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식약처의 헛발질로 시작됐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3.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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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민심'이 들끓고 있다정부는 언제는 방역용 KF94 이상을 쓰라고 하더니만 확진자수가 매일 500명 이상 늘어나고 있는 이제야 면 마스크 사용이 가능하고 마스크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했지만 성난 민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중국 보따리상의 싹쓸이, 이에 편승한 악덕 업자들의 사재기 등 유통구조가 왜곡된데다가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와 명성교회 부목사 엘리베이터 감염 전파 이후 놀란 민심이 수요 폭발을 일으켰다. 하루 1000만장 정도 생산가능하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몇시간 동안이나 줄을 서도 한장 건지지 못하는 현실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마스크 대란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왜 정부는 마스크와 관련해 말바꾸기를 하게 된 것인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마스크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번 혼란의 책임을 져야 한다.

1월 27일 질본, 호흡기 증상 있는 사람만 마스크 착용 권고

127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을 밝혔다. 정 본부장은 호흡기 증상 있으신 분들은 다른 분 위해 마스크 착용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위험 있어서 마스크 쓰고 다니라는 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당시 브리핑 질의응답 녹취록은 다음과 같다.

 

(기자) 가족이나 병원 같은 좁은 공간 있을 때 감염 일어난다고 확실히 보는 것인데, 공공장소에서도 가능한가. 공기 중 전파 도 가능한가.

(정 본부장)"현재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메르스나 사스와 유사하게 비말, 접촉 호흡기 통해 전파되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 긴밀 접촉한 가족이 첫 번째 전파 사례이고, 의료진도 접촉해서 일단은 비말 접촉으로 생각한다. 메르스도 공기 중 전파는 침이 아니라 침에 있는 바이러스다. 작은 입자로 분비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것에 대해선 밝혀진 바 없다. 메르스도 일반적 상황 공기 전파라기보다 기관 삽관하거나 의료적 시술하면서 에어로졸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가능하다고 돼 있어서 아직 공기 전파된다고 보기 어렵고 아직 불확실한 부분 있다."

(기자) 공기 전파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긴가.

(정 본부장)"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정확한 전파 경로 등 이런 부분 아직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봐야 된다."

(기자) 일반 시민들 마스크 쓰고 다니는데 권장 사항인가.

(정 본부장)"지역사회에는 광범위하게 바이러스 위험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인플루엔자 유행 확대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마스크나 기침 예절 일반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다. 호흡기 증상 있으신 분들은 다른 분 위해 마스크 착용 권고드린다. 인플루엔자나 호흡기 감염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 위험 있어서 마스크 쓰고 다니라는 건 아니다."

(기자) 마스크 지수는.

(정 본부장)"의료용 마스크를 얘기하는 거고 의료인들 권고하는 건 KF94, N95 등 의료인용 마스크를 의미한다."

 

1월 29일 코로나19 예방위해 KF94, KF99 쓰라던 식약처

그런데 식약처는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와 다른 입장을 냈다. 코로나19사태 초기 지역사회전파가 본격화하기 전인 129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한 마스크업체를 방문했다.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생산을 독려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처장은 현장에서 보건용 마스크의 국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생산에 힘써달라식약처 역시 보건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보건용 마스크의 원활한 생산·공급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보건용 마스크 생산·공급 현황을 매일 모니터링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29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4, 중국의 확진자수가 5974명이었다. 중국에선 생수통 마스크가 등장하는 등 공포감이 극에 달해 마스크 수요가 폭발했고, 보따리상들이 마스크 공장을 돌아다니며 사재기에 혈안이 돼 있을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언론과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하면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기준을 갈구하고 있었다. 식약처는 이날 이 처장의 현장 방문 보도자료에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이후 다수의 매체들이 신종코로나 예방 KF94, 99 사용해야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2월 12일엔 식약처 KF80도 끼워넣어

212일 식약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을 참고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경우와 사용법을 제시했다. 이날은 마스크 가격 상승에 대응해 긴급수급조치를 발동한 날이다. 식약처는 감염예방을 위해 KF94, 99 이상이 바람직하다던 기존 입장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면서 KF80을 끼워넣었다. 마스크 사용이 필요한 경우로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건강한 사람이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의료 기관 방문자, 감염·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를 꼽았다.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소한 이날부터라도 식약처는 명확히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 사용이 필요없다고 밝혔어야 한다.

이날 발표한 마스크사용 권고안은 공포감과 함께 폭발한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엔 역부족이었다.

 

3월 3일 면마스크와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말바꾸기

33일 마스크대란으로 민심이 들끓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식약처는 부랴부랴 마스크사용 권고사항을 개정한다.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기침· 재채기 등으로 인한 타인의 침방울이 직접 닿지 않도록 면 마스크(정전기필터 교체포함)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코로나 의심환자를 돌볼 때는 KF94 이상을 착용하라면서 슬그머니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보건용마스크 사용 권고 대상자에 건강취약계층, 기저질환자 등이 환기가 잘 안되는 공간에서 2미터 이내에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 군중모임, 대중교통 등)”를 추가했다.

다분히 마스크 수요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비친다. 손수정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은 "마스크 부족인 상황에서 한시적인 사용지침으로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행간에 숨은 뜻은 건강한 일반인은 사용을 자제하라는 이야기다. 의협 등 의학계에선 마스크 재사용 등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성능이 떨어져 바이러스를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카드뉴스. 일반국민은 의료기관 방문시 마스크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코로나19 예방행동수칙' 카드뉴스. 일반국민은 의료기관 방문시 마스크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스크는 정말 일반인에게 필요한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와 학계의 확고한 입장이다. (방역용) 마스크는 숨을 쉴 때 호흡기로 병원균(바이러스)이 침투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마스크 대란은 비논리적이다. 공기로 전파되지도 않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니?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단서 및 예외조항을 잘 살펴야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감염증의 전파 경로는 비말, 밀접 접촉, 의료기관내 2차감염 등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의 사례, 명성교회 부목사의 사례 등에서 나타나듯 확진자와 함께 밀폐된 공간에 머무를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주로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것은 맞지만 침방울이 코나 입에 직접 튀어서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마스크를 쓸 필요는 있지만 일반인이 굳이 고가의 병원균을 막는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가 1300만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5천만 인구가 매일 새 마스크를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처음부터 식약처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적절한 지침을 전달했어야 했다. 2003년 사스 사태에는 국민들은 대부분은 면 마스크를 착용했다.

 

식약처의 메시지 관리 실패가 부른 '마스크 대란'

34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확진환자는  5328명에 이른다.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 경북 지역 외의 다른 지역들도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마스크와 관련된 가장 큰 문제는 수급의 불균형이다. 감염의 위험이 가장 높은 계층에게 지급해야 할 마스크가 없다. 의료현장의 의료진, 고령자 등 취약계층, 돌봄 시설 등 꼭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다. ‘건강한 일반인이 마스크 공급량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일일 생산량 1000만장으로는 5000만 인구에게 매일 한장씩 나눠줄 수 없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에게도 다 나눠줄 수 없다.

정부는 애초에 건강한 일반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했어야 한다. 물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정부는 감염 확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건강한 일반인들의 코로나19 공포를 줄일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하는 건 어떨까.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절대 다수의 근로자들은 불안감을 가득안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할 수 밖에 없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불안하지 않게 버스,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없을까.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모든 객차의 배기 장치를 최대치로 가동하고 있다.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해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모든 열차에 대해 차량기지로 입고될 때마다 방역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조치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감염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국민들의 공포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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