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택배는 안전할까?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 호칭은 중국 눈치보기?

  • 기사입력 2020.02.10 03:11
  • 최종수정 2020.02.10 07:45
  • 기자명 송영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택배와 반려동물은 안전할까요?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부르게 된 것은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 때문일까요? 지난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택배는 안전할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중국에서 온 택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택배로도 전염 가능성이 있는지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택배가 감염 위험이 있으려면 택배 상자 내 물건을 만든 사람이 감염자이거나, 상자 자체가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어야 합니다. 또한 택배가 배송되는 동안 바이러스가 감염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비말이 중국 택배에서 금방 마를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도달했을 때 남아 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했습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하루 이틀 이상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발 택배의 경우 포장부터 통관, 국내 배송까지 아무리 빨라도 최소 2일은 잡아야 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일주일 안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송 단계에서 택배가 오염됐더라도 8~9단계나 걸리는 해외 배송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있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Q&A 코너를 개설하고 “기존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서한이나 소포 등 물체 표면에서 오래 생존하지 못한다”며, 중국발 택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바이러스는 세포 안에서 살아야 되기 때문에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한다”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2. 반려동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괜찮을까?

키우는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에 걸릴 수 있는지, 그리고 다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 SBS노컷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방송화면 갈무리

사람과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소문은 포유류 사이에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중국 전문가의 인터뷰에서 시작됐습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소속 전염병 전문가인 리란쥐안(李蘭娟)은 지난달 29일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각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견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중국에서 반려동물을 버리는 일이 잇따랐고, 국내에서도 사람과 동물 사이 전염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인간과 동물 간 전염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희박하다는 게 의학계 판단입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전염되려면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서로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과 개처럼 종 자체가 다르면 바이러스와 수용체가 서로 맞지를 않습니다.

수용체가 예외적인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전염될 수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인간과 반려동물 간 전염이 되는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이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거는 없다며, 다만 반려동물과 접촉한 뒤 손을 씻는 것은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역시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 분석 등을 토대로 한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발원해 사람을 전염시킨 것이 맞지만,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에 걸린 사례도 없고 이를 인간에게 전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는 중국 눈치보기?

김한표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전 세계가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눈치를 보기에 급급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불러달라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JTBCKBS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015년에 신종 질병 명명 원칙을 정했습니다. 불필요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반감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전에 나온 에볼라나 메르스처럼 이름에 특정지역이나 강의 이름이 있으면 편견이나 차별만 늘어난다는 걸 반성한 결과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공식 명칭으로 쓰고 있습니다. 각 정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현재까지는 WHO의 임시 명칭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쓰이고 있지만 조만간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가 공식 질병 명칭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ICTV도 통상적으로 WHO의 권고와 같은 맥락에서 질병 명칭을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한 폐렴’이라는 말을 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과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연말 중국에서 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 질환이 본격화되자, 1월 3일 질병관리본부도 우한시에서 나온 원인불명 폐렴이라는 용어를 써서 대책반을 꾸렸습니다. 이후 1월 12일 WHO가 집단 폐렴 원인을 밝혀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1월 20일부터 질병관리본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명칭을 썼습니다. 21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식 명칭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 무렵부터 대다수 국내 언론도 자연스럽게 해당 명칭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3대 일간지도 신종 코로나 또는 코로나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영국 BBC를 비롯해서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의 주요 공영방송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쓰고 있습니다.

 

4. 역학조사관 줄어든 건 자유한국당 책임?

‘총체적 방역 실패’라는 평을 받았던 메르스 사태 이후 내놓은 ‘메르스 백서’에서 보건복지부는 부족한 역학조사 인력을 초기 방역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후 역학조사관 확충은 국가 방역체계 구축에 핵심 열쇠로 꼽혔지만,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당시 43명이던 중앙 역학조사관은 2020년 77명으로 일부 늘었을 뿐 여전히 그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드러났습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역학조사관이 충분히 증원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8년 예산안 심의 당시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관을 포함한 각급 검역소 현장검역 인력 45명 증원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정부안의 절반에 못 미치는 20명만 증원하는 예산안이 통과됐다”고 밝혔습니다. 야당이 명시적으로 검역 인원을 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검역 인원을 포함한 공무원 증원에 반대했다는 주장입니다. 한겨레신문에서 확인했습니다.

이 주장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역학조사관은 보건복지부에 소속된 ‘중앙 역학조사관’과 ‘시·도 광역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으로 나뉘는데, 보건복지부 예산 감액은 17개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충원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광역단체도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광역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은 시·도지사가 채용하고 광역단체 예산에서 급여를 줍니다.

그런데 전국 17개 시·도 소속 역학조사관 숫자는 메르스 사태 직후인 2016년 51명보다 오히려 6명 줄었습니다. 2016년 인천과 대전, 충남·전북·전남·경북에는 각각 3명의 역학조사관이 있었습니다. 현재 인천의 광역단체 역학조사관은 0명이고 대전은 1명, 나머지 지자체는 모두 2명으로 줄었습니다. 2016년 2명이었던 울산의 역학조사관도 1명으로 줄었습니다.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대전엔 2년의 교육과정을 온전히 이수한 역학조사관이 없습니다. 이 가운데 대구와 경북을 빼면 모든 지역의 단체장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입니다.

광역단체의 예산을 심의해야 할 광역의회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 뒤 대부분 여당이 승기를 쥐고 있습니다. 방역예산 삭감의 책임이 야당에게 있다는 주장은 절반의 진실에 가깝습니다.

 

5. “신종 코로나, 5일 생존하는 공기감염병”?

지난 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전문가팀 장룽멍(蔣榮猛) 주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적정한 환경에서는 수일간 생존할 수 있다”며 “온도 20도, 습도 40%인 적정 환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최대 5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감염병인 것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머니투데이에서 확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감염병이라는 소문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바이러스가 특정 환경에서 최대 5일 생존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공기 감염’ 여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려대 예방학과)은 “공기감염병이라고 하려면 바이러스 입자 자체가 둥둥 떠다녀서 50~100m씩 이동할 수 있고, 그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전염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은 수분으로 일반 대기에서 금방 증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는 생존이 거의 안 된다”며, “가습기를 틀면 얼마 안 가 뿌연 것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최대 5일 생존’은 “온도·습도·자외선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 대기와 다른 특정 환경에서의 실험에 따른 추정으로, 이에 따라 방역대책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최대 5일 생존은 실험연구에서 나온 결과이고, 실제 실생활에서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발언 당사자인 장룽멍 주임도 “인체에서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공중에서 떠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공기 중에는 이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반 대기에서 공기를 통한 전파가 사실상 불가하지만, 특정한 환경에서 에어로졸 형태의 전파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위원장은 “밀폐된 공간 등 특정 환경에서는 직접 접촉이 없어도 감염될 수 있다”며, 병원에서 확진자를 진료한 근무자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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