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정의연' 논란 틈타 위안부 역사 부정

n번방 재발 방지법으로 개인 SNS사찰?

  • 기사입력 2020.05.25 02:54
  • 최종수정 2020.05.25 02:55
  • 기자명 송영훈 기자
일본군 위안부도 소녀상도 모두 거짓이라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n번방 재발 방지법으로 개인들의 SNS가 사찰당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위안부 강제 동원도 소녀상도 거짓?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논란을 틈타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주장이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기자회견에서는 소녀상을 철거하라면서 아예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JTBC에서 팩트체크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JTBC 방송화면 갈무리

1982년 요시다 세이지라는 일본인이 자신이 과거 제주도 등지에서 조선인 여성들을 위안부로 납치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후 국내에도 크게 알려졌는데 2014년 아사히신문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면서 관련 기사를 철회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위안부 강제 연행은 허구였다는 일본 극우 세력의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1993년 고노 담화가 나올 때부터 이 요시다의 고백이 아닌 다른 증거들이 많았습니다. 납치 외에도 취업이라고 속이고 데려가서 성적인 학대를 한, 그런 증언과 물증이 많이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권과 극우 언론들은 성노예 범죄를 부정하지만 일본 역사단체들은 ‘2015년 아사히 기사가 철회됐더라도 강제 연행은 역사적 사실로 실증됐다, 역사 왜곡을 멈추라’고 강조했습니다.

13세 소녀가 위안부가 된 증언이나 기록은 없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1990년부터 정부가 실시한 피해자 조사에 따르면, 동원 당시 나이가 12세인 사람이 5명, 13세인 사람이 6명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한국 말고 다른 아시아 피해 국가에서도 미성년자 위안부 동원된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2. ‘한만호 비망록’, 이미 사법판단 끝났다?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검찰의 회유와 추가기소 압박을 못 이겨 허위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비망록이 이미 법원에서 사법적 판단을 통해 허위로 판명났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법원은 1∼3심에서 이 문건을 정식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은 이 문건과 다른 증거를 종합해 유죄를 확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비망록 자체가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증거로 정식 채택됐다는 주장 자체는 사실로 확인됩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 중에 비망록을 증거로 제시했고, 한 전 총리 측이 이에 동의하면서 증거로 정식 채택됐습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공판검사였던 신응석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한씨의 비망록은 1심 재판 중에 증거로 제시됐고, 변호인 측이 반대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번복한 데 대해 검찰이 한만호 씨를 위증죄로 기소한 사건에서 한만호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바도 있습니다. 각각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두 사건에서 ‘한만호 비망록’은 판사들의 판단을 바꿀 결정적 요소로 인정받지 못했던 셈입니다.

하지만 법원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만큼 ‘비망록 내용은 허위’라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고 할 수 있느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일단 한 전 총리 사건 1∼3심 판결문에 비망록이 허위라는 직접적인 판단이 적시돼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검찰의 부적절한 압박 흔적을 대법관들이 지적한 사실이 있습니다. 2015년 8월 한 전 총리의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5명은 “한만호가 허위나 과장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일단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자 이를 기회로 검사가 한만호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안”이라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또 한 씨의 진술번복이 위증이라는 이유로 열린 재판에서도 비망록이 증거로 채택됐지만, 이 재판의 1∼3심 판결문에도 비망록이 허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논란이 해소되기 위해선 비망록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판사들이 다양한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을 내리는 만큼, 유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개별 증거가 모두 유죄 판결과 같은 방향으로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식의 속단은 무리라는 것입니다.

 

3. ​‘n번방 재발 방지법’으로 SNS 사찰?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n번방 방지법’이 최근 국회에서 의결되자, 그 중 정보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성적 촬영물 유통 방지에 대한 책임을 부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개인 간 이뤄진 사적 대화까지 검열·감시 대상으로 삼는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아주경제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불법 성적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을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인터넷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입니다.

기존에 불법 성적 촬영물 유포 방지 책임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만 부과돼 있었는데, 피해자가 삭제 요청을 하더라도 삭제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 더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성적 촬영물에 대한 ‘1차적 유통 방지 책임’을 부과했기 때문에,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은 자체 모니터링을 거쳐 영상을 즉시 삭제해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 SNS는 검열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며 개인 간 대화는 임의로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불법 성적 촬영물에 대한 신고나 삭제 요청이 들어 왔을 때, 일반에 공개된 범위 내에서만 검열이 가능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 5항은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이 유통되는 사정을 신고·삭제요청 등을 통해 인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해당 정보의 삭제·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삭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블로그, 카페, 오픈채팅방은 검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개인 간 사적 대화를 주고받는 카카오톡 등의 사적 SNS는 검열 대상이 아닙니다.

또, 불법 성적 촬영물을 실수로 시청해도 처벌되지 않습니다. 시청에 ‘고의성’이 없으면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이는 불법 성적 촬영물을 ‘시청’한 사람도 처벌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개정안 14조 4항과 관련된 것으로 해당 조항은 ‘같은 법 14조 1항과 2항에 규정된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매·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수로 시청한 것까지 처벌 대상으로 하는 ‘과잉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14조 4항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고의범’ 규정입니다. 따라서 불법 성적 촬영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청했거나, 이를 알 수 있었는데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실수로 시청한 것이 입증된다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4. 마스크 오래 쓰면 이산화탄소 중독?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진행되면서 “하루종일 마스크 쓰고 있으면 이산화탄소에 중독될 수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나왔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산화탄소 중독증을 우려하는 이유는 마스크를 장시간 끼고 있을 경우 날숨 때 배출되는 체내 이산화탄소가 마스크 내부에 축적된다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신선한 공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대략 0.04%로 실내에서 가스 누출 등의 이유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가 넘으면 숨이 가빠지고 10% 이상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의식불명, 20% 이상이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N95 필터 마스크 사용 시 CO₂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실제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N95, 한국의 KF94 마스크를 오래 쓰고 있을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2006년 미국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가 발표한 ‘N95마스크를 쓴 의료진의 두통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12명의 의료진 중 79명(37%)이 N95마스크 착용 이후 두통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두통이 저산소혈증과 과탄산혈증에서 기인한 걸로 보고 “4시간 동안 N95 마스크를 사용한 경우 흉부 불편의 발생률이 더 높았다”며, “마스크 착용 기간이 짧을수록 두통의 빈도와 심각도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2010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N95 마스크를 1시간 동안 착용한 의료진의 호흡기 내부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오래 쓰면 이산화탄소 중독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제기돼 이미 여러 해외 매체들이 해당 내용을 팩트체크했습니다.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매체인 스놉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복수의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천과 수술용 마스크가 얼굴에 꽉 끼지 않기 때문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N95 마스크도 1시간 미만으로 사용하면 유의미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통신사 로이터가 운영하는 팩트체크팀도 “일반인이 마스크 착용으로 이산화탄소 과다호흡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습니다. 미국 WUSA9과 Health.com도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마스크 착용이 이산화탄소 중독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이들 매체도 N95마스크 등을 오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KF94 이상의 마스크를 1시간 이상 쓰고 있으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체에 해로운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F94나 99 등 고필터 마스크를 쓰면 숨이 찰 수 있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에겐 권고하지 않는다. KF80이나 덴탈마스크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이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할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객관적으로 증명된 게 없다”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하면 KF94 마스크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엔 이산화탄소 중독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만, KF80이나 덴탈 마스크를 쓸 경우 그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공통적인 결론입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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