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조선도 가세연도 틀렸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04.21 11: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일보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가짜뉴스 공방이 뜨겁다.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4·15 총선이 조작됐다며 그 근거로 특정상수를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는 팩트체크를 통해 가세연이 제시한 수치가 틀렸다며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이에 가세연은 조선일보의 팩트체크가 틀렸다며 ‘정신나간 조선일보’라고 재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뉴스톱이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치를 통해 양측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일단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했다. 

 

 

① 가세연 '63:36' 근거로 부정선거 주장

가세연은 자체 유튜브 방송을 통해 3일 연속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 다음날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게임업체 대표’의 제보라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주요 선거구 몇몇 곳에서 여야 후보의 관내사전투표와 관외사전투표 비율이 같다는 게 근거이다. 가세연은 개표기에 특정 상수를 심어 개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부터는 ‘서울, 경기, 인천의 여야 사전투표 득표비율이 비슷하다’며 사전투표가 조작된 것이라고 음모론을 확장했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의 사전투표 득표비율이 서울 63.92%:36.08%, 경기 63.54%:36.46%, 인천 63.47%:36.53%로 63:36 구도가 형성되는데 조작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런 비율이 세곳에서 똑같이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

 

② 조선일보 "가세연은 거짓" 팩트체크

조선일보는 18일 자체 팩트체크를 통해 “본지가 인천 지역의 사전투표 득표수를 확인해 계산해본 결과 민주당은 41만1629표를, 통합당은 20만7425표를 얻으면서 2개 당의 득표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66.49% 33.51%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천지역에서 가세연이 주장한 63:36이라는 비율이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가짜라는 결론이다. 조선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선관위에서는 저런 자료를 만든 적도 없고 기재된 수치도 사실과 전혀 다른 허황한 것”이라며 “선관위의 투개표 관리는 엄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일각에서 거듭 제기되는 거짓 음모론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배성규 정치부장의 ‘음모론은 그만, 못나서 진거다’ 칼럼을 통해 가세연의 음모론을 비판했다. 배 부장은 “설사 3개 지역 득표율이 엇비슷하다 해도 그것이 부정 선거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 라고 주장했다.

 

③ 가세연 “정신나간 조선일보” 재반박

가세연이 주장하는 선거부정의 근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여:야 득표 점유율이 63:36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부정이라는 주장이다.
가세연이 주장하는 선거부정의 근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여:야 득표 점유율이 63:36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부정이라는 주장이다.
가세연이 주장하는 선거부정의 근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여:야 득표 점유율이 63:36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부정이라는 주장이다.
가세연이 주장하는 선거부정의 근거.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여:야 득표 점유율이 63:36으로 일치하기 때문에 부정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의 팩트체크에 대해선 '정신나간 조선일보'라고 비판했다.

 

가세연은 19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자신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재확인하면서 조선일보의 팩트체크가 틀렸다고 밝혔다. 가세연은 자신들이 계산한 결과가 맞고 조선일보의 수치는 틀리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정신나간 조선일보’라고 비난했다. 가세연이 집계한 수치는 더불어민주당 36만3372표, 미래통합당 20만9174표였다. 인천 지역 16개 지역구별 득표수로 보이는 16개의 수치를 더한 산식도 함께 공개했다.

조선일보의 팩트체크에 배신감을 느낀 일부 보수 세력들은 조선일보 홈페이지로 몰려가 팩트체크 기사와 정치부장 칼럼에 수많은 댓글을 남겼다. 20일 오후 현재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2위는 팩트체크 기사를 출고한 <주형식 기자>였고 6위가 팩트체크, 7위 사설, 9위 부정선거였다.

 

④ 덧셈 오류 인정했지만 음모론은 틀렸다는 조선일보

가세연의 핵심 주장은 “서울, 경기, 인천 세 곳의 민주당과 통합당의 양당 대비 득표 점유율이 63:36으로 일치하므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로 요약된다. 이어 가세연은 “시급히 선관위 서버를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의혹을 입증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20일자 칼럼을 통해 ‘설사 3개 지역 득표율이 엇비슷하다 해도 그것이 부정 선거의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결론 지었다. 덧셈을 잘못해 팩트체크로는 헛발질을 하긴 했지만 총론적으로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스탠스이다. 가세연이 더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보수의 교과서'인 조선일보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과 다름없다. 21일자 사설에서도 "아무런 근거도 없고 비합리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이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이와 더불어 A06면 전면을 할애해 부정선거 음모론의 허구성을 따졌다.

조선일보는 20일 오후 팩트체크 기사를 수정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첫 보도에선 인천지역의 사전투표 수에 대해 '민주당은 41만1629표를, 통합당은 20만7425표를 얻으면서 2개 당의 득표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66.49% 33.51%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수 차례에 걸쳐 다시 계산해본 결과, 민주당 득표수 계산에 오류가 있었습니다. 수백 곳 투표소의 사전투표 수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잘못 계산이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덧셈을 잘못했다는 뜻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20일 오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3곳(SNS, 조선일보, 가로세로연구소)의 사전투표 득표수가 다르게 나온 만큼 계속 검증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정정하며 내놓은 인천 지역의 사전 투표 득표수는 더불어민주당 총 35만9785표(관내 27만4993표+관외 8만4792표), 미래통합당 총 20만7425표(관내 16만1018표+관외 8만4792표)였다. 2개 당의 득표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각각 민주당이 63.4306%, 통합당이 36.5693%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⑤ jtbc도 팩트체크 가세

jtbc는 20일 저녁 뉴스에서 총선 부정투표 음모론을 팩트체크했다. jtbc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수상한 숫자는 정체불명의 '상수'도 아니고, 따라서 사전투표 조작의 증거라고 볼 수 없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jtbc뉴스에 "해석을 개표 부정이냐 아니냐를 볼 일이 아니라 관외투표와 관내투표의 지지율이 과연 비슷한가. 이 관심 주제에 대해서 보는 문제예요, 사실은. 관내투표와 관외투표가 과연 지지율이 달라져야 하느냐? 제 추측에는 유사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봐요. 유사하면 이 상수들이 나오죠."라고 지적했다.

