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감으로 신종코로나 물타기”?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2.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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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국내외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 이른바 ‘미국 독감’이 더 무섭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일부에서 “미국 독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물타기’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습니다.

'미국 독감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물타기' 주장은 주로 현 정부에 비판적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심각한 상황인데, '미국 독감'이 더 치명적이라는 것으로 상황을 '희석'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미국 독감’으로 부르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계절 ‘독감(인플루엔자)’을 말합니다. 공식명칭은 '독감' 혹은 '계절성 독감'이지만, 구분 편의상 발생한 지역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매년 인플루엔자 시즌이 있어 주기적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최악을 기록했던 2017년~2018년 시즌에는 미국인 약 4500만 명이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 약 96만 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 186명을 포함 약 7만94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독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습니다.

“신종코로나보다 치명적”···美는 독감 전쟁, 8200명 숨졌다 (중앙일보 1월 31일)
미국 독감 사망자, 8200명 넘었다 “신종 코로나보다 치명적” (서울신문 1월 31일)
“신종 코로나 보다 심각하다” 美 '최악의 독감'으로 8200여명 사망 (서울경제 1월 31일)
신종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미국 독감…넉달새 8200명 사망 (국민일보 2월 1일)
“신종 코로나보다 미국 독감이 더 문제, 사망 1만명 넘어” (한국일보 2월 4일)

이 기사들은 CNN,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등의 외신을 인용했고, 해당 매체들은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근거로 보도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이미지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CDC가 최근 발간한 <주간 미국 인플루엔자 감시보고서> 2020년 1월 4주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독감 시즌(2019년~2020년)에 미국 전역에서 1500만 명 이상이 감염되고 14만 여명이 합병증으로 입원했습니다. 또 어린이 54명을 포함해 모두 8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독감은 현재 11주 연속 유행하고 있는데 CDC는 앞으로도 몇 주 동안 더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들도 이번 ‘미국 독감’이 최악을 기록했던 2017~2018년 독감 시즌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 독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는 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미국 유력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했고, 미국 매체들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사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들도 보도했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미국 독감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물타기 보도” 주장은 근거가 빈약해 보입니다.

 

* 2020. 2. 5 19:30 제목 및 내용 수정

"미국 독감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물타기 보도"는 정치적 주장이기 때문에 팩트체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독자 의견을 수용해, 제목을 수정하고 팩트체크 판정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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