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1인당 GDP, 사상 첫 일본 추월?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3.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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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과 블로그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상 처음 일본 GDP 역전. 한국 42,100$ 일본 41,502$ -OECD 2019 공식자료-기레기들은 이런거 보도 안하지??”란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과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OECD)’라는 제목의 블로그 게시글입니다.

두 게시물이 주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공유가 늘어나자, 일부에서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PPP(구매력 평가지수)기준 1인당 GDP여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팩트를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6개 회원국을 비롯해 유럽지역 국가, 세계 주요 국가들의 GDP(국내총생산) 지수를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기준(잠정치)으로 1인당 GDP 4만2136달러를 기록해, 같은 기간 4만1364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앞섰습니다.

해당 수치는 구매력평가지수(Purchasing-Power Parity: PPP) 기준 1인당 GDP였고,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일본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PPP는 나라마다 다른 물가와 환율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2017년 PPP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4만1001달러,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885달러였습니다.

PPP 기준 1인당 GDP에서 한국의 일본 추월 전망은 이미 나온 바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해 8월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데이터베이스 자료에서 2017년 한국과 일본의 PPP 기준 1인당 GDP를 각각 3만7524달러, 3만9795달러로 집계하고 한국이 2023년에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PPP 기준 GDP 통계를 내는 방법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OECD 통계상으로는 1인당 GDP 수치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약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이 일본을 앞선 셈입니다. 인구수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GDP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몇 배 앞서지만, 환율과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를 앞섰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주일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는 이 같은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는 입장입니다. 장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이 일본을 앞서기는 했지만 한일 두 나라 모두 아직 OECD평균인 4만6173달러에 못 미치고, (한일보다 선진국이거나 더 부강한 나라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대만이 IMF통계상으로는 2019년 기준 5만5078달러를 기록해 한일 두 나라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PPP는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의 GDP가 과대평가되는 왜곡이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통계에서 일반적으로 표시하는 GDP는 명목GDP입니다.

IMF가 집계한 2019년 1인당 명목 GDP는 일본>한국>대만 순이었습니다. 일본은 4만3천 달러가 넘고 한국은 3만1250달러, 대만은 2만5530달러 정도입니다. 세 나라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PPP기준 1인당 GDP보다 좀 더 경제 현실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에서 한일 두 나라의 대결이 높은 관심을 끄는데 비하면, 이번 ‘1인당 GDP 한국 일본 추월’ 뉴스는 국내 언론들의 관심이 적었습니다. 주요 언론 가운데에서 중앙일보한국일보만이 보도했을 뿐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반향이 컸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보다 앞선 2월 27일 일본 경제 매체인 <다이아몬드 온라인(DIAMOND online)>은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 대학 비즈니스 금융 연구 센터 고문의 ‘한국에 1인당 GDP와 노동생산성에서 추월당한 일본의 장래(韓国に1人当たりGDPや労働生産性で追い抜かれた日本の行く末)’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의 지위가 낮아져 마침내 한국에 추월당한데 대해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온라인 매체인 <웨지 인피니티(WEDGE Infinity)>도 해당 OECD 통계를 인용한 ‘「사상 최강」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사귈 것인가’(「史上最強」韓国と日本はどう付き合うか)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 한국이 사상 최강의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야후재팬 갈무리
야후재팬 갈무리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야후재팬은 해당 기사를 헤드라인기사로 배치했고 기사에는 7백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이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입장과 지표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나친 의미 부여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실질 소득이 한국에 뒤처지기 시작한 이유로는 높은 물가, 장기간의 경기 부진, 심각한 고령화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일본의 뒤를 밟아온 한국의 입장에서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직면한 현안이고 조만간 닥쳐올 과제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지표로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고 마냥 기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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