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언급한 임종석...청와대 복심이 움직인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0.05.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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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제 공개된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길이라는 제목의 대담에서 남북정상회담과 하노이 노딜 등을 회고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폭넓게 밝혔습니다. 요지는 대북제재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북한과의 교류에 있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주장입니다.

임 전 실장은 미국은 월경(越境)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 물자가 넘어가면 무조건 규제하려 하는데, 말이 안 된다. 이를 해결하면 산림협력과 철도·도로 연결도 진행할 수 있다. (북한) 관광은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과감하게 해야 한다. 경의선 작업이나 산림협력도 저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도 북미간 진전이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충분히 소통하되 부정적 견해가 있어도 일을 만들고 밀고 가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에서 한국 정부 역할 강조한 임종석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제재 완화 오비이락

통일부는 21일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해제하지는 않았지만 실효성을 상실했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습니다. 남북교류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 두달 뒤인 2010524일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조치로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전면 중단 대북 투자사업 보류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교가에선 청와대를 대신해 임 전 실장이 제재완화를 거론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날짜가 겹친 것은 우연일수도 있지만 임 전 실장의 메시지와 대북제재 완화기조는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주년 특별 연설에서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2차 팬데믹에 대비한 코로나19 방역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일 화상회의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의료 분야 지원에선 국제사회와 미국도 제재가 걸림돌이 되어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러 신호로 볼 때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이미 북한에 전달했으며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2. 임종석의 신호탄

지난해 11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당시 정계은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국회에 들어가지 않고 외곽에서 광의의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습니다. 임 전 실장이 통일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임 전 실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남북화해협력, 평화 구상, 특히 평화 경제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창비 인터뷰에서 임 전 실장은 "일반 제도정치에 몸담고 싶은 생각은 없다""남북문제에 제도 정치에서의 역할이 있다면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인터뷰는 임 전 실장이 청와대와 어느 정도 사전 조율을 한 뒤 통일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출사표, 신호탄을 쏘아올린 인터뷰라고 해석이 가능합니다. 향후 대북문제와 관련해 정부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켜켜이 쌓이는 부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이 말의 뜻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뜻과 다름 아닙니다. 지금 한국의 현실상 북한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배제한 독자 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청와대가 백악관을 어느 정도 설득할 자신이 있다는 말이고 노력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코로나19 사태와 선거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적습니다. 이는 긍정적 요인입니다 올해까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이 트럼프 재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득을 할 수 있다면, 트럼프는 강력히 반대하지 않고 남북교류를 방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해 트럼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입니다. 북한문제 해결에 결국 실패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재가 확인된 이후 미국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최신예 전략자산이 이틀 간격으로 한반도 주변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저께 미국 공군 정찰기와 주한미군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에 동시에 떴습니다.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징후를 감지해서인지, 아니면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서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경거망동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겁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촉발된 미중 반도체 전쟁도 큰 부담입니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탈 중국을 목표로 친미국가 경제블록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EPN)’ 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압박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안을 거부한 뒤 교착상태입니다. 최근 한미관계는 여러 가지 이슈로 상당히 껄끄럽고 압력도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도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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