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참회하며 거짓보도의 사죄를 촉구한다

  • 기자명 자유언론실천재단
  • 기사승인 2020.05.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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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명 서 ]

침묵을 참회하며 거짓보도의 사죄를 촉구한다

-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은 언론인의 다짐 -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있는 언론자유의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을 세운 시민들의 명령이자 언론인들의 다짐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된 광주항쟁 40주년을 맞은 우리는 ‘굽히지 않는 펜’을 바라보며 역사와 국민 앞에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참혹했던 그날을 기억하며 언론인으로서 참회하는 붓과 언론사의 사죄를 촉구하는 펜을 들고자 한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무더기로 쫓겨난 80년대 해직 언론인들과 재갈 물린 상황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 언론인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더 나아가 왜곡과 거짓 보도를 자행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과 그 무리가 헌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학생들 중심의 민주화 시위를 빌미 삼아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시에 투입해야 할 공수부대와 전투 헬기를 동원해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인간 사냥’하듯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예외없이 계엄사가 불러주는대로 앵무새 노릇을 했을 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전현직 조합원과 간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새언론포럼(회장 안기석)은 5월 18일(월) 저녁 40년 전 서울의 모 일간지 기자로 광주에 파견돼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대규모 학살과 처절하고 숭고한 항쟁의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고 취재한 회원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그의 증언 중 당시 언론의 비참한 상황을 옮긴다.

“5월 21일 공수부대에 의한 무자비한 집단발포로 현장에서 57명이 죽고 5백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음날인 22일 뉴스통신사 AP와 로이터(Reuters) 등은 이같은 사실을 광주발로 보도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인쇄돼) 광주에 내려온 우리나라 신문들은 하나같이 민간인 단 1명이 사망했다고 써있었다. 광주 시민들의 우리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때부터 서울에서 현지에 파견된 신문사 기자들은 본사에 연락해 ‘제발 신문을 (광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KBS는 5월 22일 이전부터 (거짓보도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로 음악방송만 내보내다가 그것마저도 중단해야 했다."

하늘도 용서치 않을 무차별적인 학살과 민주주의를 향한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항쟁의 진실은 아직까지 역사 속에 묻혀 있다. 발포 책임자 규명과 처벌, 헬기 사격 등의 진실 등 밝혀야 것들이 많다.

그러나 언론인으로서 우리는 진실 규명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광주항쟁과 학살 40년을 맞기까지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가 침묵과 거짓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사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침묵했던 입으로, 거짓보도를 했던 펜으로 어떻게 묻혀있는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40년 전의 5.18광주항쟁이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부끄럽게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당시 전두환 무리의 강압을 핑계로 거짓과 왜곡 보도를 했던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역사와 국민 앞에서 이제는 공개적으로 사죄하라! 공개적인 사죄만이 그날 쓰러져간 광주의 영령들 앞에 속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천명한다.

 

2020년 5월 20일

새언론포럼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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