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마 주저' 황교안의 우유부단, 보수통합도 어렵게 한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2.0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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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초 황교안 대표의 총선 출마지 문제를 결론내는 회의를 7일 열기로 했으나 10일로 전격 연기했습니다. 공관위는 종로에 출마하든지, 불출마하든지 택일을 하라고 황 대표에게 최후 통첩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왜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지, ‘고민 깊은 황교안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보신의 정치

-황교안 대표의 2019년 행보를 돌이켜보면, 반드시 우유부단한 성격은 아닙니다. 봄에는 장외집회를 주도해 10%대였던 한국당 지지율을 20%대 후반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조국 사태 때의 장외집회, 그리고 삭발과 단식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결정장애에 걸린 것처럼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황대표의 행보에는 일관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보신의 정치입니다. 즉 지금까지의 정치적 결정은 대부분 자리를 보전하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와대 앞의 단식투쟁이었습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은 4+1 연대에 밀려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 모든 걸 내주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당 일각에서는 협상론도 제기됐지만 당 지도가 강경일변도로 나가면서 퇴로를 차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강경전술은 실패했습니다. 전략 실패에 당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황 대표는 청와대앞 단식을 선택했습니다. 극한 투쟁의 정치를 벌이며 남은 대화의 여지도 없애버렸지만 강 대 강 충돌의 정치에서 황 대표 책임론은 쏙 들어갔고 본인은 당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해서 국정운영 경험은 많지만 국회의원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당 대표를 하면서도 원외라는 한계를 절감했고 스포트라이트 상당부분을 나경원 원내대표가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마뜩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본인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국회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비례의원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으로 이미 불가능해졌습니다. 종로에 출마하면 이낙연 후보에게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용산 등 다른 수도권 지역 출마는 힘들어졌습니다. 황 대표가 결정장애에 걸린 이유입니다. ‘희생의 정치가 아닌 보신의 정치는 황 대표가 더 높은 곳으로 가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솔선수범의 딜레마

올해 초 광화문 집회에서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지만, 해 볼만한 승부라는 평가가 대세였습니다. 본인이 솔선수범해서 당 내 중진들의 험지출마를 유도하고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당내 입지는 공고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황 대표가 당선 가능한 수도권 험지를 찾으라는 지시를 당에 내렸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당선 가능한 험지라는 말 자체가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황 대표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석연 한국당 공관위 부위원장은 6일 회의가 끝난 뒤 오늘 회의는 마치 황교안 일병 구하기 같았다종로 출마 주저하는 황교안은 이미 패배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한 공관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이 말은 이순신인데 행동은 원균보다 못하다. 실제 원균은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려고 했다, 그런데 황대표는 나가서 싸우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공관위원들이 회의장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경고를 했습니다.

한국당 공관위의 당내 중진 험지 출마 방침에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황대표 본인은 종로 기피하며 양지를 차고 나는 사지로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광림 최고위원(경북 안동시3)은 당 최고위에서 "TK가 봉이냐는 말이 지역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며 공개적으로 들이받았습니다. 황대표로서는 본인이 솔선수범하든지, 아니면 중진 험지출마와 물갈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겁니다. 

 

3. 지리멸렬한 보수통합 

황 대표의 우유부단함으로 지연된 것은 중진 험지차출이나 물갈이 뿐 아닙니다. 보수통합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통힙신당 열차는 일단 출발했지만 당명이 잠정적으로 통합신당이 됐다는 것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현재 통합신당준비위원회에서 20일 창당 목표로 지도체제 등을 논의하지만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자유한국당의 리더 황교안 대표 거취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수 통합의 핵심은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천권과 주요 당직 지분 비율입니다. 새보수당은 당 차원에서 통합신당에 참여하는 것을 보류한 상태입니다. 결국은 새로운보수당의 실질적 리더인 유승민 의원과 황 대표가 만나서 담판을 지어야 하는데, 황 대표의 몸사리기와 우유부단함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9개 의석을 가진 새보수당에 많이 양보를 할 이유가 없어보입니다. 대체로 다른 정당들은 국고보조고금 지급 기준일인 215일 이전에 신당을 창당할 겁니다. 보수통합만 늦추질 경우, 그 화살은 황 대표에게 돌아올 것이고, 리더십은 더욱 흔들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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