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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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박재용
  • 승인 2020.06.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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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의 과학체크] 뉴노멀이 바꿀 세상

자동차가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등장한 지 100년이 훌쩍 넘었다. 자동차는 현대 문명의 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현대인들에게 꽤나 많은 효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교통사고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교통사고를 없애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동차 운행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등장한 이래 어느 사회도 그와 같은 결정을 한 적은 없다. 자동차가 주는 효용이 워낙 커서 일정한 비율의 교통사고는 감당하며 살기로 한 것이다. 대신 여러 가지 법과 규제를 동원하고 다양한 홍보와 안전시설 확보 등을 통해 교통사고 비율을 줄이고 특히 심각한 교통사고의 비율을 줄이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와 전 세계 정부의 대응이 이와 비슷한 기조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효용이 있어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같이 갈 수밖에 없다면 그 대책을 바꾸자는 것이다.

각종 안전장치로 인해 자동차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출처: HMG 저널
각종 안전장치로 인해 자동차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출처: HMG 저널

 

일단 코로나19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다음과 같은 조건 때문에 나온다.  첫 번째, 무증상감염이 2차 감염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즉 퍼트리는 사람이 자신이 걸렸는지 모르고 다니다 전파시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의 전파 속도를 빠르게 할 뿐만 아니라 숨은 감염자를 증가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즉 다 잡힌 것 같았는데 어디선가 이유모를 감염자가 나타나 새로운 전파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회에서도 당분간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번 이태원 클럽발 감염도 마찬가지다. 이태원에서 감염이 있기 전 근 보름 동안 우리나라의 신규 감염자 중 국내 전파에 의한 감염자는 대단히 적었다. 이런 정도라면 설혹 클럽을 그리 다녔다고 많은 감염자가 나올 리가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국내에는 자각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생각보다 많았고, 그에 의해 새로운 유행이 발생했다. 즉 신규 확진자가 0이 되는 상황이 한 달 이상 계속 되지 않는 한 안심할 수 없다.

두 번째로 집단 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특정 사회에서 집단 면역이 이루어지려면 약 60% 정도가 감염되었다가 나으면서 항체를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약 3000만명 가까운 사람이 감염되었다 나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치사율은 나라별로 다른데 우리나라는 그나마 낮은 2% 수준이다. 이 비율을 대입하면 집단 면역이 생성되는 동안 사망자 수가 약 60만 명에 이른다는 말이 된다. 지방 중소도시 하나 정도의 인원이다. 이는 감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세 번째로 치료제나 백신에 기대기가 난망하다는 점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일주일이 멀다하고 새로운 백신 개발 가능성과 치료제 임상 실험 결과 등이 나오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주 빨라야 내년이다. 그리고 아직 부작용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또한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치료제는 나와도 걸린 사람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지 감염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백신을 맞은 효과가 어느 정도 갈 지에 대해서도 아직 예상할 수 없다. 최근 네덜란드의 연구진에 따르면 일단 항체가 생성되어도 6개월 이상 지나면 면역력이 감소한다는 결과다.

이런 조건 속에서 전 세계는 지난 석 달 가까이를 아주 빡세게 코로나19에 맞섰다. 앞서 자동차 교통사고와 비교하자면 중국 등 국경을 폐쇄하고 시민들에게 이동 금지령을 내리는 등의 대처는 자동차를 아예 끌고 나오지 못하게 강제로 막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건 허용하지만 고속도로든 자동차전용도로든 모두 제한 속도를 50km/h로 하고, 이면 도로 등 보행자들이 많은 곳은 운행을 중단했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건 자동차를 아예 가지고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1년 정도로 장기간 취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도 거북이 기듯이 기어가게 하고, 이면도로는 완전히 차단하는 식의 방법도 장기간 이루어질 순 없는 노릇이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또한 비슷한 전개를 가지게 된다. 일상을 포기한 채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론 현재를 전시상태와 비교하여 전시 상태에서는 일상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일상의 파괴가 가져오는 불행의 크기가 코로나19로 인한 불행의 크기보다 커지면 이를 정책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관철시킬 순 없는 것이다. 물론 이는 코로나19 감염이 한풀 꺾였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일상으로 돌아갈 모멘텀을 잡지 못하고 있는 나라도 다수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제 그런 시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이려고 여러 가지 조치가 취해졌다. 그 결과 우린 이미 자동차 운행에 있어 뉴노멀(새로운 일상)을 실천하고 있다. 20~30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의 자동차 문화와 이용방법은 완전히 바뀌었다. 안전벨트가 없던 차가 더 많던 시절과 달리 이제 안전벨트 착용은 의무다. 이면도로에서 자동차의 속도 제한 역시 엄격해졌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면 한 밤중이나 새벽 인적이 드물어도 차가 선다. 음주 운전도 대폭 줄었다. 법과 제도도 바뀌었고,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지속적 홍보가 있었고, 자동차의 안전 운행을 위한 기술도 향상되었으며 곳곳의 CCTV도 한 몫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5505명이었는데 비해 작년에는 3349명으로 5분의 3으로 줄었다. 부상자도 35만2458명에서 34만1712명으로 줄었다. 어쩔 수 없이 교통사고와 같이 가더라도 최대한 그로 인한 희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와 사회가 움직인 결과이다. 앞으로도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법은 더 강화되면 강화되지 규제가 줄어들 진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응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는 것은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자동차 좌석에 안전띠가 설치되고 대부분 안전띠를 매듯이 대중교통과 인구 밀집 지역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대부분 마스크를 쓴다. 하루에 몇 번씩 손을 씻는 일이 일상화된다. 이면도로의 자동차 속도가 감소하듯이, 특히 학교 주변의 스쿨존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요구사항이 강화되듯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선 서로간의 거리두기가 당연시 된다.

물론 그렇더라도 코로나19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고, 공연이나 집회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 어딘가 빈틈은 있기 마련이고 그 곳에서 새로운 전파가 일어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발생이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최대한 빠르게 감염자를 확인해 조기에 치료해서 개인적 불행과 사회적 비용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 뉴노멀이라고 한다. 뉴노멀은 꽤 긴 시간 동안 사회 안에 코로나19가 항상 존재할 것이라는 전제아래 우리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대응해야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교통사고가 완전히 사라질 순 없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뉴노멀이 교통사고의 비율과 사망률을 낮췄듯이 뉴노멀은 코로나로 인한 불행과 비용을 아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르지만 새롭게 일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재용    chlcns@hanmail.net  최근글보기
과학저술가. <경계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 <짝짓기 생명진화의 은밀한 기원>, <경계 배제된 생명의 작은 승리>, <모든 진화가 공진화다>, <나의 첫 번째 과학공부>, <4차 산업혁명이 막막한 당신에게>, <과학이라는 헛소리> 등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다수의 책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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