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의료 도입" 문재인 정부의 우클릭, 참여정부 데자뷰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5.1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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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원격의료 혹은 비대면 의료 도입이 화두에 떠올랐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29원격의료 등 비대면 산업 규제 혁파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7비대면 관련 의료는 시범사업 대상 확대와 인프라를 보강하는 내용에 국한하며 원격의료 제도화는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고, 13일에는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과거에는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14일기재부도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반대측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원격의료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 수석 발언은 원격의료 본격 추진과는 별도의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정부 여당이 약간 오락가락하는 모습입니다.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에 선 그은 민주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투쟁과 추진 사이 곤란한 민주당

원격의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곤란'입니다. 민주당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민주당은 원격의료를 영리의료화라며 반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의료계에선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으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7일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한 뒤 원격의료 논란이 불거지자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비대면 의료가 시범사업 대상 확대지 원격의료 제도화가 아니다고 말한 것은 의료계의 반발 여론을 의식한 겁니다.

정부와 청와대는 검토, 의료계는 투쟁, 대형 병원은 환영, 그리고 민주당은 선긋기입니다.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야하는 정부 입장에서 한국판 뉴딜의 사업으로 들어가 있는 원격의료 혹은 비대면 의료 산업 육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의료계 특히 개업의 입장에서는 원격의료가 본격화될 경우 대형병원, 혹은 스타의사에게 환자를 다 빼앗기기 때문에 동네의 1차진료기관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반면 3차 진료기관인 대형병원의 경우, 원격의료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민주당입니다.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선 상황에서 표도 의식을 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원격의료 허용 방안을 검토했고 2018년엔 격오지 군부대 장병과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에 한해서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전화상담 처방이 도화선이 됐고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선긋기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속도조절 혹은 신중추진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2. 원격 대신 비대면, 프레임 투쟁

2007년 '삼성 허베이스피릿호 원유유출사고'이란 말 대신 '태안기름유출사건'이란 용어를 언론이 사용했습니다. 사건명에 '삼성'이 빠지자 삼성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약해졌습니다. 용어 사용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를 쓰는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원격 의료가 아닌 비대면 의료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반대해 온 원격 의료가 의료민영화, 동네병원 죽이기 등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사회의 도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선 비대면이란 용어 사용이 유리합니다. 

문제는 원격의료와 비대면 의료가 무엇이 다른지 정부 여당이 명확히 설명하질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같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설득력 있게 반박을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대면 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을 할 경우 용어 사용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 될 것입니다.

 

3. 진보의 우클릭, 참여정부 데자뷰

비대면 의료를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1차 진료기관의 붕괴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시민단체는 의료정보 이용으로 프라이버시 침해와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마케팅의 활성화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정부는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참여정부때 소위 진보정권의 우회전 혹은 우클릭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라크 파병, 그리고 한미FTA추진입니다. 원격 의료 추진도 비슷합니다.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보수진영이 더 환영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전통적 스탠스와 반대지점에 서 있다는 점도 유사점입니다. 한국에서 민주당 계열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 넒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참여정부때는 집권 하반기 우클릭으로 시민사회가 등을 돌리며 정부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참여정부의 경우 하반기에 국정수행 지지율이 상당히 하락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4년차를 맞아 역대 어느 대통령 지지율보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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