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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미터]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은 '지체'20년간 미뤄진 'ILO 핵심협약 비준' 가능성은

민주노총이 11월 21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총파업 세부 계획을 확정했다. 총파업 목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 ▲교원·공무원·비정규직 노동3권 보장을 위한 노동법 개정 ▲국민연금 개혁 ▲최저임금 산입범위 원상회복 ▲노조 파괴를 양산한 사법·노동 적폐 청산 등이다.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역대정부 20년간 안지킨 공약

이중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노동 분야 대선 공약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국가 위상에 걸맞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제29호 강제노동 협약, 제105호 ‘강제노동 철페 협약’ 등 4가지다. 문 대통령은 또한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국내법 개정도 함께 공약했다.

ILO 핵심협약은 노동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규율 원칙이자 회원국이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사항을 정한 규범이다. 핵심협약은 1998년 기본원칙 선언에서 열거한 4개 분야(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금지, 차별금지)와 8개 협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8개중 4개(아동노동금지, 차별금지)만 비준하고 4개(결사의 자유, 강제노동금지)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한 이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에 1996년 가입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고 이후 여러 정부에서 반복되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ILO 핵심협약이 한국의 국내법과 상당 부분 상충되기 때문이다. 특히 결사의 자유 협약의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 대부분의 조항,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과 충돌한다. 헌법 상 ILO 핵심협약 비준은 행정부의 권한으로,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 후 국회의 비준안 동의가 필요하지만, 국내법과 상충하는 문제로 비준과 입법의 선후 관계나 사회적 합의 문제가 쟁점이다.

출처 : 월간노동리뷰 11월호 <ILO 핵심협약 비준의 쟁점>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2017년 5월 30일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ILO 핵심협약 비준 계획을 강조했다고도 알려졌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전교조는 대한민국이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에 대한 협약이 비준되지 않은데다가 관련 국내법 근거가 없어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3년 ‘법외노조’로 통보된 바 있다. 전교조는 2017년 5월 29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법외노조 조치 즉각 철회 요구 철야 농성에 나섰고,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철회 여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의 바로미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뒤 '협약 비준'에 소극적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 5일 한겨레신문은 고용노동부가 ILO 핵심협약 즉각적으로 비준하기 어렵다는 입장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단독보도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입장 역시 문제해결 의지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비준을 위해 정부를 줄곧 압박해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한국 양대노총은 2017년 6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LO 106차 총회에 참석해 비준 이행을 촉구했다. 거리 투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숱하게 진행해왔다. ILO도 2017년 6월 17일 ‘결사의 자유 위원회’ 보고서를 채택하고 한국의 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조항이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를 폐지할 것을 요청했다.

핵심은 ‘어떻게’ 비준할 것인가이지만, 비준의 당위성 자체는 정부로부터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2017년 7월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포함됐다. 김영주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전공노 합법화와 관련해 “ILO 협약 비준과 연계한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4일 방한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만나기도 했다. 한국 대통령이 ILO사무총장을 공식 접견한 건 처음이다.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라이더 사무총장은 국제 노동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발언인 만큼 사실상 ILO 핵심협약 비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으로 노동계의 기대도 모아졌다. 2018년 1월 7일에는 법무부가 ‘제3차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 실무그룹 보고서 초안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권고에 대해 ‘검토 후 수용’ 의사를 밝히기로 한 사실도 알려졌다. 김영주 장관은 2018년 6월 6일 ILO 총회에서 “ILO 핵심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존중 정책 흔들림 없다"지만 정부 입장은 '국내법 개정 먼저'

이런 가운데 2018년 6월 20일 청와대는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 역시 “관련 법률들이 국회에서 합의로 처리되고 법 개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된 후의 순서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선 법개정 후 비준’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노동계는 크게 반발한다. 노동계는 줄곧 ‘선 비준 후 법개정’을 주장해왔으며 선 입법 논리가 커지면 비준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ILO 협약 비준 외에도 최저임금 등 산적한 노동 이슈들로 갈등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2018년 7월 3일 양대 노총을 만나 “노동존중 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또 ILO 핵심협약에 대해서도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에서도 지원 사격에 나서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반기 국회가 정상화된 만큼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법 개정을 우선하는 데 무게를 둔 발언이었다.

2019년은 ILO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출처 : https://www.ilo.org/100/en/

핵심협약 비준은 2019년 노동계 최대 이슈... 노정 갈등 예고

2018년 7월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포함한 노조할 권리 법제화를 위해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텄다. 정기국회 전인 8월까지 관련 의제와 법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0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모두 자유한국당에서 맡게 되면서 이 사안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제2기 고용노동부(이재갑 장관)가 출범하고 2018년 9월 2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비한 국내법 쟁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역시 ‘선 법개정, 후 비준’의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취지가 선명했다. 그러나 ‘선 비준 후 법개정’을 주장해온 노동계는 관련법 개정을 우선시하는 데 대해 “지금의 국회에서 입법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2019년이 ILO 설립 100주년이어서 2018년 하반기 중 ILO 핵심협약 비준의 실현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현재로서는 답보 상태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불참하고 재참여 여부를 2019년 1월에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11월 민주노총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주요 목표로 삼고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향후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준에 대한 의지는 지속적으로 밝혀왔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다. <뉴스톱>은 문재인 대통령의 ILO 핵심협약 비준 공약에 대해 ‘지체’로 평가했다.

*이 기사는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인 <문재인미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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