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연합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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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연합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 김형민
  • 승인 2020.03.18 1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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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칼럼] 더불어민주당의 연합비례정당 출범에 부쳐

연합이란 무엇인가. 우리 역사에는 우리가 참여한 ‘연합군’이 몇 번 등장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조명연합군’ 즉 조선군과 명나라가 함께 일본군에 맞섰다. ‘나당연합군’을 이룬 신라는 당과 연합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고 ‘여원연합군’의 일원으로 고려는 몽골의 일본 침공을 거들었다. 그런데 말이 좋아 ‘연합군’이지 우리가 대등한 ‘연합’의 한 축으로 전쟁에 나선 적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실 이런 ‘연합’(?)은 어느 대륙 어느 나라 역사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강자는 강자의 입장이 있고 약자는 약자의 이해가 있는 것이다. 그 입장과 이해가 맞아떨어질 때 연합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일본 침략군의 화살받이와 수송대로 나서야 했던 고려군은 사실상 강제 징발일 뿐 연합군의 일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본 침공은 고려의 이익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래서 기를 쓰고 발을 빼 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덜미 잡혀 끌려갔던 것이다. 억지로 이름 붙여 본다면 ‘강제적 연합’.

임진왜란 때 조선은 명나라를 끌어들여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군의 무력은 압도적이었고 국토의 태반이 넘어갔다. 여기에 중국에게도 가려운 데가 있었다. 일본군이 압록강까지 이른다면 요동이 조용하지 않을 것이고 내친 김에 조금 더 가서 산해관을 넘으면 북경이다. 바닷길로도 산동반도와 요동반도는 무척 가깝다. 그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에 명나라군은 압록강을 넘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연합군’으로 대우하기보다는 ‘천병’(天兵)으로 모셨고 그나마 전열을 갖춰 가던 모습마저 무너뜨리고 명나라군의 보조 군대로 스스로를 전락시켰다. 급기야 죽을 힘을 다해 싸우던 자신의 전쟁 영웅들을 깔아뭉개는데 명나라군을 사용했다. “천병이 다 해 주신 것이지 조선인 나부랭이들이 뭔 일을 했겠사와요.” 이것이 왕의 입장이었으니까. 역시 어색하게 명명해 본다면 ‘굴종적 연합’.

 

그런데 ‘나당연합’은 조금 양상이 다르다. 오히려 서로 ‘윈윈’하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자 맺은 전략적 연합에 가깝다고나 할까. 물론 과정은 굴종적이고 양상도 강제적으로 전개되기도 했다. 신라 여왕이 비단에 당나라 찬가를 수놓아 바치고 당나라 관복까지 그대로 갖다가 입겠다고 아양을 떨었던 것은 매우 눈꼴이 간지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신라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다. 백제와 고구려 사이에 끼어서 얻어터지고, 특히 백제에게는 사생결단의 맹공을 받고 있던 신라는 어떻게든 백제를 없애야 했다.

한편 대륙을 통일한 수와 당이 국력을 기울여 쳐들어갔다가 깨강정이 되고 말았던 고구려는 당의 눈의 가시였다. 고구려를 칠 때 중국 왕조가 정작으로 아쉬웠던 것은 ‘제 2전선’이었다. 독일군과 혈투를 치르던 스탈린이 서방 연합국에게 애타게 ‘제 2전선’을 요구했던 것처럼, 자신들이 요하 방어선에서 지지고 볶는 동안 남쪽에서 고구려를 들이쳐 준다면 고구려는 무너뜨릴 수 있었다. 실제로 수나라와 당나라가 고구려를 공격할 때 신라는 물론 심지어 백제조차 “함께 하겠습니다요.”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백제는 립 서비스였을 뿐 오히려 신라를 견제했다. 결과는 “생때같은 장정들아 요동 가서 죽지 마라.”는 슬픈 노래였다.

마침내 신라와 당이 쿵짝이 맞았다. “백제를 먼저 멸망시킬 때 당나라가 신라를 돕고 고구려를 칠 때 신라가 돕는다.” 계산은 단순할수록 좋다. 당나라는 콜을 불렀고 신라는 묻고 더블로 가자고 환호했다. 그런데 서로 속셈은 완전히 달랐다. 우선 당나라는 신라 군대를 속국 군대로 취급했고 ‘군기를 잡으려’ 했다. 군량을 안챙겨 왔으니 너희는 전투를 치르든 말든 언제까지 틀림없이 군량 갖다 대라는 날짜를 박아 버린 것은 그 중의 한 예다.

우리가 아는 황산벌의 격전 때문에 신라군이 날짜를 지키지 못하자 당나라군 사령관 소정방은 본때를 보일 심사로 신라 장군 김문영의 목을 따려 한다. 그때 김유신이 한 행동은 이 전쟁이 상국의 전쟁에 속국이 끼어든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으되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연합에 의해 진행되는 전쟁임을 상기시킨다.

“소정방 장군은 황산의 결전을 듣지 못하였느냐. 내 이 능멸을 참느니 차라리 당군과 먼저 일전을 겨루고 백제를 멸하리라.”

이미 나이 예순 다섯이었던 김유신의 백발이 빳빳이 서고, 칼집에서 칼이 저절로 튀어나왔다고 기록돼 있다. 아무렴 칼이 저절로 튀어나왔을까. 김유신이 반쯤 뺐겠지. 동시에 양쪽 장군들이 일제히 칼에 손을 댔을 것이고 성미 급한 몇몇은 스르릉 소리를 내며 칼날을 보였겠지. 이는 김유신의 분노이기도 했지만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군량도 안 챙겨온 당나라가 신라하고 틀어지고 백제 땅에서 신라와 전투라도 벌인다면 소정방은 뭐가 되는가. 소정방이 받은 것은 백제를 멸망시키라는 명령이었는데.

