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만불을 갚으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재기발랄한 '감독의 발견'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20.04.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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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부터 5년간 미국 ABC에서 방영된 <6백만 불의 사나이>라는 TV시리즈가 있다. 불의의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우주비행사(리 메이저스 분)가 첨단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슈퍼히어로로 재탄생한다는 내용의 드라마. 망원경에 야간투시경 기능까지 갖춘 눈에 자동차도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팔, 시속 100킬로미터로 악당을 쫓는 다리, 추격 신에서 슬로모션과 함께 ‘두두두두두’하는 효과음이 흘러나오면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1976년 7월부터 매주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을 TV앞에 붙잡아 두었고 주인공 스티브를 흉내 내는 아이들의 사고사례가 속출할 정도였다. 심지어 그 타이틀은 일반명사가 되어 요즘도 종종 신문기사에 등장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심장 질환을 앓다 조금 줄어든 예산(?)으로 목숨을 건진 ‘5백만 불의 사나이’는 물가와 화폐가치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초능력은 간데없고 일단 막대한 금액을 모금으로 마련했기에 고교생이 되어서도 일거수일투족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낸다. 아니, 숫제 은인들의 모임에 매번 얼굴을 비치고 있다. 성적과 상관없이 장래희망은 의사. 속앓이를 거듭하던 끝에 남몰래 만든 SNS 계정에서 ‘못 해먹겠다’고 선언하지만 어김없이 ‘돈은 어쩌고?’하는 질문이 날아든다. 이거야 말로 기막힌 노릇.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방영된 지 40여 년, 심장 질환을 앓다 조금 줄어든 예산(?)으로 목숨을 건진‘5백만 불의 사나이’는 물가와 화폐가치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초능력은 간데없고 일단 막대한 금액을 모금으로 마련했기에 고교생이 되어서도 일거수일투족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낸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방영된 지 40여 년, 심장 질환을 앓다 조금 줄어든 예산(?)으로 목숨을 건진‘5백만 불의 사나이’는 물가와 화폐가치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안쓰럽기 그지없다. 초능력은 간데없고 일단 막대한 금액을 모금으로 마련했기에 고교생이 되어서도 일거수일투족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지낸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알았어, 알았다고! 다 갚고 죽으면 되잖아!’

집을 뛰쳐나와 생활전선에 뛰어들지만 사방에서 비행청소년 취급이니 거처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벌이는 어떤가, 공사현장, 이삿짐센터, 공장 등을 전전하며 하루 8시간씩 1년 내내 일해도 171년이 걸리는 현실. ‘고소득 보장’ 선전 문구에 문을 두드리면 아니나 다를까 보이스피싱 업체나 ‘수상한 업소’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문성호 감독의 데뷔작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는 영락없이 무거운 톤의 사회파 드라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청년 감독은 온갖 선거 때마다 고정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동세대의 고민을 경쾌한 코미디로 풀어가다 ‘그래도 포기하면 되겠어? 일단 우리 한번 살아보자’하는 메시지에까지 도달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문 감독을 만나게 된 계기다. 그의 작품이 초청된 곳은 도쿄국제영화제이나 필자가 사무국의 협조를 받아 인터뷰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해외초청작인 것으로 착각했던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의 제작사는 한국의 프로덕션이 아니다. 데뷔를 위해 한국을 떠나왔냐고? 아니다. 문성호라는 이름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나고 자란 곳은 히로시마다. 서울로 유학을 갔고, 졸업 후 일본의 메이저 콘텐츠 업체가 주최하는 프로젝트 공모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다만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를 완성한 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응모했지만 결과는 ‘낙방’.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고? 인터뷰를 하던 그가 ‘개그감 터지는’ 말투로 전해주었으니까.

문성호라는 이름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의 감독인 그가 나고 자란 곳은 히로시마다. 서울로 유학을 갔고, 졸업 후 일본의 메이저 콘텐츠 업체가 주최하는 신작프로젝트 공모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문성호라는 이름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의 감독인 그가 나고 자란 곳은 히로시마다. 서울로 유학을 갔고, 졸업 후 일본의 메이저 콘텐츠 업체가 주최하는 신작프로젝트 공모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홍상현

감독 이름만 보고 한국에서 초청된 작품인 줄 알았다. 재일한국인 3세로 한국에 와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가 감독에 데뷔했는데.

