠다고 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이번에 '안철수'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내세워봤지만, 결국은 안철수를 내세우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의미고 '안철수 자신이 브랜드'라는 결론에 당이 도달한 겁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원외 정당이 수두룩하게 선거에 뛰어들 것이 뻔한 상황입니다. 소위 안철수계라고 불리는 의원 중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 한명이고 나머지 6명은 비례의원입니다. 바른미래당에서 출당시키지 않는 이상 의원직을 가지고 안철수신당에 합류하기 어려 현역의원 숫자순으로 부여되는 당 기호가 현재로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자칫하면 현역의원 2명인 우리공화당보다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노리기 힘든 안철수신당 입장에서는 차라리 안철수를 전면에 내세워 승부를 걸자는 의도가 있을 겁니다.

한국 정당 역사상 특정인의 이름을 정당명에 쓴 것은 처음입니다. 그나마 비슷한 사례가 2008년에 친박연대입니다. 한나라당 공천파동으로 탈당한 의원들이 박근혜 의원과의 친분을 표현하기 위해 친박연대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6명에 13% 지지율로 비례대표 8명을 얻어 대성공을 거둔바 있습니다.

 

2. 가치를 숨겨라

보수대통합을 추진하는 자유한국당은 3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명을 통합신당으로 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신당 이름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이 됩니다. 물론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통합에 참여하는 다른 정치세력과의 협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통합신당 명칭이 그대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안철수신당에 이어 상당히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안철수신당 역시 작은 공유 혁신정당을 표방하지만 상당히 모호한 정체성을 보여줘 탈가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 당명에서 보입니다.

통합은 통합진보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두당 등 원래 범진보진영에서 주로 사용하던 말입니다. 과거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진보는 항상 분열된 정치세력간 통합을 앞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통합을 내세우더라도 '진보' 혹은 '민주'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함으로서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내세우는 '통합신당'은 통합 외에는 내세우는 게 없습니다.

원래 보수 계열 정당은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 자유 혹은 국가를 강조하는 이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들이 당명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겁니다. 현재 무당층, 중도세력이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중도세력인 안철수신당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에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3. 안철수 철수로 미래 없는 바른미래당

안철수신당의 창당으로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됐습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손학규 대표의 일선 후퇴와 비대위체제를 요구했지만 손대표의 거부로 사실상 거의 모든 의원이 탈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계 의원들의 탈당은 물론, 소위 손학규계로 분류되던 정치인들까지 탈당을 선언했습니다. 손학규 최측근으로 불리던 3선의 이찬열 의원은 4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할 예정입니다. 이미 지역위원장의 탈당 러시는 시작됐습니다.

바른미래당의 몰락은 안철수신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동안 바른미래당의 실질적 주인은 유승민과 안철수 두 대표였습니다. 그 누구도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끊임없이 계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래가 없는 정치인에게 줄을 설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이제 껍데기만 남게 됐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유일한 판돈인 바른미래당 당비 100억원을 가지고 정치적 승부수를 걸어보려고 하지만 비전도 인물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재기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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