jtbc는 관내외 사전투표자의 성향이 비슷하면 음모론에서 제기된 것과 비슷한 상수가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에 여야 지지층이 양분된 선거가 치러지면 이런 숫자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세연 덧셈 오류 있으나 인천에서 63대36 나타난 것은 사실

 

핵심은 가세연이 계산한 수치가 맞느냐, 그리고 그 수치가 정말로 부정선거의 증거가 되느냐다. 우선 수치 검증이다. 뉴스톱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통계를 이용해 인천지역의 사전투표 득표수를 집계했다. 그런데 관내사전투표와 관외사전투표를 아무리 더해봐도 가세연이 제시한 수치와 일치하지 않았다. 다만  거소 선상투표, 관외 사전투표, 국외부재자 투표, 국외부재자 투표(공관), 관내 사전투표를 모두 합친 수치로 계산하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가세연은 본투표 이외의 모든 투표 형태를 뭉뚱그려 사전투표로 분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소선상투표, 국외부재자투표를 사전투표와 함께 집계하는 것이 타당한가는 일단 논외로 하자.

가세연이 집계한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수는 선관위 홈페이지와 일치했다. 미래통합당의 득표수는 선관위 수치와 달랐다. 뉴스톱이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치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미래통합당 배준영 후보는 11146표를 얻었다. 하지만 가세연은 10699표를 얻은 것으로 계산했다. 447표 차이가 난다. 배 후보가 율목동 투표소에서 득표한 수치가 447표로 일치한다. 계산 과정에서 이를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천지역에서 통합당이 얻은 총 득표수는 20만9621표이고, 민주당은 36만3372표로 집계된다. 두당 만을 놓고 점유율을 따져보면 민주당 63.41648153%, 통합당 36.58351847%로 나타난다. 가세연이 주장하고 있는 63:36 음모론과 부합하는 수치이다. 가세연도 대체로 덧셈을 잘못했지만 가세연이 주장한 민주당 63% 통합당 36% 비율은 사실이다. 

 

음모론을 제기한 가세연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다음은 63대 36이 부정선거의 증거가 되느냐다. 가세연은 이후에도 의심스러운 숫자들이 발견됐다며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결정적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막연히 특정 상수가 발견됐기 때문에, 서울 경기 인천의 민주당:통합당 득표 점유율이 63:36으로 소수점을 제외한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이유로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특별한 지역 이슈가 없었다. 이 지역은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지역이다. 수도권이 비슷한 투표성향을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왜 수도권이 63대 36의 비율로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것이 부정선거의 증거가 되는지 가세연은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가 제공한 개표 절차
선관위가 제공한 개표 절차

 

게다가 투표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가세연의 부정선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알 수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개표 전과정은 출마 후보의 소속 정당에서 내보낸 참관인과 시민 참관인 등이 엄격히 감시하고 있다. 사전투표함은 CCTV가 설치된 폐쇄공간에서 별도로 보관하다가 개표한다. 가세연은 투표지분류기 프로그램을 조작해 사전에 입력한 상수에 따라 개표 결과가 조작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투표지분류기는 개표원들의 선거사무를 돕는 보조기구에 불과하고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아 해킹 가능성이 없다. 다만 사전에 프로그램을 조작할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경우에도 분류돼 50장씩 묶이는 투표지를 참관인과 개표종사자들이 점검하는 절차를 거친다. 다른 후보의 표나 무효표가 섞여 들어갔는지 득표수에 이상이 있는지를 전량 육안으로 확인한다.

모든 과정에 참관인이 감시를 하고 집계된 결과는 개표상황표로 작성된 뒤 각당 관계자와 선관위의 검열을 거쳐 공표되고 중앙선관위로 입력된다. 개표상황표 작성과 검열, 공표, 중앙선관위 입력 등 모든 과정에서 정당 파견 참관인들이 감시를 하고 있다. 각 지역선관위의 집계 결과와 동떨어진 숫자가 중앙선관위로 보고될 가능성은 0%라고 볼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매번 선거때마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지만 단 한번도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패배 이후 비슷한 음모론이 쏟아진 바 있다.

가세연의 의혹제기는 2012년 대선 직후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방송인 김어준씨를 연상시킨다. 김씨는 2012년 대선 개표과정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영화 <더플랜>을 제작했다. 당시 미분류표 내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은 분류표 내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율보다 높다는 점에 착안한 내용이다. 하지만 뉴스타파에서 김어준의 K값에 대해 검증했고 2017년 대선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됐음을 확인한 바 있다.  선관위는 <더플랜> 개봉 이후 18대 대선 투표지를 공개적으로 재검표하자고 밝혔다. 선관위 측은 “19대 대선이 끝나고 100일이 지났음에도 <더플랜> 측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법 절차에 따라 18대 선거 서류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도 김씨는 자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음모론은 제기한 쪽에서 증명할 의무가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