문성호

국적은 한국이지만 히로시마에서 나고 자라 모국을 접할 기회를 원했다. 여기에 미적 감각을 실제적인 테크닉과 연결시키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거라는 판단으로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진학했다. 그렇게 쌓은 실력을 이곳에서 실무에서 발휘해 보고 싶어 영상분야로 진출한 거고.

 

홍상현

다 계획이 있었구나. (웃음) 롤 모델로 생각하는 한국의 감독이나, 좋아하는 배우 등이 있으신지.

문성호

대학 진학과 관련한 말씀을 좀 더 드리면, 원래부터 영화감독을 지망했던 건 아니고, CF감독이 되고 싶었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류승완이다. 한 사람의 영화팬의 입장에서 그의 영화는 매번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집을 뛰쳐나와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주인공. 하지만 사방에서 비행청소년 취급이니 거처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악전고투의 연속. ‘고소득 보장’선전 문구에 문을 두드리면 아니나 다를까 보이스피싱 업체나‘수상한 업소’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집을 뛰쳐나와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주인공. 하지만 사방에서 비행청소년 취급이니 거처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악전고투의 연속. ‘고소득 보장’선전 문구에 문을 두드리면 아니나 다를까 보이스피싱 업체나 ‘수상한 업소’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홍상현

메이저 콘텐츠 배급사의 프로젝트 응모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해 데뷔했다.

문성호

또래들 중에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 비슷하겠지만, 감독데뷔가 정말 쉽지 않다. 자신의 기획을 들고 프로듀서와 소통하고, 그게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뛰어넘어야할 많은 벽들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쟁프레젠테이션에서 우승하면 무조건 기회가 주어지니 오히려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의 현실화가‘약속’으로 강제되니까.

 

홍상현

처음부터 각본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영화라는 장르는 연출자가 그것을 어떻게 시각화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 난다.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면서 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나.

문성호

시나리오를 좀 더 어두운 쪽으로 끌고 가거나 무거운 분위기로 연출할 수도 있었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다.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에게 웃음 매개로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덧붙여서, 프로젝트 응모를 하던 당시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는 주인공에 대한 설정만 되어있는 상태였다. 각본가가 소설을 통해 다진 기본기를 활용한 원안이었는데 초기에는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합의점을 찾게 되었다.

같이 시나리오를 쓰며 프로젝트 공모를 준비한 히루타 나오미 작가(왼쪽), 주연을 맡은 모치즈키 아유무 배우(가운데)와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세 사람이 합의한 작품의 방향은‘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진제공: ⒸTIFF
같이 시나리오를 쓰며 프로젝트 공모를 준비한 히루타 나오미 작가(왼쪽), 주연을 맡은 모치즈키 아유무 배우(가운데)와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세 사람이 합의한 작품의 방향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진제공: ⒸTIFF

홍상현

한화로 50억 원도 넘는 금액을 아르바이트 시급으로 환산하며 고민하는 주인공을 보며 청년세대의 고민은 어디든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문성호

당연히 보통사람은 일평생 구경하기도 힘든 금액이다. 다만, 이걸 관객이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착안점이었다. 작품의 장르자체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치로써 활용하고 싶었다.

 

홍상현

바로 그 ‘장르’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방금 하신 말씀처럼 그리 낙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청년세대의 상황을 코미디로 풀어낸 점이다.

문성호

“진짜 재미있으셨어요? 제가 코미디를 좀 좋아해죠!” (웃음)

재일한국인이라는 개인적 특성상 두 나라의 웃음코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학교 친구들과 실습작품을 만들면 주로 일본인 역을 맡았는데, 이 때 제 모습에 대한 친구들의 리액션을 기억해두었던 게 코미디 연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성호 감독은 “재일한국인이라는 개인적 특성상 두 나라의 웃음코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학교 친구들과 실습작품을 만들면 주로 일본인 역을 맡았는데, 이 때 제 모습에 대한 친구들의 리액션을 기억해두었던 게 코미디 연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했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문성호 감독은 “재일한국인이라는 개인적 특성상 두 나라의 웃음코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재미있는 이야기지만, 학교 친구들과 실습작품을 만들면 주로 일본인 역을 맡았는데, 이 때 제 모습에 대한 친구들의 리액션을 기억해두었던 게 코미디 연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술회했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홍상현

한국 관객에게는 <솔로몬의 위증>으로 익숙한 모치즈키 아유무가 주연배우로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이 보여준다. 보통 영화의 주인공은 감독의 페르소나 인데.

