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솜방망이 징계' 후폭풍...하지만 언론이 오해한 'KBO 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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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솜방망이 징계' 후폭풍...하지만 언론이 오해한 'KBO 규약'
  • 최민규
  • 승인 2020.06.0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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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야구체크] 강정호 사태로 보는 KBO 규약의 현황과 문제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5일 키움 히어로즈의 임의탈퇴선수 신분인 강정호(33)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1년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무적 상태인 강정호는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 동안 KBO리그에서 뛸 수 없게 됐다.

이 결정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프로야구는 흥행 산업이며 이미지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처벌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를 리그에 받아들이는 결정은 팬들로부터 환영받기 어렵다. 여기에 KBO 처벌 규정 제정 시점 문제로 1년 실격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로 비춰지기 쉬운 조건이었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다. 이 사건으로 2017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사건 당시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현행 야구규약은 단순 적발을 포함해 음주운전 3회 이상이면 3년 이상 실격 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징계 기준은 2018년 9월 11일 규약 개정 때 새로 마련됐다. 종전까지는 “실격처분, 직무정지, 참가활동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처분 등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만 돼 있었다. KBO 상벌위원회는 소급적용 문제를 들어 강정호에게 현행 처벌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선수의 처벌 기간은 대개 1년을 넘지 않았다. 2010년 9월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한 두산 투수 이용찬은 잔여 9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올해 초 음주운전이 적발된 삼성 투수 최충연에게 KBO 상벌위원회가 부과한 출전정지 기간은 50경기였다. 이들은 모두 최초 적발 사례였다. 현행 3년 실격 징계 대상은 아니더라도 세 번이나 음주운전을 한 강정호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다는 비판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언론 매체들도 강정호 징계에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야구규약을 무리하게 해석한 주장도 일부 보인다. KBS는 5월 27일 보도에서 “총재와 KBO의 의지만 있었다면 중징계가 충분히 가능했다”며 “KBO가 내세운 클린베이스볼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보도에서 중징계가 충분히 가능했다고 보는 근거는 KBO 총재의 권한을 다룬 야구규약 부칙 1조다.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리그 관계자들에게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을 근거로 총재가 강정호에 대한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부칙 1조에서 KBO 총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야구규약의 범위 안에서 그렇다. 야구규약이 형법이나 민법을 우선할 수는 없다. 강정호 케이스처럼 소급 처벌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면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총재 권한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권한의 남용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총재의 무소불위 권력’은 20세기 초반 메이저리그를 기원으로 한다.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일명 블랙삭스 스캔들이다. 궁지에 몰린 메이저리그는 기존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던 내셔널 커미션을 해체하고 1인 커미셔너 체제로 전환했다. 초대 커미셔너로는 케네소 마운티 랜디스 판사가 영입됐다. 그리고 그의 요청에 따라 메이저리그헌장(Major league Constitution)에는 ‘야구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of Baseball)’을 위해 커미셔너는 구단과 선수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랜디스 커미셔너가 ‘야구 최선의 이익’을 위해 내린 최초이자 가장 유명한 결정은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된 선수들을 영구제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야구팬들은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조 잭슨처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하지도 않은 선수까지 희생양이 됐다는 점은 지금도 논란이 된다.

오늘날의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과거 랜디스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 현행 메이저리그 헌장은 징계 문제를 포함해 노사협약이 다루는 사안에서 ‘야구 최선의 이익’을 위한 커미셔너의 권한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KBO 총재 권한의 ‘특례’도 권한의 초월적 확장이 아닌 제도적 미비 보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보다 적절하다. 특히 신상필벌의 문제는 자의성을 최대한 줄이고 절차를 우선해야 한다. 과거 KBO과 구단이 선수들에게 절차적 문제가 있는 징계를 해왔다는 역사적인 배경도 있다.

서울신문은 5월 28일자에서 “KBO 규약에는 사실상 징계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소급적용 문제로 강정호에게 ‘삼진 아웃’을 적용하지 않은 KBO 상벌위원회의 조치는 모순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드는 규약 조항은 부칙 3조의 경과규정이다.

 

[경과규정] KBO 규약 시행일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KBO 규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문구 상으론 사안에 관계없이 KBO는 새로운 규약을 만들어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다면 KBO의 제도적 안정성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 강정호의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향후 많은 법률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조항이다. 결론적으로 부칙 3조는 당장 폐기돼야 한다.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KBO도 해당 조항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1993년 1월 한양대 박찬호는 156km 강속구를 던져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1993년 1월 한양대 박찬호는 156km 강속구를 던져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배경은 이렇다. KBO 이사회는 1996년 1월 야구규약의 신인 지명 및 계약교섭권 보유기간 항목을 개정했다. 1994년 1월 한양대 투수 박찬호는 LA 다저스와 계약해 4월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의 국내 아마추어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1982년 KBO 출범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였다. 그래서 1996년 이사회에서 관련 조항을 개정할 필요가 생겼다.

개정은 “1차 및 2차 지명된 선수가 ‘국내 외를 불문하고’ 다른 구단과 계약교섭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뤄졌다. 규약 제정 당시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해외 구단’이라는 변수를 반영한 것이다. 통상 규약 개정이 이뤄지면 해당 조항 아래에 신설이나 개정 날짜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표기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당시 이사회는 부칙을 신설해 시행일과 경과조치를 삽입했다.

당시 신설된 부칙 문구는 이렇다.

 

[시행일] 이 규약은 1996. 2. 1부터 시행한다

[경과조치] ① 이 규약 시행일 이전에 이루어진 모든 행위는 이 규약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② 이 규약 시행일(1996. 2. 1) 이전에 지명된 선수에 대한 계약교섭권 보유기간은 이 규약 시행일을 기산일로 한다.

 

이후 규약 개정 때도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해당 부칙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2015년 KBO가 규약을 전면 개정했을 때 시행일의 날짜가 2015년 2월 1일로 바뀌고 [경과조치] ②항목이 사라졌다.

류 총장은 “1996년 이사회 회의록 확인 결과규약 개정 취지는 신인 지명 및 교섭권 보유 기간 조항에 한해 신설 조항을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부칙에는 시행일 이전 지명된 선수의 계약 교섭권 보유기간의 기산일을 정하는 내용도 있었다. KBO는 2015년 법제처 자문을 받아 규약을 전면 재정비했다. 이 때 기산일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조항’이라는 자문을 받아 삭제했다. 지금 부칙은 규약을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문제가 있다”며 “명백한 오류인 만큼 다음 이사회에서 해당 조항 폐기를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최민규   didofidomk@naver.com  최근글보기
2000년부터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스포츠주간지 SPORTS2.0 창간 멤버였으며, 일간스포츠 야구팀장을 지냈다. <2007 프로야구 컴플리트가이드>,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2011~2017), <한국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등을 공동집필했다.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라는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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