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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국 국회의원 수 너무 많다?인구대비 OECD 최하위권, 일하지 않아서 문제
포털사이트 검색화면 캡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특위 구성 결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한지 석 달 만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정개특위의 가장 큰 쟁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그에 따른 의원정수 확대조정 여부인데, 현 소선거구제의 수혜자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에 맞서 비례대표 확대를 요구하는 바른정당, 평화민주당, 정의당의 요구가 얼마나 받아들여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지난 30일 열린 정개특위 2차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올해 초에 주장했던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를 기반으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의원 정수 확대 반대’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의견을 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4월 16일 바른정당 소속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지난 30일 주장과 같은 내용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하는 이유로 “현재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아서 의원 개인의 직무에 대한 사명감과 윤리의식이 미약해지는 측면이 있고, 국민의 국회의원들에 대한 감시 기능이 소홀해지는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말처럼 한국은 국회의원이 너무 많은 나라일까?

1948년 제헌의회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2000만 정도였는데, 국회의원은 200명이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시절 국회무력화 차원에서 그 수가 줄었다가, 5공화국에서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헌법으로 규정했다. 현재는 소선거구제로 뽑는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의원 4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가 2015년 7월 발표한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원정수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교하면 현저히, 그리고 유럽 복지국가들에 견주어보면 심각하게 적은 편이다. OCED 국가 34개국 가운데 31위로 최하위권이다.

OECD 34개국 선거제도와 의원정수 <출처 :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 보고서>

'10만명당 의원 1명' OECD 평균 맞추려면 의원 514명

한국을 포함한 OECD 34개국의 의원 1인당 인구수 평균은 9만9469명이지만, 한국은 의원 1인이 16만7400명의 국민을 대표하고 있다. 의원 1인이 반영해야할 민의가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1.7배 정도 많다는 것이다. 의원 1인당 인구수가 한국보다 많은 국가는 34개국 중 멕시코, 일본, 미국 밖에 없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한국의 의원수를 OECD 평균 수준에 맞추려면 514명이 되어야 한다. 한국과 인구수가 비슷한 스페인(약 4660만명)은 상·하원 총 616명으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연세대 정치학과 박명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OECD국가 가운데 한국처럼 단원제 국가들은 평균 6만2000명당 1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802석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국제정치학회의 김도종, 김형준 교수는 2003년 9월 발간한 <국회의원 정수산출을 위한 경험연구: OECD회원국들과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에서, “의원정수 산출의 기준은 대표성과 효율성으로 제안하고 그 지수는 대표성의 경우 총인구와 GDP규모, 효율성의 경우 중앙정부예산과 중앙공무원수를 활용한 결과, 우리나라 국회의원정수는 368명에서 379명 수준으로 산출되었다”고 밝혔다.

적정한 의원 정수 산출에서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인구 및 사회경제적 요소를 활용하여 적정 규모를 제시한 타게페라(Taagepera)와 슈가트(Shugart)의 “의원 정수는 인구의 세제곱근에 비례한다”는 공식인데, 이 공식에 따르면 한국의 적당한 의원 수는 368명이 넘는다.

게다가 한국은 비례성이 높지 않은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다. 거대 정당은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소수 정당은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는 의석을 가져간다.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뜻을 왜곡하고 정치 발전과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국민들의 다수는 ‘일 안하는 국회’의 의원들을 늘리는 데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증원 관련 조사에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적은 한 번도 없고, 관련 기사의 댓글은 증원반대 의견이 일방적으로 많다. 나랏일은 안 하고 당리당략에 따라 툭하면 국회일정을 멈추는 모습에 질릴 만도 하다.

하지만 일 안하고 밉다고 입법부인 국회를 없앨 수는 없다. 국회의원 수를 줄인다고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인구수만큼 늘어난 민의를 반영할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특권은 줄이거나 폐지하고 의정활동비 공개와 국민소환제 도입 등의 감시는 강화해서 일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송영훈 팩트체커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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