문성호

좀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워낙 미남인데다 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면 모치즈키 쪽이 훨씬 착하니까. (일동 웃음)

다만,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기본적인 인식을 같이했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가지 말자는 거. 배우는 감독의 일방적인 디렉션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결국 영화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자신의 역할을 기대이상으로 해냈다.

 

홍상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야마다 나나와의 케미스트리도 훌륭했다.

문성호

워낙 앳된 외모의 소유자이며 실제로도 고등학생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단히 어른스럽고 무척 스마트한 배우다.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 캐스팅에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저로서도 기꺼이 함께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건 마침 경쟁프레젠테이션의 공동출자자가 그의 소속사인 어뮤즈엔터테인먼트였다는 점이다.

히로인으로 분한 야마다 나나에 대해 문성호 감독은“앳된 외모의 소유자이며 실제로도 고등학생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단히 어른스럽고 무척 스마트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 캐스팅에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히로인으로 분한 야마다 나나에 대해 문성호 감독은 “앳된 외모의 소유자이며 실제로도 고등학생이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단히 어른스럽고 무척 스마트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 캐스팅에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홍상현

신인감독에게 관록 있는 프로듀서의 존재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휘둘리면 작가의 개성이 사라진, 이른바 ‘기획영화’가 되어버리기 쉬운데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은 이런 문제를 잘 극복한하고 있다.

문성호

사전조사가 엄청나게 철저하시다. 감사드린다. (웃음)

말씀대로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의 프로듀서(<심야식당> 시리즈의 프로듀서, 엔도 히토시)는 나름의 경력 자랑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제가 신인이다 보니 여러모로 걱정되는 점도 있었을 거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만드는 동안 저한테 딱히 어떤 요구를 하지 않더라. 덕분에 최대한 편안하게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 제작의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의 일이지만 프로듀서는 투자자는 물론 관객의 입장까지 고려해야한다.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다. 이 점을 저 또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바람직한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홍상현

곧 한국 관객과 만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감독 입장에서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문성호

인생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 한다.

각자 속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언젠가 같은 지점에 도달하게 되리라 믿고 있고. 그러니 아직 그 의미를 찾지 못했더라도 부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직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걸로 <파이브 밀리언 달러 라이프>의 존재의미는 충분하다.

아, 그리고. 촬영현장에서 엄청나게 고생을 시켜놓고 편집해버린 부분이 꽤 있다. 이 수고해주신 분들에게 기회를 빌려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일동 웃음)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문성호 감독은 온갖 선거 때마다 고정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동세대의 고민을 경쾌한 코미디로 풀어가다 ‘그래도 포기하면 되겠어? 일단 우리 한번 살아보자’하는 메시지에까지 도달한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문성호 감독은 온갖 선거 때마다 고정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동세대의 고민을 경쾌한 코미디로 풀어가다 ‘그래도 포기하면 되겠어? 일단 우리 한번 살아보자’하는 메시지에까지 도달한다. 사진제공: Ⓒ2019 “5 MILLION DOLLAR LIFE” FILM PARTNERS

“이번 작품으로 부천에 가고 싶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바람을 꼭 이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웃음)

여동생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제가 영화를 만들어도 한국개봉이 쉽지 않다 보니 자기 오빠가 영화감독이라는 걸 별로 실감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 한국에서 꼭 새 영화를 만들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인이고 해도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게 아니라 모든 문화적 코드를 다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란 세계 어느 나라의 관객이라도 즐길 수 있는 거니까. 앞으로 제가 만드는 작품들을 아무쪼록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필자의 인연을 의식한 것 같은 말로 시작된 문 감독의 마지막 코멘트는, 물론 섭섭함을 표현한 게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마주앉는 순간, 그토록 호의와 반가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건네지 없었겠지. 굳이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묻고 싶지는 않았다. 심은경 배우의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여우주연상 수상에 비할 바는 아닐지 몰라도 “신세대를 책임지는 실력파 크리에이터”로 평가받으며 데뷔한 그를 다시 만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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