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수사가 '한명숙 뇌물사건'이면 논란은 불보듯

[뉴스의 행간] 21대 국회 첫 숙제 된 공수처

  • 기사입력 2020.05.25 11:37
  • 최종수정 2020.05.25 12:10
  • 기자명 김준일 기자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후속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절차와 규정, 위원회 운영 규정을 담은 국회 규칙이 제정이 되어야 공수처 출범이 가능합니다.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공수처는 이르면 7월에 출범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출범할지 불투명합니다. 21대 국회 첫 숙제 된 공수처,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처장보다 차장

공수처에 의한 정치탄압을 우려하는 야당 입장에선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공수처 출범을 위해선 먼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을 제정해야 하고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도 개정해야 합니다. 6월중에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어야 7월 출범이 가능합니다. 공수처장은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 여당이 아닌 원내 교섭단체 추천 인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통해 2명이 추천되며,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됩니다.

공수처장은 차장의 임명을 대통령에 제청하고 공수처 검사를 뽑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수사관도 임명합니다. 공수처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수사처 검사 25, 수사처수사관 40명 등으로 구성되며 현직 검사와 경찰이 여기에 파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공수처장은 명예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엔 실제 수사를 총괄하는 차장이 누가될 것이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검찰개혁 명분 때문에 초대 공수처장은 검사출신이 아닌 판사출신이 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밸런스를 위해 차장은 검사출신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차장이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검찰이나 경찰 파견 공수처 직원은 자기 조직을 수사하게 될 경우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복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한명숙 1호 논란

최근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재심 혹은 재조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 증인이었던 한만호씨의 비망록에서 검찰의 강압수사를 암시하는 대목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비망록이 한 전 총리 재판과정에서 검토됐던 증거이기 때문에, 재심 청구 요건이 되기 힘듭니다. 그래서 검찰의 강압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여당이 띄우고 있습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라디오에 나와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공수처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것은 맞다""공수처는 독립성을 가지기 때문에,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상황에서 여당이 이 사건을 '공수처 수사대상'이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수사 여부는 공수처장이 결정할 일인데, 여당이 미리 언급함으로써 수사 자체를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직권남용죄는 공소시효가 7년인데 검찰이 한 전 총리를 기소한 것은 2010721일로 이미 공소시효를 넘긴 상태입니다.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8000만원을 선고한 2심 판결(2013916) 및 이를 확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5820)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지만, 구체적으로 직권남용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살피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최근엔 공직자의 직권남용에 대해 법원이 과거보다 좁게 인정하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최근엔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사건을 공수처 1호 사건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여권 지지자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명숙이든 윤석열이든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 매우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사건임은 명확합니다.

 

3. 공수처와 맞물린 수사권 조정

85일부터 검경 수사권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최근 청와대 민정라인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의견수렴중입니다. 공수처 출범으로 인해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는 공수처가 맡고 민생 사범은 경찰이 맡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검찰의 불만이 상당합니다.

검찰은 경찰의 권한이 확대됐으니 오히려 사법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경찰은 검경 관계가 지휘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바뀐 만큼 형사소송법의 세부조항도 협력 관계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한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조항과 관련, 경찰은 공무원 직무범죄는 4급 이상만 검찰이 맡고, 경제범죄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이사, 감사, 임원만 맡는 등 수사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었던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치 검찰은 국민이 선출한 민주 정부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하겠다고 수시로 덤비며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이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수사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수사권 조정 정도가 아니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수사 지휘만 하고 수사 기능을 아예 없애자는 겁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공수처출범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뉴스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