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총선 서버 폐기는 부정선거 증거인멸?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0.05.04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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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서버 폐기는 부정선거 증거인멸이다”, “백악관 청원하면 국제선관위가 조사한다”, “개표조작 프로그램이 있다”. 일부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부정선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1. ‘총선 서버 5월 1일 폐기’는 선거조작 증거인멸?

“선관위가 4.15총선에서 임차서버를 사용했다. 5월 1일에 서버를 포맷한 뒤 파기한다. 이건 조작 선거의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유튜브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선거 때 웹서버를 빌려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총선뿐 아니라 전국 단위의 선거 때마다 웹서버를 임대해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있는 경우 네트워크 트래픽이 40~50배 이상 폭증해 안정적인 서버 운영을 위해 웹서버를 빌려서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선관위는 2012년 총선과 대선, 2016년 총선과 대선은 물론 2018년 지방선거 때도 웹서버를 임차해 썼습니다.

선거 때 선관위 네트워크에 몰리는 트래픽으로 메인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저장된 데이터가 유실될 수 있는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여러 대의 서버를 추가로 설치한 겁니다. 이렇게 하면 안정적으로 서버를 운용할 수 있지만 예산 문제로 전국 단위 선거 때 한시적으로 빌려 쓰고 있습니다.

임차서버는 선거가 끝난 후 반납하게 되는데, 임차서버에 있던 데이터들은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원본이 선관위 메인 서버에 보관됩니다. 해당 자료는 이번 총선의 경우 21대 국회가 유지되는 향후 4년 동안 보관하게 됩니다. 임차서버를 포맷한다고 해도 데이터는 선관위에 그대로 남는 것입니다.

혹시 모를 소송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임차서버에서 발생한 데이터도 모두 원본보존 조치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하면 바로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입니다.

이밖에 선거인 통합명부나 투·개표 관련 정보 등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핵심 데이터는 선관위 메인 서버에 고스란히 저장됩니다. 메인 서버 데이터는 또다시 선관위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DB 서버에도 복사·저장됩니다. 하나가 지워져도 다른 하나에 저장된 데이터로 복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임차한 웹서버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처럼 데이터를 저장해두는 DB 서버가 아닌데다가 선거를 치르는 동안 처리된 각종 데이터가 남게 됩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포맷을 한 후 반납을 해야 합니다. 데이터 삭제는 선관위 직원과 임대업체 직원이 함께 진행하고 보고서에 기록도 남깁니다.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게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은 선관위 본연의 업무입니다.

선관위 서버 폐기가 부정선거 증거 인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2. 백악관 청원하면 ‘국제선관위’가 한국 조사한다?

“미국 백악관 사이트에 올린 ‘4·15총선 조작 의혹’ 청원이 기준을 통과하면 국제선관위가 나서서 지난 총선을 검증 할 수 있다”. 역시 일부 유튜버의 주장입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의 요건을 보면 “미 연방정부 정책과 무관한 내용은 삭제하거나, 답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 선거에 미국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만큼, 기준 인원을 넘겨도 아예 답변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일본해를 단독으로 쓰는 미국 연방정부 표기 방침을 동해 병기로 고쳐 달라’,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해 달라’ 등이 기준 인원을 넘겨서 답변이 나왔는데 동해 표기 병기에 대해서는 한일 두 나라가 협의해 달라고 답변을 했고 사드 배치 철회에 대해서는 오히려 가능한 신속히 배치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백악관의 입장을 유지하는 원론적 수준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제18대 대선 조작 의혹 청원에도 한국 정부를 신뢰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나왔습니다.

국제선거관리위원회 조사도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UN이 특정 국가의 선거에 개입하려면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해당국 정부가 직접 요청해야 합니다. 또는 상황에 따라 UN안보리가 결의해야 합니다.

당연히 개입이 필요한 수준인지 사전 검토도 거칩니다. 2002년 독립한 신생국 동티모르 사례를 보면, 2006년 UN안보리는 ‘동티모르가 2007년에 첫 대선, 총선을 치를 때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고 결의했습니다. 한국이 1948년 제헌국회를 구성할 때처럼 자력으로 공정 선거를 할 수 없을 때, UN이 개입해서 선거를 돕는 것입니다. 반면에 지금 한국은 UN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나 외국 정부의 요청을 직접 받아서 선거감시단을 파견하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3. 민경욱 의원의 ‘개표조작 개념도’는 사실일까?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개표조작의 개념도’라며 ‘개표 프로그램 코드’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민 의원이 개표조작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언급하며 게재한 프로그램 코드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1991년 발표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비주얼 베이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우선, 프로그램이 내장된 개표기는 각 후보자가 득표한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코드를 실제로 사용해 득표 결과를 조작했더라도 특정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는 남아있게 됩니다. 프로그램 조작만으로는 ‘완전범죄’를 꾀할 수 없습니다.

또, 개표기의 작동 원리 변경을 통해 투표 결과 조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문지식을 갖춘 자가 아니라면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정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비주얼 베이직은 30여년 전에 개발된 프로그래밍 언어로 현재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 단순한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민 의원이 소개한 프로그램 코드는 실제로는 작동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결정적으로 비주얼 베이직 기반 프로그램 코드로는 개표 조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총선 개표과정을 총괄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총선 개표에 ‘자바’라는 고급 프로그램 코드를 사용했습니다. 비주얼 베이직 프로그램의 코드로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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