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로나19 임상정보, 정부가 공개 막았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4.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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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 공유를 정부가 막고 있다는 보수 유튜브 채널의 주장이 나왔다. 뉴스톱 검증 결과 사실과 전혀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

보수 싱크탱크를 자처하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24일 방영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 “정작 대한민국의 다른 수많은 의사들은 전혀 그 내용(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을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말했다방송에서 진행자는 TV조선의 인터넷판 기사 <의협 코로나19 임상정보 공유·중환자 진료 수립정부에 촉구>(3/20)를 보여주며 이렇게 주장했다해당 기사는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한 것이다. 의협은 국내 확진자가 9000명에 육박하는데도 중국 연구결과와 외국 유명학술지를 통해 정보를 얻을 만큼 임상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다의협 차원에서 국내 환자 정보를 정리해 의사들에게 제공하려 해도 데이터가 없어 분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세연은 이 기사 내용에 덧붙여 '중앙임상위원회에서만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가 공유되고 있는데, 정작 대한민국의 수많은 의사들에게 이 임상정보가 공개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가세연 유튜브 방송 내용 [11:30]

진행자 : 전문가 집단이랑 정치권이랑 정권이랑 잘 소통이 안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사실은 그거보다 이 정부가 투명하냐 안 하냐를 얘기할 때 우리가 주요하게 얘기할 수 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이거 아셨나요? 이거 아셨나요? 지금 이 정권이요. 임상정보를 공유를 안 해요. 임상정보를 정부가 틀어쥐고, 전문가들한테도 알리질 않습니다. 중환자에 대해서 어떤 진료를 하고 있는지, 그러니까 그런 거예요. 지금 이 사람들이 의사들인데, 소수의, 그 이너서클 안에 있는 사람들만 그 정보에 접근하고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가령 임상TF에서는, 중앙임상위원회에서는 그 내용을 보고 있죠. 그래서 어떤 약물을 가지고 어떤 치료를 할지 이런 거에 대한 지침도 만들기도 하고 해요. 근데 그런 소수한테만 지금 (임상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정작 대한민국의 다른 수많은 의사들은 전혀 그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해요.

 

일단 검증에 들어가기 전에 배경 지식부터 쌓아보자.

가세연이 이너서클이라고 주장하는 코로나19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는 어떤 조직일까? 중앙임상위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한 임시기구였던 중앙임상TF를 발전시킨 조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현장 임상의사들의 네트워크이다.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방역기관이 아니다중앙임상위는 현재 중앙감염병원이 없는 상황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임의적 성격의 조직이다현재 모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임무는 주요 임상 경과와 중증도 평가, 진료 지침 개발, 퇴원 기준 마련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생산되는 과학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코로나19 국내 발생 초기에는 확진자들을 담당했던 의료진들이 매일 화상회의를 통해서 임상 사례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 경북 지역의 환자 폭증 이후에는 일상적으로 임상 정보가 들어오는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오늘 검증할 내용은 코로나19 임상정보가 일선 의사들에게 공유되고 있는가? 정부가 임상정보를 틀어쥐고 있는가? 임상정보 공유를 위한 해결과제는 무엇인가? 이다.

 

코로나19 임상정보가 일선 의사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매우 제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제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의협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임상 정보 연구 및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중환자 진료체계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잠시 접어두자. 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의협이 정부에 대해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의협은 중국의 연구 결과와 외국의 유명 학술지를 통해 얻고 있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다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임상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의사들이 코로나19의 임상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언제 어느 병원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진료를 받으러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하지만 뉴스톱이 일선 의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코로나19의 국내 임상정보는 거의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사들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웹 세미나 등을 통해 소규모 임상 사례를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구 경북 등 대규모 임상 사례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

최재욱 의협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은 회견에서 "생활치료센터로 입소해 있는 무증상-경증의 환자, 전담병원 및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와 특히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생체징후, 혈액검사 결과와 흉부 X-ray CT 촬영 사진, 처방과 경과 기록 등을 표준화해 한 곳으로 취합하고 이를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코로나19 환자들의 주된 감염 경로, 임상 증상의 특징, 연령이나 기저질환에 따른 위험도, 사망환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어떤 치료가 주로 효과가 있었고, 효과가 없었는지를 신속하게 분석해 방역과 임상에 즉시 반영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특히 "지역사회 감염의 특성상 국내 모든 의료기관에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임상적 특징에 대해 의협이 최신의 정보를 정리해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임상정보를 틀어쥐고 있다?

→최근 심평원이 코로나19 환자 데이터 공개

가세연은 정부가 코로나19 임상정보를 틀어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임상정보가 모이려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구 경북 지역 의료진은 임상 정보를 전산 입력하기엔 여력이 없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방역-검사-치료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단계에는 자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이미 여러 매체들의 보도로 실태가 알려졌다

중앙임상위는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등의 협조를 받아 '데이터 전담팀'을 구성하고,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구성된 '코로나19 임상정보관리팀'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후 지난 한 달여 동안 축적된 코로나19 임상정보를 질병의 진행경과와 중증도 정보 등으로 구체화하여 웹기반 정보관리시스템(eCRF)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31일 현재 600여건의 임상정보가 모였지만 대구 경북 지역의 사례가 취합되지 않았고, 모인 사례들도 품질이 일정치 않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정부는 327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국내외 연구진에게 공개했다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익명화된 국내 코로나19 환자 데이터를 공개, 전 세계 권위 있는 학계 및 정부기관과 협력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학계에선 이 정보만으로는 의료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확진자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임상 정보가 축적되고 가공 분석돼야 일선 의료진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공개한 코로나19 환자 연국용 임상데이터세트 사이트
정부가 공개한 코로나19 환자 연국용 임상데이터세트 사이트

 

임상정보 공유를 위한 선결 과제는 무엇?

→대구경북 의료진 과부하...데이터 입력 역부족

현 시점에서 임상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대구 경북 지역 의료진의 과부하이다. 대구 경북 의료진은 여러 채널을 통해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 치료에도 버거운 현 상황에서 임상 정보 전산 입력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서 언급한 웹기반 정보관리시스템(eCRF)에 입력해야 하는 항목은 모두 66개에 이른다. 정부가 전산 입력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지원 조치가 없다면 빠른 시일 내에 임상 정보가 공유되는 것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정보 전산화를 현장 의료진에게만 맡겨 놓는다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줄어들고 기존 입원자들이 대거 퇴원해 현장 의료인력이 여유가 생길 때까지 임상 정보 전산 입력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한국의 진단 키트 등 방역 물자에 대한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한국의 코로나19 치료 노하우에 대한 요구도 많다. 이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에 관한 교과서가 발간 됐다. 세계 각국은 신뢰성 높고 잘 정리된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치료 노하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부도 임상 정보 공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환자의 임상 데이터 자료가 당장의 방역과 향후 대책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해당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기관에서 정보를 입력하고 방대본을 통해 중앙임상위에 집계 분석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이제는 임상 데이터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방안을 강구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필요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데이터 입력)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톱 검증 결과 현재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환자가 폭증한 대구 경북 지역 의료진들의 과부하로 인해 임상 정보의 전산 입력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진단-치료에 몰두했던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막 코로나19 정보 공유를 위한 지원책을 모색하는 단계로 판단된다.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임상정보를 틀어쥐고 공개를 막고 있다고 주장한 가세연의 해당 방송 내용은 '허위 정보'에 해당한다

현장 의료진의 수고와 방역 당국의 지원이 더해져 코로나19 임상 정보가 신속히 공유돼 전 지구적 확산을 종식시킬 날이 빨리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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