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홍새로이 무리수' 던진 이유는?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0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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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어제 총선을 위해 홍새로이라는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최근 큰 인기를 얻은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인 박서준이 연기한 박새로이를 패러디해서 만든 총선홍보용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태원 클라쓰> 웹툰 원작자인 조광진 작가가 거부감을 드러내자 홍준표 후보측은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홍새로이 그림을 삭제했습니다. 홍새로이됐던 홍준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계속되는 도용 논란

정치인 홍준표는 본인 홍보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아는 사람입니다. 특히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캐릭터 혹은 브랜드를 자신에 빗대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보통은 정치인 캐릭터는 지지자들이나 팬이 만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홍 대표는 자신이 직접 만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모래시계 검사입니다. 홍준표 의원은 SBS1994년에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박상원이 맡았던 검사역이 자신을 롤모델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내내 모래시계 검사라는 수식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20175월 대선을 앞두고 모래시계 극본을 집필한 송지나 작가가 홍준표 후보에게 모래시계 검사라는 말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그 분은 제가 집필할 때 취재차 만났던 여러 검사들 중 한분일 뿐이다. 홍준표씨는 검사시절과는 달라졌고 제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내가 당선됐을 때 박상원씨와 김종학피디가 오기도 했다자신을 모델로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2018년말 홍준표 전 대표가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만든 것도 홍새로이 캐릭터 사건과 비슷합니다. 청량감을 주는 보수 유튜브 방송이 되겠다며 본인 이름에 코라콜라를 합쳐 '홍카콜라'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사전 상의가 없어 코카콜라측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는 기사가 난 바 있습니다. 다만 상표권 침해는 동종업계에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켜봤다는 후문입니다. 홍새로이 캐릭터 역시 원저작자와 상의 없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홍보 마이웨이'와 일맥상통합합니다.

 

2. 출마 정당성이 필요하다

홍준표 후보에게는 이번 총선이 본인의 정치인생 최대 고비이자 마지막 승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구 수성을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가 오차범위내에서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습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홍 후보 출마로 보수분열이 현실화됐다,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최근 홍 후보는 본인 출마를 비판한 대구의 한 언론에 대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바 있습니다. 또 자신의 출마로 민주당이 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페이스북에 쓰는 등 보수분열 프레임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모든 진영에서 공격을 받는 홍 후보는 출마에 대한 정당성 만들기와 이미지 홍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드라마에서 박새로이는 유년시절에 갑질을 당하고 아버지를 잃은 뒤 요식업계에 큰손이 되어 복수를 하겠다는 꿈을 가졌고, 현실과 타협하기보다는 뚝심을 지켜 꿈을 이루고 복수에 성공한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드라마 캐릭터 박새로이와 자신이 닮은 이유에 대해 '정의로움, 자수성가, 타협하지 않는 뚝심'을 내세웠습니다. 본인 역시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만의 길로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한번만 도와달라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겁니다. 

 

3. 끝나지 않은 대선의 꿈

홍준표 후보는 최근 대권도전을 선언했습니다. 홍 후보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채널에서 "국회의원 네 번 했다. 한 번 더 하려고 온 것 아니다"차기 대선 출마의지를 공식화한바 있습니다. 대구가 고향인 홍 후보가 고향에서 대구출신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 것이나 다름 아닙니다홍 후보 대권선언 이틀 뒤인 330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명령에 불복한 무소속 출마에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다""당헌, 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영구 입당 불허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무소속 출마를 돕는 당원들에 대해서도 해당 행위로 중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상 홍준표 후보를 겨냥한 말이었습니다. 그러자 홍준표 전 대표는 "종로 선거에나 집중하라. 그 선거 지면 그대도 아웃이고 야당 세력 판도가 바뀐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수진영 '잠룡의 희비'가 엇갈릴 것은 분명합니다. 보수진영에서 확실한 당선권에 있는 유력 대선후보는 아직 한사람도 없습니다. 종로 출마 황교안 대표는 열세, 광진을 출마 오세훈 후보는 접전, 경남 산천함양거창합천에 출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역시 초방빅 접전입니다. 유승민, 김무성 의원은 불출마했습니다. 만에 하나 홍준표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잠룡 생존자가 된다면 당권장악 및 대권도전에 매우 근접하게 됩니다. 홍 후보 입장에선 '홍새로이 히트앤런' 같은 각종 무리수를 던져서라도 이번에 꼭 당선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에 패배한다면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입니다. 홍카콜라 유튜브 진행자로 남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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