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용은 곧 감염'이다...재난에서 정신 건강 지키는 법

[선정수 칼럼] NBA 중단시킨 선수의 만용을 지켜보며

  • 기사입력 2020.03.13 11:40
  • 최종수정 2020.03.13 12:12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미국 프로농구(NBA)가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맞았다. 현역 선수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양상을 띄며 무관중 경기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갑작스럽게 중단이 결정됐다. 한 선수의 만용이 기름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전말은 이렇다. NBA 사무국은 11일(현지시각) 유타 재즈 소속 뤼디 고베어(Rudy Gobert)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하며 이날 경기 이후 NBA 경기의 모든 일정을 별도의 언급이 있을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NBA 사무국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양상을 지켜본 뒤 리그 재개를 결정할 전망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 세우며 무관중 경기 또는 리그 중단을 저울질하던 NBA 사무국은 선수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자 지체없이 중단을 결정했다.

 

프랑스 출신인 고베르 선수는 2020년 NBA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날 경기 개시 직전 팀 의료진이 심판진에게 그의 코로나19 확진 결과를 알렸고 결국 경기 취소와 함께 리그 중단까지 불러왔다. 공교롭게도 그는 이틀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장난의 대상으로 삼았다. 질의 응답을 끝나고 인터뷰실을 나가면서 익살스런 몸짓을 섞어가며 취재진의 마이크를 쓰다듬은 뒤 퇴장한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척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대수롭지 않은 장난으로 여겼다. 하지만 누구도 이 선수가 이틀 뒤 코로나19 확진과 함께 리그 중단이라는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고베어 선수의 소식을 접하며 주변의 지인들이 떠올랐다. 어르신 한 분은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무슨 마스크야. 여태껏 그냥 살아왔어도 아무일 없었는데. 걸리면 어쩔 수 없는 거지”라며 한사코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40대 중반의 지인 한 분은 “난 평생 독감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지냈어”라면서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건강 강박증에 걸린 거야. 난 어디 가도 안써”라며 건강을 자랑했다.

지금 우리는 여태껏 인류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모두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누군가는 공포심이 너무 커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 대중교통 이용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정화통이 두개나 달린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비말이 눈으로 튀어드는 것을 막아준다며 양봉업자들이 쓸법한 비닐 차양달린 벙거지 모자도 판매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옆에 서있다가 기침이라도 할라치면 옆 사람이 자리를 피해버리거나 시비가 붙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임산부, 기저질환자, 어르신들, 어린이 등 우리 사회에는 질병에 취약한 많은 계층이 존재한다. 새로운 감염병이 이들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을 준 격리 상태로 만들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직장인들이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을 본다. 재택근무 여건이 안 되고, 유연 근로제를 실시할 수 없는 사업장에 다니는 많은 노동자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길에 나선다. 종교생활에서 또는 단체 운동을 하면서 재미를 찾던 분들이 낙을 잃었다.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며 만용을 부리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도한 감염 공포에 빠져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 중간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등 감염병 전문가들은 개인 위생에서 해법을 찾는다. 가급적 붐비는 장소를 피하고 올바른 손씻기와 혼잡한 장소에서 올바른 마스크 착용 등이 감염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재난 상황에서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격리자가 불안, 걱정, 공포를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격리자의 흔한 심리적 반응은 △격리된 상황에 대한 ‘분노’ △감염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낙인에 대한 ‘걱정’ △감염을 막기 위하여 일상적인 활동을 줄이다 보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가중 △시간이 지나면서 정서적으로 소진되고 무기력 △격리로 인한 외로움, 지루함 △술과 약물에 대한 갈망 △우울 증상 등을 꼽았다.

감염병 재난 발생 시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다. ①불안과 공포가 커지고 감염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데 집착하게 된다 ②의심이 많아져서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③외부활동이 줄어들고 무기력하게 된다.

출처: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http://www.traumainfo.org/
출처: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 http://www.traumainfo.org/

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는 정신건강대처법의 첫번째로 ‘믿을만한 정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잘못된 정보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올바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병과 관련해서 무엇이 올바른 정보인지 선별할 자신이 없다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지침과 정보가 도움을 줄 것이다. SNS를 타고 퍼지는 가짜뉴스에선 당분간 시선을 떼자. 나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게 우선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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