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밀당' 시작한 트럼프, 이번엔 '당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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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22일 공개했습니다. 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김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북에 코로나19 친서 보낸 트럼프>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밀당' 재개한 트럼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우리는 북한과 이란 국민들 모두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며 코로나19에 취약한 나라를 돕기위해 1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친서가 지난 18일 이전에 북에 전달됐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미국의 모습을 과시하기 위함이 친서의 표면적 목적이라면,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위기관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코로나19 사태에 매우 낙관적이었다가 자국 내 확산이 급격하게 이뤄지자 지난 13일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했고, 17일엔 전 국민에게 직접 2000달러를 지급하는 재난소득 방식의 경제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친서는 재난소득 발표 전후에 보내졌습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외부의 위협이 추가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트럼프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급하게 북한에 친서를 보낸 것입니다. 북한이 돌발 행동으로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김정은을 최대한 존중한 것과 정상간 신뢰를 강조한 것도 김정은을 달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이번 친서를 북미대화의 재개로 보는 것은 성급한 시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는 보도가 올초에 나온 바 있습니다. 트럼프 특유의 밀고당기기, 밀당이 다시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2. 마이웨이 김정은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감염제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폐쇄사회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사태 초기 국경을 완전히 걸어잠궈 코로나19 확산을 막았습니다북한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고 국제기구와 단체들의 방역 물품 제공 제안에도 국경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방역협조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북한이 지금 시점에서 친서를 공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정상국가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방역성공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친서 공개를 통해 미국에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조미 사이의 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 관계를 놓고 서뿔리(섣불리) 평가해서는 안되며 그에 따라 전망하고 기대해서는 더욱 안 된다""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로 줄달음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단거리탄도미사일 두발을 발사한 뒤 바로 다음날 트럼프 친서를 공개했습니다. 친서 발표시점은 분명 의도된 것이고, 미국 하기에 따라서 도발과 친선이 결정될 것이란 메시지입니다

이번 친서 공개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올라간 김여정 부부장의 북한 내 위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은 메시지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혈육이자 가장 신뢰하는 참모인 김여정이 직접 발표하게 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식을 갖춘 것입니다.

 

3. '23' 문재인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페이스북에 함께, 앞으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문대통령은 바이러스에 맞서는 우리의 싸움은 거대한 23각 경기라며 나 혼자 안 아파도 소용 없고 나 혼자 잘 살아도 소용없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방역에 협조하고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공개 시점상 북한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와 3.1절 기념사를 통해 남북관계 회복 의지를 공식화한 바 있습니다. 특히 3.1101주년 기념사에선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통해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북한과 보건 분야의 공동협력을 바란다"고 공개 제안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사람과 가축의 감염병 확산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고 접경지역의 재해재난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처할 때 우리 겨레의 삶이 보다 안전해질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를 준수하며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넓혀 나갈 때 한반도의 평화도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을 계기로 중국, 일본, 북한 등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입니다.

3.1절 기념사 발표 뒤 나흘 뒤인 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친서에서 "마음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문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지만, 교착상태인 남북 관계가 코로나19 국제공조를 통해 실마리가 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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