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명칭을 고집하는 조선·한경·종편

  • 기자명 민주언론시민연합
  • 기사승인 2020.02.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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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월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는 WHO의 2015년 개정된 새로운 인간 감염성 질환 명명법에 따른 것으로, WHO는 이미 1월 초 보도자료 <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WHO의 입장>(1/13)에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Novel Coronavirus)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도 1월 13일 보도자료 <질병관리본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석·검사법 개발 착수>(1/13)에서부터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이라고 부르던 것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명칭을 통일했습니다. 과학기술계 단체인 ‘더나은사회실험포럼’은 뉴스톱 기고를 통해 WHO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우한 폐렴이 아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1/23)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주: WHO는 2월 12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2019'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결정했고, 정부는 '코로나19'를 한국어 공식명칭으로 결정했습니다. 정부와 WHO 공식 명칭에도 조선일보 등은 우한폐렴이란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우한 폐렴’ 명칭에 목숨 건 일부 언론들

정부는 단지 이번 질병 통제를 위해 정부 기관에서 사용하는 명칭을 언론에서도 사용하도록 권고했을 뿐인데, 일부 언론과 보수정당은 ‘친중파 정부가 중국의 책임을 덜기 위해 병명을 고쳤다’는 엉뚱한 프레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9일 오전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에서 “정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 신경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중략)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발언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정부의 권고가 나온 다음 날 <청 우한폐렴’ 이란 병명 모두 바꿔 네티즌 중엔 왜 저자세로 나가나”>(1/28, 안준용·조유미 기자)에서 온라인에서 떠도는 글들을 인용해 ‘신종 코로나’명칭을 비판했습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사설/‘우한 폐렴’ 반중 안되지만 여당은 국민 건강 먼저 걱정하길>(1/29)에서도 정부 권고를 비판하며 “중국이 아니라 미국, 일본이었으면 청와대가 나섰겠나”며,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명칭이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며, <사설/‘우한 폐렴’ 반중 안되지만 여당은 국민 건강 먼저 걱정하길>(1/29)에서 ‘일본 뇌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아프리카 돼지열병’등 지역명이 들어간 병명들을 나열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칼럼 <만물상/‘우한 폐렴’ 대 미국 독감’>(2/5, 임민혁 논설위원)에서는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B형 독감 ‘미국 독감’도 언급하며 “‘우한 폐렴’은 중국 혐오를 조장한다며 ‘신종 코로나’로 고쳐 쓰는 사람들이 굳이 ‘미국 독감’이란 말을 쓰는 이유도 궁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다음 날 박보균 대기자 칼럼 <퍼스펙티브/신종 감염병 속 한·중 관계 조망>(1/30, 박보균 대기자)에서 문재인 정부가 “중국 발 문제엔 느슨하다”며, “우한 폐렴 대응에도 중국 눈치를 보고 있는가라는 의심은 병명 문제로 번진다.(중략) 그런 불신의 상당 부분은 자업자득이다”라고 거들었습니다.

1월 29일부터 2월 10일까지 ‘우한폐렴’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량을 보면, 언론들의 이런 태도가 기사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미 29일부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명칭을 고쳤고, 이후에는 인용문이나 ‘우한 폐렴’ 명칭 사용을 비판할 때나 언급했습니다. 타 신문들도 1월 30일부터 2월 3일 사이 명칭을 고쳤습니다. 그러나 2월 10일까지도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우한 폐렴’ 명칭을 고수하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명칭과 혼용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는 ‘우한 폐렴’을 쓰지 않기로 했지만 기자칼럼이나 사설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 ‘우한 폐렴’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량(1/29~2/10) ©민주언론시민연합(※조선일보 팔면봉, 각 언론사의 댓글 인용 코너, 별지섹션 제외)
△ ‘우한 폐렴’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량(1/29~2/10) ©민주언론시민연합(※조선일보 팔면봉, 각 언론사의 댓글 인용 코너, 별지섹션 제외)

 

종편도 여전히 ‘우한 폐렴’ 못 버려

그렇다면 종편 시사토크쇼에서는 어떨까요? 채널A <정치데스크>(1/28)의 진행자 이용환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된 대담을 시작하며 “편의상 우한폐렴이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용어의 문제점을 먼저 인지하고 사용을 자제했어야 할 진행자는 굳이 문제의 용어를 사용하며 그 이유는 ‘편의상’이라고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월 29일부터 2월 7일까지 종편 4사의 10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더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모니터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우한 폐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우한 폐렴’ 언급여부

