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새로운 국제질서, 비대면 일상화...뉴 노멀이 온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4.15 09: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의 행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명

최근 포스트 코로나혹은 애프터 코로나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나옵니다. 기원전후를 의미하는 영어표현 B.C.A.D.는 비포 크라이스트(Before Christ)와 아노 도미니(Anno Domini)인데 요즘엔 이를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 애프터 디지즈(Afte Disease)라고 부릅니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인류 문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염병에는 지역적 유행병을 의미하는 에피데믹(epidemic)과 전세계적 유행병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이 있는데, 코로나19는 팬데믹 이후 토착화되어 인류와 함께 공존하는 풍토병, 엔데믹(endemic)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제일 먼저 준비하고 맞이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국민들께서 한마음이 돼 달라고 말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명행간을 읽어보겠습니다.

 

 

1. 비대면의 일상화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미 우리의 비대면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세계를 선도해 나갈 역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대면 거래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배달 유통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문대통령의 이런 주문은 코로나19의 토착화 전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미 3종의 코로나19 변종이 생겼고, 앞으로 더 많은 변종이 생길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류는 과거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겁니다. ‘뉴 노멀(New Normal)’ 새 기준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419일이 2번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종료시점입니다. 정부는 이날 이후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생활방역의 의미는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라고 봐야 합니다.

이런 비대면의 일상화는 한국에게 상당한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비대면 일상화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전제로 하는데 휴대전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포노사피엔스 친화적인 문명이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2. 노동없는 세상의 기본소득

국제통화기금(IMF)는 14일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13.3% 성장률을 전망했던 IMF3.0%으로 수정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대공황 Great Depression에 빗대서 대봉쇄 Great Lockdown라고 묘사했습니다.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자료를 공개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인 해는 2009년이 유일합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5.9%, 유럽은 7.5%일본은 5.2%로 전망됐으나 한국은 1.2%로 그나마 양호한 수준입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0.4%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해 많은 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높은 실업률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각국은 몽상가적 상상이라고 치부해왔던 기본소득 실험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나디아 칼비노 스페인 경제부 장관은 기본소득 정책을 이른 시간안에 시행할 것이라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취약 계층을 위해 월 440유로(52만 원)를 지급한다는 방침입니다. 미국도 한시적으로 1인당 1200달러 현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12일 부활절 서한을 통해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지했습니다. 교황은 서한에서 "존엄을 부여할 보편적 기본소득을 고려할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는 "수년 전부터 일부 전문가들은 '기본소득 보장'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지구상의 거의 모든 정치인들은 이런 생각이 소박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 이를 실험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면서 현재 미국의 극단적인 보수 행정기관들조차 위기 내내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3. 새로운 국제 질서의 태동

세계 미래학계 석학 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가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코로나19 대위기(Great Emergency) 이후 미래 시나리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의 국수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새로운 암흑시대에 접어들 가능성,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고 한국의 코로나 방역모범국으로 떠올라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가능성입 등입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자유 질서가 가고 과거의 성곽시대(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과 이주가 과거보다 어려워지고, 생산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이 자국으로 복귀하는 등 새로운 봉건시대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겁니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유럽과 미국의 주요 국가들이 오히려 팬데믹에 취약한 점을 노출했다는 겁니다. 글로벌 리더였던 미국은 오히려 질병 확산을 키우는데 일조했고, 선진국 유럽에서는 국가 봉쇄로 수백만명이 굶거나 치료를 못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에선 한국의 감염자 동선 공개 등 모바일 정보를 이용한 방역을 비판하며 '한국은 감시·밀고국가'라고 비판했지만 프랑스에선 허가증이 없으면 외출도 할 수 없는 완벽히 자유가 제한된 상태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속에서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르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은 동아일보 기고글에서 "'서양 우월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 변질된 개인주의에 갇힌 서양과 대조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서양우월주의가 일정정도 쇠퇴하고 세계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있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도 어제 코로나19는 세계질서는 재편하게 될 것이다. 분명 두려운 변화지만 진정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와 희망을 잃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