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직장인 재난지원금 소외 우려...선별적 복지의 '구멍'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3.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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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하위 70% 가구에게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을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표 이후에도 각종 의문과 논란이 꼬리를 잇고 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계속되는 논란'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타협과 절충의 흔적

"쉽지 않은 결정이어서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발표하면서 한 말입니다.  결과물을 보자면 현재까지 언급됐던 다양한 지원안을 종합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절묘한 타협안'인지 혹은 '잘못된 혼종'일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우선 명칭이 긴급재난지원금이란 점이 눈에 띕니다. 일부에서 쓰는 재난기본소득, 재난소득, 재난수당 등의 용어를 쓰지 않았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이란 단어는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랩2050 윤형중 연구원이 미디어오늘에 쓴 기고문에서 비롯됐고 이를 정치권이 수용한 겁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기본소득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포퓰리즘의 정점이고,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라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기본소득은 정기적으로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가 긴급지원금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일회성 지원이란 것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소득하위 70% 지급 역시 각종 지원대책의 타협점입니다. 현재 나온 지원방안 중에 전체 70% 지급을 언급한 사례는 없습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한 뒤 연말정산으로 고소득자로부터 환수하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금액을 낮춰서 전 구성원에게 주자고 제안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100% 이하 중 정부지원을 받는 사람을 제외하고 주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선별적 지원론자인 박시장 안이 정부안과 가장 유사하긴 하지만, 지원 범위를 70%로 넓히고 금액을 올림으로서 효과를 키우는 방안이 채택됐습니다. .

발표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은 문 대통령이 4인가구 100만원을 강조했다는 점입니다. 언론 기사 제목에 이 내용이 반영됐는데 100만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앞서 김경수 지사는 물론 정의당에서도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원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개인별 지급이기 때문에 국가재정 압박이 상당합니다. 정부는 개인이 아닌 가구 지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와중에 4인가족 기준 100만원을 강조함으로서 100만원 지급의 느낌을 주려한 겁니다.

결국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방어가 먹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포장을 잘해서 규모가 적어보이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굉장히 격렬해서 자칫 싸우기 직전까지 갈 수도 있었는데 저는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2. 기준없이 발표부터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뒤 본인이 지원금을 받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각종 사이트는 북새통이 됐습니다.  정부가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대상을 확정하지 않아 경계선에 놓인 중산층들 사이에서 혼선이 일어난 겁니다. 일각에서 지급 기준 소득을 복지로(www.bokjiro.go.kr)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해당 사이트가 마비되는 소동도 벌어졌습니다.

'소득 하위 70% 가구'는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한 제도 중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자격 기준입니다. 한때 기준으로 알려진 중위소득 150%는 소득하위 70%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그대로 기준이 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중위소득 150%  초과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이어서 대략 30%에 육박합니다. 현재 중위소득 150% 1인 가구 기준 264만원, 2인 가구는 449만원, 3인 가구는 581만원, 4인 가구는 712만원, 5인 가구는 844만원 수준입니다. 이보다 소득이 적어야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3. 1인가구의 비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재산과 소득을 다 감안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에 있는 분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복지부가 추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안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부자이지만 소득이 없는 가구가 지급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직장인 1인 가구와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5인 이상 가구도 역시 4인 가구와 동일한 100만원을 받게 돼 다자녀를 강조해 온 정부 정책과 배치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재산은 많되 소득이 없는 사람이 지원을 받는지 여부입니다. 일반적으로 1인가구나 젊은 층은 소득이 어느 정도 있지만, 재산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재산이 많은 저소득자가 지원을 받을 경우 20~30대 직장인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될 거란 겁니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복지나 사회보장 제도에서 소득은 재산과 소득을 모두 감안한 '소득인정 개념'을 포괄적으로 사용한다""재산과 소득을 합쳤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인 분들이 받을 수 있도록 형평에 맞게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가리겠다"고 원칙론을 제시했습니다.

소득인정액은 기초연금 등을 산정할 때 쓰이며 소득평가액에  재산의 소득환산액 더해 산출합니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전월세 보증금 등 부동산, 금융자산, 3000cc 이상 자동차, 골프장 회원권을 특정 금액으로 환산해 더해서 구합니다. 현재 정부는 고액 자산가를 제외하는 소득인정액 방식을 긴금재난지원금 기준으로 삼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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