JTBC

뉴스ON

O(1/29, 31, 2/4, 6)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O(1/29, 2/3~4, 6)

신통방통

O(1/29, 31, 2/4)

이것이 정치다

O(2/3~5)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O(1/29~2/4, 7)

뉴스TOP10

O(1/29~31, 2/4~5)

정치데스크

O(1/29, 31)

MBN

뉴스와이드

O(1/29, 2/3)

뉴스파이터

O(1/31)

아침&매일경제

O(1/29~31, 2/4)

△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우한 폐렴’ 용어 사용여부(1/29~2/7) ©민주언론시민연합

 

다만,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우한 폐렴’ 용어 사용을 비판하기 위해 ‘우한 폐렴’ 용어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MBN <뉴스와이드>(1/29)에 출연한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우한 폐렴’과 같은 지역이 들어간 용어의 사용이 “인종차별이 생길 우려가 있거나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차별적 시각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차별적 시각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행자 백운기 씨도 “저희도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다며 용어를 정리했습니다. 유사한 내용은 MBN <뉴스와이드>(2/3), MBN <아침&매일경제>(2/4)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며 ‘우한 폐렴’ 용어를 사용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JTBC <뉴스ON>(1/31)에 출연한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국제적 기준은 특정 지역의 어떤 병에서 특정 지역 쓰지 않는다”며 황 대표가 “우한 폐렴이라고 공개석상에서 계속 얘기를 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앞선 사례들을 제외한 방송에서는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신 우한 폐렴을 사용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중요한 감염병 유행 사태, 청개구리 짓도 정도껏 해야

이번 신종코로나는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초기, 환자들이 급성 폐렴 증상을 일으킨다 하여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감염증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지금, 신종코로나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발열입니다. 최소한 폐렴이라는 이름은 증상에 대해 어떤 중요한 정보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외국 언론들은 대체로 wuhan coronavirus(우한 코로나바이러스), novel coronavirus(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또는 coronavirus(코로나바이러스)등의 명칭을 쓰고 있는데, 감염을 일으킨 원인물질에 대한 정보를 중시하는 모습입니다.

‘우한’이라는 명칭도 이미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종이나 지역을 가려서 감염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 게다가 위에 언급한 ‘더나은사회실험포럼’의 기고문을 보면 지역이나 사람의 이름을 병명에 붙이는 것이 실제로 특정 집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신 놈브레(Sin nombre : 스페인어로 이름이 없다는 뜻) 바이러스’는 원래 발견된 지역 이름을 따서 ‘포 코너스 바이러스’로 명명되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재향군인회(레지오넬)에서 딴 레지오넬라 균도 재향군인회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비아냥거리듯 지적한 ‘일본 뇌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란 병명도 모두 WHO가 명명법을 개정하기 전에 이름이 붙여진 병명들입니다. 일본 뇌염 바이러스는 1871년, 메르스 바이러스는 2012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1921년 발견된 바이러스입니다. 또한 조선일보가 언급한 ‘미국 독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조선일보뿐입니다. 미국 질병 통제·예방센터(CDC)는 매년 반복되는 독감 유행을 ‘독감 시즌(flu season)’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인의 발언이나 인터넷 등지에서 ‘미국 독감’이라는 용어를 써서 문제라면, ‘우한 폐렴’도 써도 된다는 식의 물타기를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은 ‘우한 폐렴’이라는 명칭이 국민들에게 익숙하다는 것도 ‘우한 폐렴’ 명칭을 고집하는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언론에서 병의 원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초기 중증 환자에게서 드러난 증상만을 보고 ‘우한 폐렴’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알려진 이름일 뿐입니다. 산소가 무엇인지 몰랐을 때 사람들은 산소를 ‘플로지스톤이 제거된 공기’라고 불렀지만, 산소가 무엇인지 밝혀진 후 산소를 ‘플로지스톤이 제거된 공기’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1/29~2/10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2020년 1월 29~2월 7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파이터><아침&매일경제>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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