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코로나19 협력'으로 손 내밀었지만...중·러에 기운 북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5.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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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이해 특별연설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고용보험 전 국민 적용,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한국판 뉴딜 정책 추진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딱 한번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도 인간 안보에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 한번만 언급한 문대통령 3주년 연설’,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변했다

이날 연설문에 경제 19, ‘위기 15, ‘선도’ 8, ‘코로나’ 6, 방역은 5번 나왔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심각성과 위기 의식에 대해 강조했고, 경제 위기 극복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 겁니다이날 언급된 한국판 뉴딜, 질병관리청, 복지부 2차관 신설, 전 국민 고용보험, 해외기업 유치 등은 모두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언급이 적은 이유에 대해국정전반을 다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위기 국난극복을 위한 대책에 집중해서 말씀드렸다며 기자간담회 때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전반기에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해결이 급선무입니다. 남북관계를 등한시한다기보다는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이용해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구상도 보여줬습니다. 문 대통령은“2차 팬데믹이 닥쳐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감염병 방역에 협력 공조한다면, 남북 국민들 보건 안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방역에 대한 우선적인 협력 제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말라리아,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인체 감염병과 가축 감염병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도 현실적인 사업이 될 것이란 북측에 제안한다는 방침입니다. 결국 코로나19로 남북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의 우선 순위가 변하게 된 것입니다. 

 

2. 미국없이 홀로 간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북미관계 개선을 우선에 놓고 남북관계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판을 깔아주는 역할로 제한했습니다. 북미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면 남북간 교류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많은 장애들이 일거에 해결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북미관계는 완전히 교착상태이고, 미국의 코로나19 사태 및 대선 일정을 감안할 때 당분간 극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다시 북미대화가 재개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내년초가 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채 1년이 남지 않게 됩니다. 미국의 태도변화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문대통령은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있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 나가자, 기존의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들도 있고, 또 일부 저촉된다 하더라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업들을 함께해 나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개별관광,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 고향방문, 유해공동 발굴 등 기존의 제안들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문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북한의 태도변화가 관건이라며 재차 북측에 메시지를 던진 겁니다.

 

3. ‘대답없는 메아리북한

3주년 연설문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북한의 대남한 정책은 무반응입니다. 미국의 눈치만 보는 한국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표출입니다. 북한은 트럼프 체제에서 북미관계 개선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보고, 남북관계 개선 역시 딱히 기대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2차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축하 전문을 보냈습니다. 지난 7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냈고 9일 시 주석으로부터 친서를 받았습니다. 반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하자, ‘그런 친서 보낸 적 없다고 공개 부인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시선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입니다.

지난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수출은 대북제재 시작 전인 2015년에 비해 17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95.2%였으며 러시아가 1.6%로 뒤를 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대중 무역 의존도는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전망입니다. 유엔 대북무역제재로 인해 한국정부가 경제적으로 북한을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중국과 러시아 쏠림 현상은 가속화 될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이라는 대체제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한과 코로나19 방역 협조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나아지게 할만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굳이 한국과 교류할 이유가 현재로서는 적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서 남북관계 언급이 줄어든 것은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 감안한 것으로 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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