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 100년] '민족 독립' 아닌 자치주의 천명

  • 기자명 자유언론실천재단
  • 기사승인 2020.02.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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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실천재단은 2020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창간 100년에 맞춰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최악 보도 100선>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내용을 뉴스톱에 칼럼으로 기고합니다

1924년 1월 2일자 동아일보 '민족적 경륜'
1924년 1월 2일자 동아일보 '민족적 경륜'

 

05. 민족의 독립이 아닌 자치주의 노선 천명

동아는 19241월 다섯 차례에 걸쳐 민족적 경륜이라는 연속 사설을 실었다. 이 사설은 나라 안팎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들은 물론, 전 조선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일제를 부인하는 무장 항일투쟁의 무모함을 지적하면서 일제의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활동하는 자치주의 노선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친일 논객 이광수가 쓴 이 사설은, “조선민족은 지금 정치적 생활이 없다면서, 그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참정권, 자치권운동 같은 것은 물론이요 일본 정부를 대수(對手)로 하는 독립운동조차도 원치 않는 강렬한 절개의식을 꼽았다. 다시 말해서 우리 민족의 투철한 독립정신이 일제의 신민으로 살면서 정치적 생활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무슨 방법으로나 조선 내에서 전 민족적인 정치활동을 하도록 신생면(新生面)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 “우리는 조선 내에서 허하는 범위 내에서 일대 정치적 결사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때까지 국내외에서 펼쳐온 무모한항일운동에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이 말끝마다 민족지를 내세우는 동아일보의 민낯이었다.

1931년 11월 15일 동아일보 '시국문제'
1931년 11월 15일 동아일보 '시국문제'

 

06. 일제 홍보지로 전락한 민족지

19319월 일본 관동군은 스스로 만철(滿鐵) 선로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 측에 뒤집어씌워 군사행동을 개시했다. 관동군은 단박에 동북3성을 장악하고 19323월에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웠다. 그리고 국제연맹이 일본군의 철수를 권고하자 19333월에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했다. 동아일보는 일제의 이 같은 희대의 사기극에 대해 진실을 알리기는커녕 진상을 왜곡 선전하는 일제의 홍보지 역할을 했다. 동아는 19311115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일본신문협회의 터무니없는 성명을 그대로 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과 국제연맹을 비난했다.

중국은 일본의 호의를 남용하여 만몽에 있어서는 일본 조약상의 권익을 무시하고 이를 유린하여 일본 동포를 압박할 뿐 아니라 이같은 지나(중국)의 날조적 악업과 적극적 횡포는 드디어 은인자중하는 우리나라로 하여금 자위권을 행사하게 하였다. 한갓 지나인의 공언을 믿고 우리를 향하여 철병을 강요하는 조처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공()을 병()할 국제연맹이 감행함은 국제연맹 스스로 국제 정의를 파괴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른바 민족지라는 동아가 일본신문협회의 터무니없는 성명을 그대로 실으면서, 중국과 국제연맹을 비난하는 일제의 여론 조작전에 앞장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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