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경계하는 이유는?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2.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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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지소미아 종료 다시 검토하는 정부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조치 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를 종료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가 12일 나왔습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지소미아 폐기론이 청와대서 급부상 중이란 기사를 냈습니다. 이후 청와대는 관계자 전언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검토를부인한 뒤 일본과 협의중이라고 밝혔고, 대신 외교부는 지소미아는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다며 일본에 수출규제를 조속히 철회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소미아 종료 다시 검토하는 정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봉합 뒤 예견된 갈등

지소미아가 조건부 연장된 지난해 1123일 상황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전까지 지소미아는 재연장은 안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막판에 조건부 연장이 됐습니다. 미국측이 한일 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강하게 압박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에 대해 한미일 3국의 인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이고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를 전제로 조건부로 연장한 것이라 봤지만, 미국은 renew, 즉 갱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찌됐든 지소미아가 유지만 되면 된다는 미국의 시각이 담긴 표현입니다. 일본 언론과 정가에서는 한국이 굴복해서 지소미아를 연장했다” “일본의 완벽한 승리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영화 라쇼몽처럼 하나의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들이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1216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하는 등 수출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근본적인 태도변화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도 원론적인 얘기만 나왔습니다. 일본은 일부 수출규제 품목을 완화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수출규제 카드를 한일 외교협상카드로 사용할 뜻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내 강경파가 지소미아 종료카드까지 만지작대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지소미아 협곡으로 우리 정부가 다시 들어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물론 조건부 연장은 일본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평가됐지만 지소미아 유지를 원한 미국입장에서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지소미아만 유지되면 됩니다. 당시 미국 국무부 논평은 미국은 한일 관계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국방 및 안보 사안이 계속 분리돼 있어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협정문에는 1년 단위로 연장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연장한 사안을 다시 종료하는 것이 가능하냐 의문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문구해석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2. 주전론의 득세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틀전 문재인 대통령이 징용 피해자 변호사 시절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 역할과 대통령 역할을 혼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였습니다. 지난해 지소미아 연장 이후 일본 내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비판이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이런 보도가 나온겁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외신보도에 대해 직접 반응을 했습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주의가 국제사회의 원칙이고 소송대리인을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상당히 상징적인 상황인데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식적 국제 외교가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한일간 이견이 불거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청와대가 소위 지소미아 폐기론을 부인하긴 했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일본의 미흡한 조치와 관련해 다양한 대응법이 논의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수출 당국의 대화가 있었지만 우리가 바라고 있는 지난해 71일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건 분명히 아니다"우리는 언제든 종료 효과를 재가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강경 기류가 강 장관 발언에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한일 양국이 모두 상대방에게 사태의 원인이 상대방 국가에 있다고 인식하기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 모두 양보를 할 경우 국내 정치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외교적 패배로 비춰질 수 있어 협상안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전론'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주화론'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일 갈등을 해결하려고 중재안을 내놓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은 뒤 해명까지 해야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소위 양심세력 혹은 친한파의 목소리를 줄어들었고 아베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3. 총선은 분명한 변수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검토하는 보도가 나온 뒤 자유한국당"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꺼내든 '지소미아 파기''고용연장' 카드는 명백한 선거용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작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지소미아 파기 움직임은 완벽한 외교적 실패임이 입증된 바 있는데 지금 다시 지소미아 카드를 꺼내든 것 총선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다급함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일부 언론도 청와대 총선 전 지소미아 종료 검토 부인 이라고 보도하는 등 한일관계보다는 총선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한일 갈등 상황이 문재인 정부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원래 바깥의 적이 있으면 내부는 단결하기 마련입니다. 아베 정부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수출규제를 하면서 선거에 유리한 지형을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언론보도 뒤 청와대가 한발 물러서고 외교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 있다는 원론을 언급한 것도 총선용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입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에 수출규제 해제를 촉구한 것은 3.1절을 앞두고 그 전에 진전된 상황이 필요하다는 점과 경제가 매우 좋지 않다는 두가지가 배경에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상황입니다. 외교적 성과든 경제적 성과든 정부로서는 무언가 '선물보따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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