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입학 반대? 젠더와 생물학적 성(Sex)은 다양하다!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20.02.0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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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에 대한 찬반 논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4일에는 트랜스젠더 입학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모임 연합의 성명서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입학에 반대하는 이들의 생각과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최소한 그 중 일부는 트랜스젠더 배제 급진적(근본적) 페미니즘(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TERF)적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입학을 환영하는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성명서.
트랜스젠더 입학을 환영하는 숙명여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성명서.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명칭 자체가 주요한 지점들을 나타내고 있지요. 이들 중 많은 분들이 생물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 중 사회적 성은 남성 중심적 지배구조 혹은 문화가 만들어낸 허상이며 생물학적 성이 핵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트랜스젠더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기 때문에 허구적인 젠더로서의 여성이라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따라서 여성만이 입학할 수 있는 여대에 입학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트랜스젠더의 입학에 반대할 수밖에 없지요.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단체 성명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단체 성명

 

젠더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두고 이 글에서는 과연 생물학적 성(sex)이 과연 그렇게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 선명하게 갈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규정하려면 세 가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하나는 유전적 측면이고 다른 두 가지는 해부학적, 생리학적 측면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살펴볼까요? 인간이 자궁에서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모두 여성형입니다. 그러다 Y염색체가 있는 경우 남성형으로 전환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남성형 생식기가 생기지 않고 여성형 생식기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유전적 성과 해부학적 성이 서로 다르게 나타납니다. 염색체는 분명히 XY인데 생식기 구조는 여성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이들은 여성인가요? 남성인가요? 혹은 남성형 생식기와 여성형 생식기가 같이 발달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지요. 그나마 이런 경우는 TERF에서도 간성(intersex)로 인정하기는 하더군요.

또한 여러 가지 질환으로 말미암아 자궁을 적출하는 경우도 있고 난소 종양 등으로 난소를 떼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난소에 문제가 생기면 호르몬 조절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신체 특성이 이전과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트랜스젠더 중에서는 외부 생식기 또한 자신의 젠더에 맞춰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단지 자궁이나 난소가 없다고 이들을 해부학적으로 여성이 아니라고 할 순 없겠지요.

 

생리학적으로 볼 때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만드는 것은 여성 호르몬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근육의 발달 정도가 덜하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주로 지방이 쌓이고, 체모가 적고 목소리가 가늘고 가슴이 발달하는 것, 그리고 일정한 주기로 난자를 배란하고 생리를 하는 등의 특징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뇌하수체의 생식선자극 호르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여성의 나이가 45~50세가 되면 더 이상 배란을 하지 않게 됩니다. 생리도 사라지지요. 이 과정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수치가 낮아집니다. 이때부터 여성은 지방이 허벅지와 엉덩이에 쌓이는 대신 남성들처럼 복부에 쌓이게 됩니다. 여성성이 약해지는 건가요? 여성성이 약해지면 그 대신 남성성이 강해지나요? 아니면 사라지는 건가요? 여성성이 사라진다면 남성성이 생기는 건가요?

또 트랜스젠더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을 정기적으로 맞으면서 자신의 생리학적 여성성을 젠더에 맞추는 경우가 대단히 많습니다. 이들을 배란을 하지 않는다고 여성이 아니라고 볼 순 없겠지요.

 

생식기를 수술하고 호르몬 치료를 한 트랜스젠더까지도 반대한다면 지금껏 열거한 여러 가지 여성적 특징 중 오직 하나 유전적 특징 즉 염색체에 대한 것만 해당이 될 겁니다. 생리학적 해부학적 차이는 별로 없으니까요. 아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앞서 살핀 것처럼 이미 임신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여성들도 아주 많으니까요. 그렇다면 XX라는 염색체를 가지지 못한 모든 타인들은 여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성중립적인 바비인형이 나오기 시작했다. 젠더다양성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성중립적인 바비인형이 나오기 시작했다. 젠더다양성을 반영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유전적 측면을 살펴보지요. 인간은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그 중 두 개가 성염색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개 중학교에서 배우기를 남성의 성염색체는 XY, 여성의 성염색체는 XX라고 배우지요. 과연 이 두 가지뿐일까요? 일단 Y염색체만 가진 사람은 현재까진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경우는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거나 착상되어도 제대로 발생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태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두 개의 성염색체만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 보고된 것으로만 보더라도 염색체가 하나뿐인 X, 염색체가 두 개인 XX, XY, 염색체가 세 개인 XXX, XXY, XYY 등이 있습니다. 아주 드물게는 XXXX, XXXY, XXYY, XYYY, XXXYY, XXXXY, XYYYY도 있습니다. 저 중 누구는 남성이고 누구는 여성일까요? 저 중 전형적인 여성은 당연히 XX입니다만 XXXXXXXXX도 대부분 여성형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즉 해부학적으로는 여성이지요. 하지만 많은 경우 임신이 불가능하며 호르몬에 의한 생리학적 조절도 조금씩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남성은 XY지만 XXY, XYY, XXXY,XXYY, XYYY Y염색체가 존재하는 경우 대부분 남성형 생식기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녀를 두기 힘들며 여성적 외모를 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염색체가 XX인가 아닌가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이는 너무나 빈약한 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염색체까지를 여성이라고 규정하고 어떤 염색체는 남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걸까요?

또한 염색체가 설혹 XX이더라도 그 내부의 유전자는 서로 많이 다릅니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유전 질환에는 염색체 수의 이상도 있지만 염색체 내부의 이상도 상당수 차지합니다. 염색체의 일부가 덧붙어 있을 수도 있고, 일부가 소실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염색체의 부위가 옮겨와 붙어있을 수도 있고 위치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이들은 질환까지는 아니라도 다양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X염색체에서도 마찬가지지요.

 

간단히 살펴본 결과만 이렇습니다. 젠더를 제외한 생물학적 성(sex)에서도 이러한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전형적인 남성과 전형적인 여성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전형성 사이에 수없이 다른 성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들을 없는 사람 취급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내적 동일성을 갖겠다는 생각이야말로 혐오의 시작이라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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