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이후 '선거부정 음모론' 유형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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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이후 '선거부정 음모론' 유형은 어땠나
  • 권성진 팩트체커
  • 승인 2020.04.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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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구로구청 농성부터 2020년 총선까지 '선거 조작' 의혹 팩트체크

21대 총선의 개표가 끝나고 여당의 압승으로 드러나면서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선거 ‘조작 의혹’, 부정선거 주장 등 선거 불신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 조작 의혹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구로구청 부정선거 항의 점거 농성 사건부터 2017년 19대 대선, 2020년 21대 총선까지 계속 되고 있다. 선거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의 주요 근거를 <뉴스톱>이 정리했다. 

 

① 사전투표함은 조작될 가능성에 노출된다?

현재 ‘선거 조작’을 제기하는 쪽에서는 사전투표 결과에 관해서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대부분의 경합지에서 사전 투표의 결과가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나오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들은 ‘사전투표 당시 투표함이 다르다’, ‘투표함을 바꿔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전투표함을 이용해 선거 조작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먼저 사전 투표를 살펴보자면 사전투표는 관내 전투표와 관외 사전투표로 나뉜다. 관내 사전 투표는 사전 투표 시 해당 구·시·군위원회 관할구역 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선거인을 말한다. 관외 사전 투표는 사전투표 시 해당 구·시·군위원회 관할구역 외에 주소를 두고 있는 선거인을 말한다. 즉 거주지에서 주변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시민은 ‘관내 사전투표’,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전 투표를 하는 시민은 ‘관외 사전투표’다. 선관위는 관내 사전 투표와 관외 사전투표를 구분해 운영한다. 

선거 조작 의혹의 근거로 ‘사전 투표소의 투표함과 개표소의 투표함이 다르다’는 것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관내 사전투표의 경우 이동과 보관이 편한 ‘행낭식 투표함’을 사용한다. 행낭식 투표함은 비닐 주머니와 흡사하게 생겼다. 투표를 하는 동안 받침대를 이용해 형체를 유지하고 투표가 끝난 뒤 받침대와 행낭을 분리한다. 

분리된 행낭식 투표함은 투표 참관인의 참관 아래 특수봉인지로 봉인되고 선거 참관인과 경찰 공무원의 참관 아래 보안 장치가 설치된 관할 선관위의 보관장소로 이동된다. 사전투표 투표함 보관함은 앞 뒤쪽 모두 자물쇠로 잠근 상태로 보관된다. 보관은 24시간 cctv 녹화가 진행되고 경비 시스템도 가동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전투표의 투표함 ‘바꿔치기’가 불가능한 이유다. 

관외 사전투표의 경우 회송용 봉투에 담겨 사전 투표일 오후 6시까지 해당 투표소에서 보관한다. 당일 사전투표가 종료되면 회송용 봉투 분류에 따라 등기 우편으로 해당 구·시·군위원회로 전달된다. 이 과정 역시 투표 참관인의 참관 아래 이뤄지는 행동이기에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 

선관위 자료
선관위 자료

 

② QR코드에 개인 정보가 노출되며 해킹 가능성이 높다?

관외 사전 투표의 경우 사전 투표자의 QR코드로 분류하는 과정을 두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 그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QR 코드에 투표 내용을 포함한 개인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과 투표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코드와 QR코드 비교. 국회 정개특위 전문위원 보고서.
바코드와 QR코드 비교. 국회 정개특위 전문위원 보고서.

 

이번 총선 관외 사전 투표의 회송용 봉투 QR 코드는 선거명, 선거구명, 관할 선관위명 외에는 정보가 없다. 재작년 국회 정치개혁특별 위원회에서 발행한 보고서는 “현행법은 바코드에 들어갈 정보는 선거명, 선거구명 및 관할 선관위 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선관위는 사전 투표에서 실제로 운용하는 사전투표용지의 QR코드에는 법에 명시하지 않은 투표용지의 길이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선관위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였다. 중앙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과거에는 투표용지 길이에 대한 정보를 담은 적이 있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용지 길이 정보도 QR 코드에서 제거했다”고 말했다. 