애초 소정방도 신라 장수를 죽이고 싶었다기보다는 신라의 기를 죽이고자 했던 것인데 일이 틀어지게 생겼다. 우장(右將) 동보량(董寶亮)이 ‘소정방의 발을 밟으며’ 그걸 일깨워 준다. 말하기를, “신라군이 깽판칠 것 같아요.” 여기서 소정방이 대국 장수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내가 너희의 사령관이다!!! 부르짖으며 군율을 세울 것이니 신라 장군 김문영의 목을 쳐라! 고 뻗댔다면 어떻게 됐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또 그래야 위엄이 선다고 생각한 큰나라의 멍청이들은 역사에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소정방은 즉시 김문영을 풀어 준다. 스타일은 구겼지만 동맹을 살린 것이다. 김유신의 기개가 빛나는 순간이면서 동시에 소정방의 정치력이 한몫한 순간.

백제는 멸망했다. 약속대로 신라는 최선을 다해 고구려 공격을 돕는다. 당시 기록으로 20만 대군을 넘게 동원했으니 거의 총력전급으로 지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하나의 전제가 있었다. 당 태종과 김춘추의 합의.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대동강 이남은 신라에게 주겠다.” 신라는 그걸로 만족했고 당나라도 그 정도라면 굳이 고구려처럼 신경 쓸 사이즈가 아니었으니 ‘전략적 합의’를 이룬 셈이다. 그런데 당나라가 이걸 깼다. 한반도 전역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자 한 것이다. 신라는 당연히 반발했고 당나라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 대동강 이남에서 당나라를 몰아낸다. 당나라는 여러모로 실이 컸다. 신라의 기가 좀 꺾였다 싶으면 토번이 들썩거렸고 토번이 들쑤시면 어김없이 신라가 뒤통수를 쳤다. 결국은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으로 흘리지 말았어야 할 피만 흘리고 한반도에서 물러난다.

강제로 연합군을 만들수도 있고 굴종적으로 머리 숙이고 명령을 받는 연합도 가능하겠지만 그 연합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사실 연합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부르기엔 가슴보다는 얼굴이 먼저 뜨거워지는 것이다. 연합의 요체는 신라와 당처럼 서로의 이해가 결합하고 절대적인 적수 앞에서 하나가 될 수 있을 때 무럭무럭 자라고 튼실해진다. 그러다가도 소정방처럼 군기를 잡으려다가는 김유신의 칼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것이고 그때 소정방이 자기네 힘 믿고 꿇어!를 부르짖으며 결기를 부렸다가는 산통이 깨지는 법이며, 김유신과 소정방 모두 패자가 될 가능성이 컸다. 더하여 상대의 정체성을 짓밟는 행위, 즉 “대동강은 너희 것”이라는 전제를 흔드는 것은 신라를 미치고 환장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고, 당나라는 그 댓가를 치러야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비례연합 플랫폼 시민을위하여 관계자들이 17일 국회에서 비례연합정당 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비례연합 플랫폼 시민을위하여 관계자들이 17일 국회에서 비례연합정당 협약서를 체결하고 있다.

최근 ‘연합 비례 정당’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 정당에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연합’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연합의 일원에게 굴욕감을 안기거나 상대방의 근본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꼭 물리쳐야 할 적이 있고 그를 위해 연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그 연합 안에서 먼저 물러서야 할 것은 연합 중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자이다. 그리고 연합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연합에 참여한 잡다한 깃발들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는 일이고 그들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일이다. 그걸 못할 때 오만한 ‘맹주’는 곤욕을 치르게 마련이고 나아가 흘리지 않아도 될 피를 흘리게 마련이며, 급기야 패전지장이 되기 십상인 것이다.

차라리 “진보정당들 민주당 안에 들어와서 좌파 블록이 돼 다오.”라고 호소하면 모르겠다.그럼 진보정당 한다는 이들이 코웃음을 치든 호응을 하든 할 것이다. 그런데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만 거대악에 맞서자는 ‘연합’에서, 한쪽이 상당히 근성을 가지고 지켜온 성소수자 문제를 들먹이며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들과 연합은 어렵다.”고 어깃장을 놓는 것은 연합의 한 축이 되겠다고 전체 당원 투표까지 하고 들어온 이들을 집단적으로 바보 만드는 일이다. 웬 듣도보도 못한 깃발들 세워 놓고 너희가 싫으면 얘들이랑만 놀겠다며 뻗대는 것은 덤이다. 황산벌 격전 치르고 온 신라군이 기일 늦었다고 신라군 장군 목을 따는 격이고, 대동강 이남은 가지라고 했다가 신라 왕에게 “대당 제국 계림 도독” 칭호를 선물하는 꼴이다. 민주당은 결국 그 일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민주당이 주도한 ‘연합’에 내가 가진 쌀 한 바가지를 붓기를 포기한다. 연합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김형민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필명 산하로 알려져 있다. 글을 맛깔나게 써서 팬이 많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1995년부터 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수의 매체에 역사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10여권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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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2020-03-18 14:21:20
매우 공감합니다. 결국은 자한당과 동일한 전략을 원하지만 입으로만 다른 소리를 해댄 꼴이 됐지요. 꼼수는 듣기 싫으니 약자들 데려다가 시늉하려다가 철저히 이용만 하고 버려버린 그냥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과 꼭 같은 짓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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