QR코드를 이용해서 외부에서 해킹을 한다는 주장 역시 불가능하다. QR코드로 개표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표는 인터넷을 비롯한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가 아니기에 해킹이 발생할 수 없다. 투표지 분류기는 유무선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지 않고 완전 오프라인 상태다. 분류기는 보안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어 해킹이나 조작이 불가능하다. 이런 주장은 2017년 대선이 끝난 뒤 지금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③ 개표 과정에서 누군가의 개입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개표 시스템과 관련해 조작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과거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는 ‘더플랜’이라는 영화를 제작해 개표 시스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어준은 “유효표에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백중세를 보였으니 미분류표에서도 이와 비슷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분류표에서 박근혜 후보의 표가 문재인 후보의 표보다 많이 나와 미분류표/유효표의 비율(김어준이 말하는 K값)이 1.5에 달할 정도로 매우 커 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 수준의 K값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도 했다. 당시 선관위는 “원한다면 제 3기관을 통해서 재개표를 할 수도 있다”며 “대신 주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어준 총수의 주장은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거짓’임이 판명났다. 뉴스타파 검증 결과 19대 대통령 선거 역시 이른바 ‘K값’ (미분류표에서 두 후보의 득표 비율)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 씨가 문제 제기를 했던 18대 대통령 선거의 K값인 1.5보다 증가한 1.6이었다. 미분류된 표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가 홍준표 후보의 득표보다 많았다. 김 씨가 제기한 논리대로라면 19대 대선 역시 부정투표 의혹이 있어야 하지만 김씨는 충분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④ 전자 분류기 자체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

전자 분류기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은 ‘미분류표가 많다는 것’과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전자 분류기 자체가 조작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에 가깝다. 선관위가 이에 대해 공식 자료를 게재했다. 

선관위가 2012년 11월에 게재한 [투표지분류기에 대하여] 자료 중.
선관위가 2012년 11월에 게재한 [투표지분류기에 대하여] 자료 중.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측 지지자는 미분류표가 과도하게 많다며 인위적으로 미분류했다는 주장을 했다. 선관위는 미분류표가 분류되는 원리를 설명해 반박했다. 투표지 분류기는 매우 섬세하게 작동해 작은 낙서만 있어도 미분류표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매우 작은 낙서가 있거나 인주에 얼룩만 있어도 미분류로 간주한다. 미분류된 표는 하나하나 개표원을 통해서 확인을 거친다. 전자 분류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자 분류기의 보안상 취약성을 말하는 주장도 오해에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전자 분류기를 해킹해서 조작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자 분류기는 유뮤선상의 네트워크 연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은행에서 사용하는 ‘지폐계수기’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된다. 또 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스캔 작업도 하고 있고 분류기가 표를 인식한 뒤에는 개표원이 수작업으로 확인한다.  

가로세로연구소에서 2020년 총선 선거조작을 주장하며 인용한 김어준의 [더 플랜].
가로세로연구소에서 2020년 총선 선거조작을 주장하며 인용한 김어준의 [더 플랜].

 

정리하자면 ‘선거 조작 의혹’, ‘선거 불신’ 움직임은 거의 모든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거 조작 의혹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1987년에 발생한 구로구청 농성 사건은 ➀번 유형에 가까운 사례로 그들은 ‘투표함 바꿔치기’로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2016년 29년이 지나서 참관인과 국과수를 동원해 투표함을 재개봉했지만 ‘투표함 바꿔치기’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투표함에서도 전체 투표와 다르지 않게 노태우 후보의 표가 압도적이었다. 

현재도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①~④에 해당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로세로연구소의 ‘63:36’ 주장이다.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수도권 주요 격전지(인천, 서울, 경기)에서 사전투표의 여야 득표 비율이 모두 같다고 말하며 인위적인 조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③번 유형을 사전투표에만 적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가로세로연구소의 이런 주장에 관해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K값 운운하던 김어준과 다른 것이 뭐냐”며 공개적인 토론을 신청했다. 의혹을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 등은 아직 토론에 응하지 않았다. 23일 보수매체 펜앤드마이크 주최로 이준석 위원과 보수지지자들 사이의 공개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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